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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행운'? 이유 있는 무패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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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행운'? 이유 있는 무패행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5.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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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운이 따르지 않으면 실력으로 극복하겠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을 마친 뒤 남긴 말이다. 연착륙에 안도하는 한편 더 쉽지 않을 두 번째 시즌에 임하는 그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현지에선 김광현에 대해 "첫해에는 운이 따랐다. 내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보란듯이 더 좋은 기록으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호투하고도 패배 위기에 몰렸던 김광현이 기사회생했다. 올 시즌 승수 쌓기에 애를 먹고 있지만 투구 내용은 안정적이다.

김광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2021 MLB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6탈삼진 5피안타 1실점 했다. 0-1로 뒤진 6회말 1사 2루에서 내려왔는데, 바통을 이어받은 라이언 헬슬리가 이닝을 잘 막아 자책점은 더 늘지 않았다.

김광현이 MLB 데뷔 후 나선 13경기에서 단 1패도 기록하지 않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김광현은 올 시즌 5번째 등판에서 가장 많은 공 88개를 던졌다. 평균자책점(ERA·방어율)을 3.06에서 2.74로 낮췄다. 세인트루이스는 8회 동점을 만들고, 연장 11회에서 승리를 확정하며 4연승을 달렸다.

따라서 김광현은 빅리그 통산 13번째 등판에서도 패배하지 않았다. 지난해 데뷔전에서 마무리로 등판한 것 포함 8경기에서 4승을 따냈고, 올해 5경기에서 1승을 거뒀다. 데뷔 이래 무패다.

이날 타자들의 지원이 야속했다.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밀워키 선발 투수 프레디 페랄타에게 삼진을 8개나 헌납하며 김광현이 마운드에 있을 때 1점도 지원하지 못했다. 그래도 경기 후반 살아나며 패전은 면하게 해줬다. '김광현 등판=승리' 공식은 이날도 유효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지금껏 김광현이 출전한 날 11승 2패 호성적을 거뒀다. 승률로 따지면 84.6%다.

김광현은 1회 로렌조 케인, 트래비스 쇼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미 통산 1500탈삼진을 달성했다. 한국 KBO리그에서 삼진 1456개를 잡고 미국에 진출한 그는 직전 등판까지 42개를 보탰고, 이날 1500개 금자탑을 세웠다. 이후 강판할 때까지 4개를 더 추가했다.

김광현이 탈삼진율을 놓인 덕에 2년차에도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AP/연합뉴스]

김광현은 6회 선두 타자 케인에 중견수 쪽 2루타를 허용한 뒤 쇼를 상대로도 인정 2루타를 내주면서 실점하고 말았다. 이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해 말 현지 언론은 김광현의 낮은 탈삼진율과 낮은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을 근거로 2021시즌 부진을 예상했다. 실제 BABIP는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탈삼진율을 높인 덕에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김광현은 3승 1세이브 ERA 1.62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BABIP는 0.217이었다. 일반적으로 BABIP는 0.300 내외다. 지난해 류현진도 BABIP 0.303을 남겼다. 2020시즌 김광현이 다른 투수들보다 상대적으로 야수진 도움을 더 많이 받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올해 김광현의 BABIP는 0.343으로 치솟았다. 페어 지역에 들어온 타구가 안타가 되는 비율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광현은 2점대 ERA를 유지하고 있다. 탈삼진 능력을 끌어올린 덕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김광현은 9이닝당 삼진 5.54개(39이닝 삼진 24개)를 잡았다. 올해는 9.39(23이닝 삼진 24개)개로 늘렸다. 피안타는 늘었지만 삼진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줄이면서 실점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쉽게 지지 않는 투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김광현의 9이닝당 삼진 갯수는 지난해 5.54개에서 올해 9.39개로 늘었다. [사진=MLB 화상 인터뷰 캡처/연합뉴스]

상대 득점권에서 강해지는 면모 역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득점권 피안타율은 0.087(23타수 2안타)에 그친다. 시즌 피안타율 0.264보다 훨씬 낮다. 위기관리 능력까지 장착했다.

김광현은 지난해 시즌 종료 뒤 "운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내게도 운이 따르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실력으로 극복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까진 자신의 다짐대로 잘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김광현은 이날 경기 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등판할 때마다 팀이 승리해 만족스럽다"며 "다음 등판은 처음으로 서부에서 공을 던지는데,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선취점을 준 게 아쉽다. 컨디션은 앞선 두 경기보다 좋았다. 그래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었는데 6회가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6회가 마지막 이닝이라고 생각하고 던졌는데 공 한 개가 부족했다. (6회 1사 2루 위기에서) 쇼와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는데, 볼넷을 주기 싫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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