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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포' 추신수 아이러니, 공이 느려도 문제?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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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포' 추신수 아이러니, 공이 느려도 문제?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13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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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 공이 딱 맞네.”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1회초 앤더슨 프랑코의 시속 157㎞ 속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긴 추신수(39·SSG 랜더스)를 보고 동료들이 건넨 말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출신 추신수가 긴 침묵을 깼다. KBO리그(프로야구)에서 8경기 만에 홈런포와 멀티히트를 작렬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가능성과 함께 여전한 숙제를 남겼다.

이날 추신수는 3번타자 우익수로 나서 1회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올라 0-2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157㎞ 빠른공을 잡아당겨 선제 솔로포를 날렸다. 8경기 만에 터뜨린 시즌 8호 홈런.

SSG 랜더스 추신수(왼쪽)가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을 때려내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대는 공략법을 바꿨다. 더 느리게 던졌다. 3회 타석에선 130㎞대 체인지업 2개와 슬라이더에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엔 바뀐 투수 서준원을 맞았다. 속구는 단 하나였다. 또 129㎞ 슬라이더에 방망이가 헛돌았다. 삼진.

6회 팀이 4-0으로 앞선 2사 만루에 나선 추신수는 좌투수 김유영을 만났다. 144㎞ 빠른공에 빠른 타구를 만들어내며 1타점 내야안타를 기록했다. 8회 추신수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왼손투수 송재영은 속구 위주 투구를 펼쳤지만 좀처럼 존 안에 공을 넣지 못했다. 결과는 볼넷이었다.

추신수가 올 시즌 날린 홈런 7개 중에 5개가 빠른공이었다. 야구 통계 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번 해 추신수의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타율은 0.310로 변화구(0.231)에 비해 확연히 좋은 콘택트 능력을 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추신수는 “미국에서도 빠른 공에는 자신 있었다”며 “최근에 너무 안 되다 보니까 타석에서 방어적으로 나섰던 것 같다. 잘 보고 쳐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어서 소극적으로 타격했다. 그런데 프랑코의 공은 그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밝혔다.

추신수(왼쪽)는 "미국에서도 빠른 공에는 자신 있었다"며 홈런 비결에 대해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홈런을 날린 뒤 더그아웃에 들어가니 동료들에게 “이 공이 딱 맞네”라는 반응을 들었다. 빠른공에 강하고 반대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는 고민은 팀 동료들 사이에서도 공유되고 있었던 문제였다.

그럼에도 아직 타율은 0.215에 머물고 있다. 추신수는 “타율만 보면 아쉽다. 하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야구선수로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2015년은 1할도 안 되는 타율로 시작한 적도 있었다. 더 안 좋았던 시절을 되새기면서 슬럼프를 극복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슬로스타터로 잘 알려진 추신수다. 한 번 슬럼프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극복하고 난 뒤엔 무섭게 몰아치곤 했다. 단순히 공이 느려서라기보다는 타격감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빠른공에 대해선 유독 강하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안 맞는 순간에도 아직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내가 아직 부족하지만 팀이 이기고 연승하고 팀 분위기는 좋아서 그것만으로도 좋다”는 추신수. 수많은 슬럼프 탈출 경험이 있다. 아직 간절함과 감사함이 있기에 충분히 기대감을 가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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