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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살린 '슈퍼서브' 정주현, '바보야 문제는 수비야'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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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살린 '슈퍼서브' 정주현, '바보야 문제는 수비야'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14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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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같이 말했다. 당시 미국에 많은 문제가 있었으나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 경제라는 이야기였고 이 문구는 클린턴을 대통령 자리에 앉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가 만난 14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 선두 경쟁을 벌이는 두 팀이 만났다. 양 팀은 각각 내세울 만한 선발투수를 등판 시켰고 각자의 이유로 평소와는 다른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14일 삼성 라이온즈전 경기를 끝내는 정주현의 홈송구.

 

경기 초반부터 양 팀 선발의 호투가 펼쳐졌다. LG 정찬헌은 발군의 땅볼 유도 능력으로, 데이비드 뷰캐넌은 최고 시속 150㎞ 빠른공으로 LG 타자들을 압도했다.

투수들보다 흔들린 건 야수 쪽이었다. 1회초 정찬헌은 박해민에게 안타를 내줬는데, 이후 구자욱의 타석 때 2루수 김상수의 송구 실책이 나왔다. 박해민이 이를 틈타 빠르게 홈으로 파고 들었다. 손쉽게 출루를 허용한 탓에 LG는 박해민에게만 단 하나의 안타를 내주고도 2실점했다.

이날 LG 2루수는 신민재였다. 경기 전 류지현 감독은 “정주현이 최근 좋지 않다. 신민재가 베이스러닝이나 허슬플레이 등 전체적으로 팀에 도움이 됐다. 그런 게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5회초 결정적인 호수비를 펼친 정주현(오른쪽)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는 정찬헌.

 

그러나 류지현 감독은 빠르게 움직였다. 신민재가 두 차례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나자 5회초 수비에서 정주현에게 2루를 맡겼다. 정찬헌이 흔들리며 맞은 1사 2,3루 위기. 구자욱의 강한 타구가 우익수 방면으로 날아가려는 순간 정주현이 날아올랐다.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슈퍼캐치. 호흡을 가다듬은 정찬헌이 투수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삼성은 1회 쉽게 점수를 내고도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특히 3회말 유격수 김지찬의 연이은 실책으로 2점을 내줬다. 실책 2개는 물론이고 우익수 방면을 향하는 이천웅의 타구가 김지찬의 글러브를 넘어갈 때도 벤치에 머물고 있는 이학주가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3 역전을 허용했다.

1점을 힘겹게 따라갔지만 또다시 실수에 울어야 했다. 7회말 정주현의 타구가 우익수에게 향했는데 구자욱이 타구를 잃어버렸다. 한순간의 실수로 정주현은 3루까지 쉽게 파고들었다. 홍창기의 안타까지 나오며 LG는 4-3 역전했다.

정주현의 홈송구에 득점에 실패하는 삼성 김상수(가운데).<br>
정주현의 홈송구에 득점에 실패하는 삼성 김상수(가운데).

 

분위기를 탄 LG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정찬헌이 물러난 뒤 김대유(1⅓이닝)와 정우영(⅔이닝)이 호투를 펼쳤다. 9회 등판한 마무리 고우석이 2사 후 잠시 흔들렸다. 무사 1루 박해민의 우익수 방면 큼지막한 2루타가 나왔고 김상수는 2,3루를 지나 홈까지 파고들었다.

이번에도 수비가 LG를 살렸다. LG 우익수 홍창기가 빠르게 타구를 쫓아 송구했고 이를 건네받은 정주현이 홈으로 빠르게 공을 전달했다. 공은 김상수보다 빨리 홈에 도달했다. 4-3 LG의 짜릿한 승리.

결정적인 호수비 2개와 결승 득점을 이뤄낸 정주현은 이날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경기 후 5회 수비 장면에 대해 “원래라면 앞으로 가서 수비. 뒤쪽에 있던 게 운이 따랐다”며 “(정)찬헌이 형이 내야 땅볼을 많이 유도하니 그런 걸 미리 생각하고 나선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끝내기 홈송구에 대해서도 “맞는 순간 무조건 홈승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바운드로 홈에 던지려고 집중했다”고 전했다.

경기 후 정주현(오른쪽)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격려하는 류지현 감독.<br>
경기 후 정주현(오른쪽)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격려하는 류지현 감독.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정주현의 두 차례 결정적 호수비로 승리를 이끌 수 있었다”고 수비를 승리의 비결로 꼽았다.

벤치에서 스윙 연습을 한다든지 하는 무력시위를 펼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정주현은 “수비가 먼저이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팀을 승리로 이끈 3루타와 수비 중에서도 “당연히 수비를 잘한 게 더 기분 좋다”고 전했다.

반면 삼성은 이날 패배로 2위 LG에 1.5경기 차 추격을 당하게 됐다. 적팀이지만 정주현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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