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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 원두재 놓친 김학범호, 문제는 문화차이? [올림픽축구대표팀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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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 원두재 놓친 김학범호, 문제는 문화차이? [올림픽축구대표팀 명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2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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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일본은 이겨야 하는 나라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처음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학범(61)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24일 경기도 파주시 축구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치를 두 차례 평가전에 대비한 명단 발표와 기자회견을 겸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다음달 말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소집 훈련이기 때문에 28명을 뽑았다. 이강인(20·발렌시아)은 데려왔지만 송민규(22·포항 스틸러스), 원두재, 이동경(이상 24·울산 현대)은 명단에 없었다. A대표팀과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24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부럽다"고 정예 멤버를 꾸리지 못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개최국으로서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는 일본은 최정예 전력을 구성했다. 한국도 올림픽에 대한 생각은 남다르다. 병역 특례를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도 하고 과거부터 비롯된 메달지상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도 있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파울루 벤투(52) A대표팀 감독과 생각 차를 보였다. 조짐은 지난해부터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친선경기를 치르기 어려운 상황 속 작년 10월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스페셜 매치를 벌였는데 당시에도 명단 구성에서 갈등이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최대한 좋은 선수들로 구성해 대표팀과 대결을 펼치길 원했는데, 이 과정에서 벤투는 이동경과 원두재, 이동준을 선발했다. 올림픽대표팀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었다. 당시에도 김학범 감독은 중복될 수 있는 선수들의 선발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잘 이뤄지지 않았다.

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옥석가리기에 나서야 하는 김학범호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나서야 하는 벤투호가 동시에 선수단을 소집하게 된 것.

명단 발표를 앞두고 많은 의견을 나눴고 이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부회장,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등이 벤투 감독을 만나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벤투 감독은 “올림픽이 가진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에게도 병역적으로 어떤 혜택이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며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만난 건 사실이다.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잘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가진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파울루 벤투 축구 A대표팀 감독은 이강인은 내주면서도 23세 이하 선수인 송민규와 원두재, 이동경을 발탁해 김학범 감독이 씁쓸한 미소를 짓게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나 김학범 감독의 말은 달랐다.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감독으로선 선수 욕심이 없다면 자격 없는 것”이라면서도 “올림픽팀은 A대표팀 결정 수용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선수 구성을 놓고 보면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강인은 데려왔으나 현재 K리그 최고 수준 미드필더로 분류되는 원두재와 주가를 높이고 있는 공격수 송민규를 소집하지 못한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김학범 감독은 이를 문화차이로 규정했다. “유럽에선 올림픽에 대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서 생각 차이가 좀 컸지 않았나 싶다”며 “한국이나 일본은 올림픽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그런 부분은 아쉬움이 많은 남아 있는 건 사실이다. 일본은 이겨야 하는 나라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처음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올림픽대표팀은 와일드카드 선발 전 정예멤버를 가려야 할 중요한 기회다. A대표팀에게도 월드컵 최종예선을 향하기 위해 중요한 순간이기는 마찬가지다. 이강인을 양보했다고는 하지만 평소에도 꾸준히 지금까지 활용해보지 않던 송민규를 갑작스레 발탁한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황의조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기회를 줄지 또한 미지수다.

김학범호는 다음달 12일과 15일 제주에서 가나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이후 내달 말 와일드카드 3명이 포함된 최종 18인을 추리고 본선을 준비한다. 올림픽 B조에 속한 한국은 온두라스, 뉴질랜드, 루마니아와 겨뤄 8강 진출을 노린다.

■ 올림픽축구대표팀 가나 친선경기 대비 소집 명단(28명)

△ FW = 이승우(포르티모넨세)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동준(울산) 엄원상(광주) 조영욱(FC서울) 조규성 오세훈(이상 김천 상무)
△ MF = 김동현(강원) 백승호(전북) 정승원(대구) 이승모 이수빈(이상 포항) 맹성웅(안양) 김진규(부산) 이강인(발렌시아)
△ DF = 강윤성(제주) 김진야(서울) 윤종규(이상 서울) 이유현(전북) 윤종규 김태환(수원 삼성) 이상민(서울 이랜드) 정태욱 김재우(이상 대구) 설영우(울산) 이지솔(대전)
△ GK = 송범근(전북) 안준수(부산) 안찬기(수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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