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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감독' 한화 KIA 롯데, '리빌딩 공동체' 하위권 삼총사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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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감독' 한화 KIA 롯데, '리빌딩 공동체' 하위권 삼총사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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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가 기이한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통상 순위표를 보고 강중약으로 나누곤 하는데, 올해엔 확연히 앞서가는 팀 없이 0강 7중 3약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우승이 점쳐졌던 팀들의 부진 혹은 그렇지 않았던 팀들의 약진으로 인해 7팀이 5할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하위권에 자리한 세 팀도 못지 않은 관심을 끈다.

나란히 8~10위에 자리한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는 외국인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도 비슷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왼쪽),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두 감독.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두 팀은 리빌딩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팀을 재정비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기대주 잘 크고 있는데’ KIA, 부상-부진 늪에 빠지다

KIA는 지난해부터 맷 윌리엄스(56) 체제로 팀을 꾸려가고 있다. KBO리그 사상 3번째 순수 외국인 감독.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고 암흑기 탈출을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69), 2017년부터 2018년까지 SSG 랜더스 전신 SK 와이번스 사령탑에 올라 우승까지 이뤄냈던 트레이 힐만(58) 두 감독 모두 성공적 커리어를 써냈기에 기대감이 남달랐다.

그러나 KIA는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73승 71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직전 시즌 5할에 한참 못 미쳤던(0.437) 팀을 이길 수 있는 팀으로 바꿔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KIA는 2009년과 2017년 정상에 섰지만 연속성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우승을 한 뒤 내려앉는 게 반복됐다. 구조적으로 강한 팀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팀 체질 개선에 앞장선 윌리엄스 감독의 공로가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것. 늘어난 출전 기회 속에 불펜 정해영과 전상현, 야수 최원준, 이창진 등이 주전급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에도 새내기 삼총사 장민기, 이의리, 이승재의 프로 연착륙과 함께 김태진, 김민식, 이정훈, 박진태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도 윌리엄스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시즌 초반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큰 뜻을 품고 미국으로 향했고 최형우와 나지완 등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 거포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불펜 믿을맨 박준표는 시즌 초반 부진으로 인해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부상 부위에 주사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의리(왼쪽) 등 젊은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부여하고 있는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 [사진=연합뉴스]

 

반등 기회는 있다. 부상병들의 복귀다. 최형우가 6월 초 1군 복귀를 목표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고 박준표도 2군에서 공을 던지며 1군 콜업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8경기 1승 7패를 거두며 5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했는데 이들의 복귀는 이기는 경기에서 더 달아나고 뒷문을 확실히 걸어 잠그는 데 분명한 보탬이 될 것이다.

◆ ‘파격적 변화’ 한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화는 2018년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2019년 9위, 지난해 최하위에 머물렀다. 어찌보면 익숙한 자리로 돌아간 것. 프로야구 역사상 손에 꼽히는 ‘코끼리’ 김응용, ‘야신’ 김성근 감독의 손을 거쳤음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선수단 평균 연령은 올라갔고 이와 함께 한화에 대한 기대는 점차 내려갔다.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한화는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했다. 지난해 팀 내 타율 2위였던 이용규(키움 히어로즈)에게도 방출 통보를 했다. 그리고 카를로스 수베로(49) 감독을 선임하며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수베로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마이너리그 등에서 유망주 육성에 있어 좋은 평가를 얻은 지도자다. 한화는 멀리 내다봤고 장기적으로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베로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실패할 자유’를 강조했다. 실패를 두려워말고 과감히 시도해봐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이 가운데 불펜에선 윤호솔, 외야수 장운호와 내야수 노시환이 주전급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선발 김민우 또한 수베로 감독의 전폭적 신뢰 속에 벌써 5승(2패)을 따내며 토종 선발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도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실패를 두려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해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수베로 감독도 변화를 가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플레이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즌이 30% 가량 치러진 가운데 무조건적인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것. 지금껏 당근을 제공해왔다면 이제는 채찍을 가하며 선수들이 긴장감 속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달 부진했던 라이언 힐리의 반등세와 함께 상승 효과를 얻고 있다. 최근 5경기 연속 안타와 함께 해결사로 변신했고 한화는 3승 2패, 최하위에서 8위까지 올라섰다.

그렇다고 순위 급상승을 이룰 만한 특별한 요소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다른 팀들과 달리 조급할 이유는 없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한 것에서부터 천천히 걸어가기로 각오를 했기 때문.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느냐가 올 시즌 한화를 바라보는 관전포인트다.

◆ 감독교체 롯데, 시작은 미비했으나 끝은 창대할까

롯데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 11일 성적부진과 구단과 소통 문제를 겪은 허문회 감독을 경질한 것. 롯데는 2군 감독 래리 서튼(51)을 1군으로 승격시켰다. KIA, 한화와 마찬가지로 방향성은 리빌딩에 있었다.

지도자 경력은 가장 부족했으나 지난해 2군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내야수 오윤석과 외야수 김재유, 투수 이승헌과 최준용을 1군에 올려 보내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고 1군 지휘봉을 잡은 직후부터 과감한 변화를 줬다. 2군에서 외야수 신용수와 나승엽, 포수 지시완을 콜업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롯데 포수 지시완(왼쪽)은 서튼 감독 부임 후 많은 기회를 얻으며 주전 포수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임 감독 체제에서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던 지시완은 무력 시위라도 펼치듯 펄펄 날고 있다. 5월 콜업 후 타율 0.348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허 전 감독이 지적했던 수비에서도 우려했던 것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신인 나승엽은 2군에서와 달리 1군을 경험해보라는 취지에서 얻은 기회를 잘 살려내며 무난히 적응해내고 있다. 

지난 21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윤성빈을 2년여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려 보냈다. 2018년 18경기에서 활약한 뒤 1군에서 자취를 감춰 게으른 천재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2군에서 그를 지켜봐온 서튼 감독은 “최근 1~2년 사이 윤성빈은 다른 선수가 됐다”이라며 기회를 줬다. 윤성빈은 최고 시속 152㎞ 강속구를 뿌리며 공격적인 투구로 1군 복귀전을 마쳤다. 

물론 롯데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선발진이 최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아직 댄 스트레일리 외에는 꾸준함이 부족하고 불펜에선 최준용의 이탈과 김대우의 체력 저하 등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내복사근 부상으로 빠진 이대호에겐 복귀까지 3주 가량 시간이 필요할 예정이다. 올 초 뇌동맥류 수술을 받은 민병헌의 조기 합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몸 상태로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성민규 단장 취임 후 지난 시즌보다는 올해를 바라보고 팀을 구상했다고 했으나 여러 변수로 인해 이 또한 쉽지 않게 됐다. 한화와 마찬가지로 더 멀리 내다본다면 오히려 얻을 게 많은 시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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