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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 양강 사이를 비집고 서다 [김의겸의 해축돋보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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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 양강 사이를 비집고 서다 [김의겸의 해축돋보기(16)]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5.2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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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가 다시 한 번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양강 구도를 깨고 정상에 섰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버려졌던 루이스 수아레스가 우승을 확정짓는 결승골을 넣었으니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인과응보나 마찬가지입니다.

AT 마드리드는 지난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바야돌리드의 호세 소리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바야돌리드와 2020~2021 라리가 38라운드 최종전에서 후반 22분 나온 수아레스의 역전골에 힘입어 2-1로 이겼습니다. 승점 86을 쌓은 AT 마드리드는 2위 레알(승점 84)을 따돌리고, 2013~2014시즌 이후 7년 만에 라리가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았습니다. 

2017~2018시즌부터 2년 연속 리그에서 준우승하고, 2013~2014시즌과 2015~2016시즌 두 차례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좌절했던 AT 마드리드가 다시금 유럽을 호령할 준비를 마친 셈입니다.

공교롭게 레알과 바르셀로나의 전력은 최근 몇 년동안 눈에 띄게 약해졌습니다. AT의 이번 우승이 양강 구도를 깨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요?

[사진=라리가 제공]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양강 사이를 다시 한 번 비집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 창까지 장착한 '시메오네표' 방패

AT 마드리드는 그동안 수비축구 대명사로 통했습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4-4-2 대형을 세우고 선수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에 기반한 콤팩트한 축구를 구사해왔죠. 단단한 뒷문이 그동안 AT 마드리드를 유럽 정상권에 머물게 한 원동력이었지만 한편으론 수비에 비해 아쉬운 공격력 탓에 마지막 한 끗 차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따랐습니다.

올 시즌 AT 마드리드는 그런 비판을 이겨내고 환골탈태 했습니다. 득점왕(피치치) 리오넬 메시(30골)를 앞세운 바르셀로나(85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레알과 67골 동률을 이루며 팀 득점 2위에 올랐습니다.

3위에 머문 2019~2020시즌 51골로 팀 득점 7위, 아쉽게 2위로 마친 2018~2019시즌 5위(55골)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득점력을 향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2013~2014시즌에도 레알(104골)과 바르셀로나(100골)가 화력을 과시한 반면 AT 마드리드는 77골만 넣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그들의 공격 완성도가 높아졌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시메오네 감독은 공격적인 3-5-2 전형으로 변화를 꾀했고, 이적생 수아레스가 날아오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경기 막판 10분 동안 11골이나 몰아치며 승점을 쌓았고, 마지막 5경기에서 4승을 따낸 덕에 2위에 승점 2 앞선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홈구장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15승 3무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습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하며 AT 마드리드를 7년 만에 라리가 정상에 올렸습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 수아레스 원맨팀? 면면 살펴보면

그 중심에 단연 수아레스가 있습니다. 6년 동안 몸 담으며 라리가 우승 4회, UCL 우승 1회를 일군 바르셀로나의 영웅이었지만 전화로 방출 통보를 받았으니 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바르셀로나 시절 절반 수준 연봉에 AT 마드리드로 이적했지만 보란 듯이 건재함을 과시하며 개인 통산 5번째 라리가 우승 트로피를 따냈습니다. 21골로 1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하며 부문 4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마지막 2경기에서 모두 결승골로 2-1 한 점 차 승리를 견인했으니 영웅이라 칭해도 무방합니다.

수아레스는 경기 뒤 "지난여름 평가절하 당해 참 힘들었다. 가족들도 고통 받았다. 그때 AT 마드리드가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내가 어떤 선수인지 증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팀에 트로피를 안긴 뒤 그는 그간 겪은 설움에 감정이 차올랐는지 피치 위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마르코스 요렌테는 올 시즌 톱 공격수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시즌 말미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뛴 그는 올 시즌 최전방으로 진격해 12골 11도움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유이'하게 10(골)-10(도움)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죠. 이밖에 앙헬 코레아(9골 8도움), 주앙 펠릭스(7골 5도움)도 '알레띠'의 공격축구에 한 몫 했습니다.

코케는 7년 전과 마찬가지로 중원을 지켰고, 센터백 스테판 사비치는 스리백과 포백을 가리지 않고 수비 중심을 잡았습니다. 패스성공률 85%로 빌드업 중추 역할을 했습니다. 골키퍼 얀 오블락은 변함 없는 기량으로 팀을 최소실점(25골) 구단으로 만들었습니다. 좌우 윙백 야닉 카라스코(6골 10도움)와 키에런 트리피어(6도움)는 AT 마드리드가 스리백을 구사할 수 있도록 공수 양면에서 엔진 구실을 했죠. 특히 트리피어는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이후 라리가에서 우승한 첫 번째 잉글랜드 선수가 됐죠.

[사진=라리가 제공]
루이스 수아레스는 보란 듯이 건재함을 과시하며 개인 5번째 라리가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AT 마드리드는 올 시즌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했는데, 라이트백 키에런 트리피어가 전술적으로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AT 마드리드는 올 시즌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했는데, 라이트백 키에런 트리피어가 전술적으로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 '2강' 몰락, 기회 잡은 알레띠

7년 전 AT 마드리드 우승은 축구계에 기념비적인 사건이었습니다. 2003~2004시즌 발렌시아 이후 10년 만에 바르셀로나-레알 양강 구도를 무너뜨렸기 때문이죠. 이후 6년간 다시 바르셀로나(4회)와 레알(2회)이 천하를 양분했죠.

올 시즌 바르셀로나와 레알 스쿼드는 많이 약해졌습니다. 네임밸류도, 경기력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바르셀로나는 간판 메시 이적설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시즌 전 메시는 조셉 마리아 바르메토우 전 회장 등 구단 고위층과 갈등을 빚은 뒤 이적을 선언했죠. 하지만 7억 유로(9570억 원)에 달하는 바이아웃(이적 허용 최소 이적료) 조항 때문에 ‘강제’ 잔류했습니다. 허나 오는 7월 부로 계약이 종료돼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만큼 이제는 정말 팀을 떠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듯 보입니다.

메시, 호르디 알바,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 과거 트레블(3관왕) 주역이 여전히 팀을 지켰지만 데스트(21), 페드리, 안수 파티(이상 19) 등 어린 유망주들이 주전급으로 활약할 수밖에 없을 만큼 스타가 부족했습니다. 앙투안 그리즈만(13골 7도움)이 분투했지만 여전히 크나큰 기대치에 못 미쳤고, 우스만 뎀벨레(6골 3도움) 역시 평범했습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수아레스를 비롯해 아르투로 비달(인터밀란), 이반 라키티치(세비야), 아르투르 멜루(유벤투스)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보냈지만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습니다. 결국 UCL에서도 16강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메시가 정말 팀을 떠난다면 바르셀로나가 어디까지 추락할 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리오넬 메시가 정말 바르셀로나를 떠날까요? [사진=AP/연합뉴스]
레알 공격진에선 카림 벤제마가 독야청청 빛났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레알 역시 전방에서 카림 벤제마(23골 9도움)만 독야청청 빛났습니다. 벤제마 외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공격수가 없습니다. 뒤를 잇는 게 카세미루(6골)와 루카 모드리치(5골)였으니 말 다했습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마르코 아센시오, 호드리고는 언제쯤 레알 이름값에 어울리는 선수로 성장할까요. 이적료 1억3000만 유로(2058억 원)에 합류한 에당 아자르는 다시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토트넘 홋스퍼로 임대돼 부활한 가레스 베일은 은퇴를 예고했습니다.

이른바 '크카모'로 불리는 미드필더 3인방 토니 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가 아직도 주전급이라는 사실은 레알의 현실을 말해줍니다. 세르히오 라모스도 올 시즌에는 부상으로 리그 15경기 출장에 그쳤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UEFA 유로(EURO) 2021에 출전할 스페인 국가대표팀 명단에 레알 선수가 한 명도 없는 건 굴욕 수준입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양 팀은 설상가상 UEFA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전망입니다. 지난 시즌 도중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창설에 앞장서더니 다른 나라 빅클럽들과 달리 여전히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이들이 UCL 2시즌 출전 금지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AT 마드리드가 스페인 패권을 장악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걸까요. 이번 우승이 라리가 역사에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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