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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보아 음감회, '가사를 곱씹어 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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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보아 음감회, '가사를 곱씹어 주시면 안될까요?'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5.1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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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새벽 2시 같았다. 텅 빈 더블린 거리, 말없이 서 있는 옷가게 마네킹이 유일한 가운데 약간은 처연한, 어쩌면 아련한 기타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름한 옷차림에 낡은 기타를 둘러멘 한 남자가 눈을 감은 채 노래를 시작했다. 툭툭 던지듯 시작된 노래는 후렴구에서 아픈 사랑에 대한 슬픔을 가차없이 쏟아냈다.

▲ 사진=영화 원스 스틸컷

I'm scratching at the surface now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And I'm trying hard to work it out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

So much has gone misunderstood
수많은 오해가 겹겹이 쌓이고

This mystery only leads to doubt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아픔만 남겼지

- Say it to me now 노래 가사중

푹풍처럼 휘몰아치는 배우 글랜 핸사드의 목소리에 내뱉은 호흡마저 다시 삼킬 수 없었다. 그렇게 영화 '원스(Once)는 시작됐다. 그리고 이어진 영화의 내용을 보며 그가 왜 그토록 아파했는지, 왜 그런 가사를 썻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공개된 보아의 정규 8집 트랙리스트

'이번 앨범을 통해 보아가 노래도 만든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보아는 원스의 글랜 핸사드처럼 싱어송라이터는 아니었다. 기획사의 철저한 준비 끝에 혜성처럼 나타난 원조 아이돌 댄스가수가 그의 시작이었다. 초등학생이 아닌 국민학생으로 불리던 시절, 그의 No.1 무대를 군대 내무반에서 본 나로서는 서른을 맞이한 보아가 낯설기만 했다. 게다가 내로라하는 SM엔터의 무려 권이사님이라니!

작사와 작곡을 했다는 것은 노래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뜻이다. 서른을 맞이한 보아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행사명 또한 '정규8집 키스 마이 립스 발매기념 음감회(음악감상회)'가 아닌가? 어쩌면 원스의 감동을 라이브로 느낄 수 있겠다 싶은 약간의 설렘이 있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줍은 미소로 등장한 보아는 진행을 맡은 슈퍼주니어 은혁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히 8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소개했다.

타이틀곡에 대해 기획사 측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독특한 신디 사이저의 리프와 사운드가 매력적인 미니멀한 팝 곡으로, 중저음을 강조한 보아의 섹시한 보컬이 곡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킨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 그랬다. 큰 홀을 가득 채운 그의 노래는 변함없이 리드미컬했고 고급스러웠다. 보아와 은혁이 노래에 온몸을 맞긴 채 리듬을 타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으니 분명히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1분씩 총 6곡의 앨범 수록 곡이 짧은 곡 소개와 함께 들려졌다.

 

좋았다. 그러나 뭔가 아쉬웠다. 곡을 직접 만든 당사자로서 어떤 사연으로 또는 어떤 의미로 가사를 쓰고 리듬을 입혔는지를 알고 싶었다. 충분한 설명도 없었고 게다가 1분만 들은 탓에 곡의 클라이맥스라고 볼 수 있는 후렴구는 듣지도 못했다.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 없었다.

온전한 노래를 듣고,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공감을 나눌 수 있은 음감회를 기대했다. 예를 들면, 수록곡 'Home'에 이런 가사가 있다

'I KNOW 세상은 너무나 힘들어요. 항상 강한 모습만을 원해요. 잠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자신을 안아줘요.'

 

어쩌면 서른 해를 지나며 아시아의 별이 되기까지, 그리고 지금도 대중들의 과도한 관심 속에 힘들 보아의 생각이 드러난 부분이 아닐까? 보아는 연필을 만지작거리며 혹은 키보드를 조심스레 두드리며 이 가사를 썼을 터,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기타가 부서져라 연주하며 헤어진 연인에 대한 후회를 토해내듯 노래한 글랜 핸사드를 보며 그가 쓴 가사의 내용을 곱씹을 수 있었듯이 보아의 다음 번 9집 앨범기념 음감회에서는 좀 더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길 바라 본다.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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