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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FC, 국적 가리지 않는 골 침묵 [K리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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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FC, 국적 가리지 않는 골 침묵 [K리그2]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05.3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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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서울 이랜드FC 공격력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존 외국인 선수들이 동반 부진하고 있는 데다 조커 역할을 쏠쏠히 해주던 국내 선수들까지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랜드는 지난 29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2(프로축구 2부) 대전 하나시티즌과 14라운드 홈경기에서 0-1로 졌다. 경기 초반 라인을 끌어올려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빈약한 공격에 고전했다. 전반 35분 파투에게 허용한 결승골을 만회하지 못해 승점 3 추가에 실패했다.

12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서울 이랜드 베네가스. [사진=서울 이랜드 제공]
12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서울 이랜드 베네가스. [사진=서울 이랜드 제공]

시즌 초반 단독 선두를 지키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이랜드는 최근 깊어진 부진에 애를 먹고 있다. 대한축구협회(FA)컵 포함 5월 1승 3무 1패에 그쳤고, 리그 순위도 어느새 6위까지 떨어졌다.

주요인은 단연 공격력 약화다. 시즌 초반과 다른 흐름이다. 이랜드는 리그 5라운드까지 총 12골을 넣었다. 멀티득점 생산 경기도 3경기나 될 만큼 강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후 리그 7경기에서 6골에 그쳤다.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고, 승점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 공격수 3인방이 동시에 부진한 탓이 크다. 레안드로가 최근 리그 7경기에서 2도움을 올리는데 머물렀고, 베네가스는 2라운드 김천 상무전 이후 득점이 없다. 바비오는 퍼포먼스 저하로 출전 시간마저 줄어들었다.

타개책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발진에 변화를 줄 법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이랜드는 이전 경기들과 비슷한 라인업과 전술을 들고 나왔다. 바비오를 뺀 오른쪽 윙 포워드 자리에 유정완을 선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을 뿐이다. 기존 외국인 공격수 간 조직력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정정용 감독 계산이었다.

우려와 달리 경기 초반 이랜드 외국인 공격수 파괴력이 빛났다. 유정완이 활발하게 움직여 측면 공간을 만들어냈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스위칭 플레이에 능한 레안드로가 빈 곳을 빠르게 점유해 여러 득점 기회를 잡았다.

최근 보여준 최악의 경기력 탓에 비판을 피하지 못한 베네가스도 전방에서 분전했다. 페널티박스 안에만 머물지 않고 활동량을 늘려 1선 자원들과 섬세한 패턴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 15분 고재현 크로스를 강력한 헤더로 연결하는 등 이전 경기와 다른 적극성을 보였다. 경기가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이랜드 공격력 회복은 시간문제인 듯 보였다.

페널티킥을 놓치고 아쉬워 하는 서울 이랜드 레안드로. [사진=서울 이랜드 제공]
페널티킥을 놓치고 아쉬워하는 서울 이랜드 레안드로. [사진=서울 이랜드 제공]

그러나 대전 수비 진영이 후방을 정비, 라인을 촘촘히 하자 이랜드 파괴력은 반감됐다. 상대 수비를 좀처럼 뚫어내지 못했다. 일대일 매치업에서 철저하게 밀린 데다 전진 패스와 크로스 적중률마저 낮았다. 심지어 레안드로와 베네가스는 이따금씩 찾아온 득점 기회도 놓치기 일쑤였다.

결국 정정용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변화를 택했다. 토종 공격수를 투입했다. 이랜드는 올 시즌 초부터 국내 공격수를 후반 교체 자원으로 활용해 재미를 봤다. 김정환이 1, 2라운드와 5라운드 전부 교체 투입돼 득점을 터뜨린 바 있고, 한의권도 마찬가지로 주로 후반에 출전해 7경기에서 2골을 적중하는 순도 높은 결정력을 뽐냈다.

이날 선택은 김민균과 한의권. 김민균은 중앙에서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1선 공격 활용을 위해선 2선에서 양질의 패스가 투입돼야만 했다. 김민균은 투입 후 공격에 큰 힘을 보탰다. 짧은 패스와 한 박자 빠른 크로스 등 아기자기한 플레이로 답답했던 분위기를 바꿨다.

한의권 역시 찬스를 잡기 위해 종횡무진했다. 특유의 속도감 있는 공격을 통해 경기 템포를 끌어올렸다. 전반전 베네가스와 다른 공격 패턴에 대전 수비가 당황했다.

하지만 서울 이랜드 공격 개선은 한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2선에선 상대 압박을 피하는 볼 돌리기가 이어질 뿐이었고, 한의권은 최전방에서 버텨주는 플레이에 집중하기보다 측면으로 빠지는 플레이에 중점을 뒀다. 전방으로 볼이 투입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득점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운 또한 그들을 외면했다. 이랜드는 경기 종료 직전 대전 이진현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서 정정용 감독이 “레안드로가 훈련 때마다 페널티킥을 연습한다. 키커를 레안드로로 정해놨다”고 밝힌 비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킥에 자신이 있는 레안드로가 나섰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그의 슛은 물기를 가득 머금은 잔디에 밀려 골대를 강타했다.

결국 이랜드는 90분 내내 빈공에 발목이 잡혀 영패를 피하지 못했다. 믿었던 외국인 공격수들의 퍼포먼스 저하를 다시 확인했고, 회심의 토종 공격수 교체카드도 실패에 그쳤다. 활용할만한 공격 옵션을 모두 써본 상황에서 더 이상 매력적인 카드가 남지 않았다는 작금의 현실 또한 이랜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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