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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 LG 오지환, 이렇게 베테랑이 된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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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 LG 오지환, 이렇게 베테랑이 된다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31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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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화려한 수비와 임팩트 있는 타격. 반면에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나오는 실책.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오지배’였다. 그러나 프로 13년차를 맞은 오지환(31·LG 트윈스)은 이제 자신은 물론이고 동료들까지도 어우를 수 있는 늠름한 베테랑이 됐다.

오지환은 30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부상을 털고 선발 복귀했다. 3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팀 8-2 대승을 이끌었다.

오지환이 없는 동안 LG는 3승 5패로 부진했다. 팀 순위도 1위에서 6위까지 추락했었다. 이날 승리로 26승 21패, LG는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다시 공동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지난 2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열흘 만에 복귀한 오지환은 이날 2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2회 내야땅볼을 치고도 상대 실책으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한 뒤 6회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우중간 대형 3루타를 때려냈다. 8회에도 우전 안타를 치며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류지현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베테랑 유격수의 합류가 공수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다는 것.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아는 오지환도 동료들에게 자리를 비운 미안함을 나타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부상 이탈 전까지 타율 0.220에 허덕였다. 4월엔 0.188로 더 안 좋았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안구건조증으로 이어졌고 심리적으로 더 쫓겼다. 공이 제대로 보일 리 없었다.

팀이 선두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휴식을 위해 빠진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더 멀리 내다보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열흘 휴식은 결국 약이 됐다. 좋은 의미에서 ‘오지배’가 됐다.

신인 이영빈(19)이 잘 버텨준 것도 오지환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오지환 이탈 이후 1군에 합류한 이영빈은 타율 0.333을 기록했다. 오지환도 직속 후배를 격려했고 이영빈은 오지환의 복귀 후에도 1군에 잔류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기대 이상 활약에도 아직은 오지환의 존재감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오지환은 경쟁·위기 의식과 함께 후배를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지환은 “(이)영빈이에게 선발 출전 전에 떨지 말고 네가 그 자리에 나가면 네가 주전이라는 격려 메시지를 보냈었다”며 “난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경기에 나선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서 내가 뭔가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런 게 없으면 존재감이 들지 않는다”며 나아가 백업 선수들을 향해서도 “좀 더 욕심을 냈으면 한다. 수비는 기본이고 기회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를 던진 오지환이다. 경기장 밖에서도 팀을 지배하는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끊임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자세도 귀감이 될 만하다. 경기 종료를 앞둔 9회 2사 1루에서 키움 이지영의 타구를 잡다가 실책을 저질렀다.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크게 앞선 상황이라 승부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지환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멀티히트보다 수비가 중요했는데 마지막에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며 9회에 마운드에게도 미안함을 나타냈다. 오지환이 동료와 팀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반등을 기대하게 만드는 예감 좋은 출발을 알렸다. 오지환은 시즌 초반 부진한 적이 많았다. 류지현 감독에 따르면 시즌 중후반으로 갈수록,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 등에 타율 등 타격 지표가 상승했다. 오지환의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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