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33 (금)
손흥민 미소 이유, 베테랑도 부러운 정상빈 당돌함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상태바
손흥민 미소 이유, 베테랑도 부러운 정상빈 당돌함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04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0년 전 당돌했던 약관의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도 이제 어엿한 베테랑이 됐다. 어린 후배들을 바라보는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담겨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정상빈(19·수원 삼성), 송민규(22·포항 스틸러스) 등을 보며 10년 전 자신을 떠올렸다.

K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후배들을 통해 오히려 자신보다도 더 당돌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부러워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앞둔 손흥민이 3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어느덧 90번째 A매치 출전을 바라보고 있는 손흥민이다. 2010년 첫 태극마크를 달고 센추리클럽이 눈앞에 보이는 위치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대표팀 주장이 된 손흥민은 어린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역할까지도 맡고 있다.

정상빈과 송민규 등에겐 손흥민은 그야말로 연예인 혹은 TV에서만 보던 스타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 첫 합류한 이들은 과감한 돌파와 정교한 슛을 바탕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데 이를 주무기로 ‘월드클래스’ 대열에 합류한 손흥민이 더 거대해 보일 수밖에 없다.

손흥민 곁을 서성이며 ‘소년팬’과 다름 없었다. 손흥민은 3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상빈이가 쫄래쫄래 와서는 말도 못 하고 있더라”며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불편한 분위기가 싫어 상빈이, (송)민규 등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 귀여웠다”고 말했다.

오랜 만에 김신욱(오른쪽)과 조우해 밝은 미소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도 그럴 때가 있었다. 2010년 첫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 등 이미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배들 틈 속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김신욱(33·상하이 선화)이 적응에 도움을 줬다.

손흥민은 “상빈이, 민규 등 어린 선수들을 보면 (김)신욱이 형이 어릴 때부터 괴롭히면서 귀여워해 줬던 추억이 떠오른다. 더 잘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미소지었다.

대표팀도 처음이었지만 어린 나이에 유학을 떠나 익숙한 동료들도 없었다. 김신욱은 특유의 장난기를 발휘하며 손흥민을 구박하듯 놀리며 대표팀 생활 적응을 도왔다. 이들은 급속도로 친해졌고 키 차이와 훈련장에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자주 보이며 ‘톰과 제리’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표팀엔 오랜 만에 손흥민과 김신욱이 다시 공격수로 선발됐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서와 달리 어린 선수들은 피치에 들어서면 누구보다 과감했고 자신감 넘쳤다. 손흥민은 “어린 선수들이 경기장에선 당돌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을 칭찬해주고 싶다. 나도 당돌하게 플레이했지만 그렇게까지 못했던 것 같다”며 “발전하는 게 보여 뿌듯하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친구들이기에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고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돌함으로 똘똘 뭉친 정상빈(오른쪽)은 손흥민의 호평을 받으며 A대표팀 데뷔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오는 5일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시작으로 9일 스리랑카, 13일 레바논과 격돌한다.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에 성공한 아시아의 강호지만 당장 최종예선행도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의 이탈로 1위로 올라서긴 했으나 레바논과 2승 1무, 승점 7로 득실차에서만 앞서 있고 투르크메니스탄(승점 6)에도 바짝 쫓기고 있다.

손흥민은 “특별히 각오라고 할 것도 없다. 잘 준비해 많은 축구 팬들께 지금껏보다 좋은 경기를 보여드려야 한다”며 “좋은 결과는 장담하진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 스리랑카전 이후 득점이 없는 손흥민이다. 침묵을 깨고 골망을 흔든다면 후배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 큰 성장 동력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