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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님, 손흥민 휴식이 얼마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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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님, 손흥민 휴식이 얼마만입니까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6.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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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 모처럼 벤치를 지켰다. 한국 축구 간판으로 올라선 뒤에는 국가대표팀에서 휴식한 게 언제였는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그동안 헌신했고 한편으로 혹사했다.

'벤투호' 주장 손흥민은 9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스리랑카전 벤치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 나서진 않았다. 

대표팀은 손흥민 없이도 아시아에서도 최약체로 통하는 피파랭킹 204위 스리랑카를 5-0 대파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2위 레바논이 투르크메니스탄에 패하면서, 오는 13일 레바논전에서 지더라도 사실상 조 1위로 최종예선에 진출하게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부상 없는 손흥민이 선발 출전하지 않은 건 이번 스리랑카전이 처음이다. 그동안 소집됐다 하면 어김 없이 스타팅라인업에 들었다. 기성용(FC서울)이 은퇴한 뒤 주장 완장을 달고 팀을 이끌어왔다.

[고양=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손흥민
[고양=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손흥민(오른쪽 세 번째)이 모처럼 대표팀 벤치를 지켰다.

벤투 감독은 오랫동안 손흥민을 혹사한다는 비판과 직면해왔다.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늘 강행군을 벌이는 손흥민이다. 특히 2018 러시아 월드컵 전후로는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각종 투어 일정을 마치고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무대를 연달아 밟은 뒤 토트넘에서 다시 종횡무진했다. A매치 주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2018~2019시즌 해리 케인 등 주축 동료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분투하며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올리는 등 수많은 경기를 치렀다. 그 과정에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때 극한의 일정과 마주했다. 영국 런던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일전을 치르고 곧장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향해 중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 나섰다. 2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한국시간으로 맨유전은 1월 14일, 중국전은 16일 열렸다. 

손흥민 활약에 힘입어 중국을 완파한 한국은 16강에서 연장 혈투를 벌이더니 8강에서 우승팀 카타르에 져 탈락하고 말았다. 중국전에서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라인업을 활용, 조 1위를 확보해 토너먼트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복안이었지만 지친 손흥민의 위력은 떨어졌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이후 벤투 감독의 손흥민 혹사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지난해 11월에도 이틀 간격(한국시간 기준)을 두고 열린 멕시코, 카타르와 A매치 2연전에 '캡틴' 손흥민은 교체 아웃되는 일 없이 뛰었다. 대표팀 자원 여럿이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선수 운용에 여유가 없었다고는 하나 가뜩이나 힘든 손흥민이 지나치게 빠듯한 일정을 견뎌야 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평가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려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에는 급작스레 잡힌 한일전 소집명단에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손흥민을 포함해 빈축을 샀다. 결국 부상 여파로 손흥민은 엔트리에서 빠졌다. 

손흥민을 매번 선발로 기용하는 것은 이해한다 치더라도 경기 중요도나 스코어에 따라 이른 시간 벤치로 불러들일 수 있던 상황이 많았음에도 예외 없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뛰게 했다. 월드컵 같은 중요한 대회에서 손흥민이 벤치를 지키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시안컵이나 지역예선 등 일정에선 때로 손흥민의 컨디션을 위해 휴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 손흥민이 부상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빠지는 상황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출전시간이 부족했던 선수들을 점검할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많았다.

[고양=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손흥민
[고양=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손흥민 혹사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손흥민은 이번에 대표팀에 합류한 뒤 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혹사 논란에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잘 모르겠다. (최근 A매치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었다. (혹사 논란은) 항상 따라다니는 것 같다. 훈련만 하려고 축구를 하진 않는다. 경기를 뛰기 위해 축구를 한다. 체력적으로 대표팀을 오가는 게 피곤할 때도 있다. 오랜 비행과 시차 적응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항상 설렘과 책임감을 안고 대표팀에 온다.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한일전 호출 건에 대해서도 "솔직히 일본과 경기하면서 누가 지고 싶겠나. (동료들이)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한국 축구 팬 입장에선 안타까웠다. 그래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가려고 했다"고 돌아보며 "많은 축구 팬들이 실망한 만큼 이번 경기를 통해 그런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경기력,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어떤 시스템에 놓여있고, 어떤 스케줄을 소화하는 지와 별개로 대표팀에 올 때는 대표팀 시스템에 맞출 것을 요구한다. 전술의 핵 손흥민은 남다른 사명감으로 양팀을 오가며 군말 없이 헌신해왔다.

한편으로 벤투호는 주전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만큼 플랜 A가 확고하다. 앞으로도 투톱이든 스리톱이든 손흥민은 반드시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벤투 감독 성향상 경기 중요도가 훨씬 큰 최종예선에서 손흥민이 휴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손흥민에게 이번 스리랑카전 벤치 대기는 지난 여정에 대한 보상이면서 한편으로 앞으로 놓인 중요한 경기들을 앞두고 쉼표와 같은 경기였다. 지난 5일 투르크메니스탄전까지 A매치 90경기를 채운 손흥민은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100경기를 충족해 센추리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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