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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강릉고 엔딩, 불모지서 야구도시로! 그리고 최지민 [황금사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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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강릉고 엔딩, 불모지서 야구도시로! 그리고 최지민 [황금사자기]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15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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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번에도 마지막에 웃은 건 강릉고등학교였다. ‘야구 불모지’는 이제 옛말이 됐다. 강릉고의 연이은 선전은 야구계에 뿌리박혀 있는 인식을 싹 바꿔놨다.

최재호 감독(60)이 이끄는 강릉고는 14일 서울시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대구고를 13-4로 대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1975년 창단 후 46년만의 첫 대회 우승.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을지 모른다. 지난해 대통령배에서 정상에 오른 강릉고는 앞서 2019년 청룡기와 봉황대기에서 결승에 나섰고 지난해에도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차지했다. 재수 끝에 결국 황금사자기마저 제패했다.

황금사자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릉고 선수들이 최재호 감독(가운데)을 헹가래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동아일보 제공]

 

1점씩 주고 받으며 이어가던 팽팽한 균형은 4회 깨졌다. 4회초 2사 1,3루에서 마운드에 최지민(18)이 올라선 뒤 부터였다. 유격수 땅볼로 위기를 막은 최지민은 8회초까지 4⅓이닝을 2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 사이 강릉고 타선은 화력을 뽐냈다. 4회말 5득점하며 6-1까지 달아났고 5회말에도 김륜휘와 허인재의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더 추가했다.

6회초 1점을 내주긴 했으나 6,7회 각각 2점씩을 보태며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했다. 특히 8회초엔 무사 1,2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나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삼중살을 펼친 수비의 도움 속에 위기에서 완벽히 탈출했다. 9회 확정되자 강릉고 선수들은 준비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해 가장 돋보였던 건 김진욱(19·롯데 자이언츠)이었다. 특급활약을 펼치며 강릉고를 정상에 올려놓은 ‘특급좌완’은 이후 롯데에 2차 1라운드 지명됐다.

에이스 최지민은 지난해 김진욱에 버금가는 투구로 MVP를 차지했다. [사진=동아일보 제공]

 

그 역할을 넘겨받은 건 최지민. 이번 대회 5경기 17이닝 동안 3승 평균자책점(ERA) 0.43으로 맹활약한 그는 최우수선수(MVP)와 우수투수상까지 2관왕에 오른 뒤 가진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김진욱) 형 없어도 여기까지 잘 올라오고 저희가 우승했다”며 기뻐했다.

아픈만큼 성장했다. 1년 전 최지민은 뼈아픈 경험을 했다. 2학년이던 당시 김해고와 대회 결승에서 9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했으나 3-3으로 맞선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평소 김진욱을 롤 모델 삼고 많은 조언을 받았던 최지민은 선배도 하지 못했던 황금사자기 우승트로피를 팀에 선물했다.

김진욱, 그리고 최지민. 같은 학교에서 1년 차이로 이처럼 뛰어난 투수가 나오고 2년 연속 정상에 오른다는 건 과거엔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강원도는 야구계에서 변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강릉고를 대표하는 야구 선수라고 하면 이재주(은퇴‧현대-KIA), 홍성민(NC 다이노스), 박진형(롯데), 조수행(두산 베어스) 정도였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꼽을 만한 이는 없었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타격왕까지 오른 차동영(오른쪽). [사진=동아일보 제공]

 

그러나 2016년 최재호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최 감독은 2004년 덕수정보고(현 덕수고)를 황금사자기 정상에 올려놓는 등 고교야구계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올해 황금사자기도 최 감독 개인 통산 9번째 전국 대회 우승이다.

강릉고는 각 지역 명문고에 비해 선수 수급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강릉고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유망한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 더욱 열심히 전국을 돌았다. 이날 결승 타점의 주인공 정승우, 차동영을 타 학교에서 데려오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부단히 노력했고 팀워크를 다지려했다. 선수를 보는 눈은 물론이고 키워내는 능력도 발군이었다. 김진욱과 최지민을 연달아 만들어낸 게 대표적.

최지민뿐 아니다. 3루수 정승우는 수훈상을, 포수 차동영은 20타수 11안타, 타율 0.550으로 타격상과 최다안타상을 차지했다. 이들을 지도한 최재호 감독은 감독상 영예를 누렸다. 강릉고 민성민 부장과 최종선 교장은 나란히 지도상과 공로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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