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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중 올림픽' 일본, 정치-스포츠 분리 논하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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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중 올림픽' 일본, 정치-스포츠 분리 논하다?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6.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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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일본은 결국 2020 도쿄 올림픽을 유관중으로 치르겠다는 방침이다. 정권 연장을 노리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 의지가 깃든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림픽 공식 지도에서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에 편입한 일본이 올림픽을 정치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都),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21일 열린 5자 협의에서 도쿄 올림픽 유관중 개최를 결정했다.

스가 총리는 그동안 '도쿄 올림픽 관중 상한을 국내 대형 이벤트 인원 제한을 기준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회의에서 스가 총리가 그동안 제시한 입장이 관철됐다.

하시모토 세이코 조직위 회장은 이날 5자 협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도쿄 올림픽 관중 상한을 경기장 수용인원 50%, 최대 1만 명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스가 총리가 바라던 대로 도쿄 올림픽이 일단 유관중 개최로 가닥을 잡았다. [사진=연합뉴스]
하시모토 세이코(왼쪽)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은 21일 IOC 등과 5각 회의를 마친 뒤 "도쿄 올림픽 관중 상한을 경기장 수용인원 50%, 최대 1만 명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사진=AP/연합뉴스]

앞서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나 그 전 단계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해제된 지역에서 열리는 스포츠 대회를 포함한 대형 이벤트는 정원 50% 이내, 최대 1만 명까지 관중을 수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도쿄도는 이날부터 긴급사태가 해제됐고, 내달 11일까지 중점조치가 적용된다. 12일부터 중점조치가 해제되면 정원 50% 이내 최다 1만 명까지 관중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단 개회식의 경우 일반 관중과 대회 관계자를 더해 상한을 2만 명으로 늘릴 가능성은 있다.

개회식이 열리는 도쿄 신주쿠구 소재 국립경기장 정원은 6만8000명. 일본 정부와 조직위는 당초 개회식 입장 인원을 스폰서 등 대회 관계자 1만500명, IOC와 국회의원 등 행사 관계자 7300명, 일반 관중 9300명 등 약 2만7000명으로 상정했지만, 소폭 조정이 예상된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정부 대표로 5자 협의에 참여한 마루카와 다마요 올림픽담당상은 "필요불가결한 운영자는 관중 상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IOC 및 스폰서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하는 개회식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는 스가 정권이 연임 여부를 가를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현지에서 도쿄 올림픽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스가 총리가 유관중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건 올해 가을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와 중의원 해산·총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올림픽이 성공으로 보여지기 위해 일부라도 관중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데도 불구하고 관중 수용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7월 23일~9월 5일) 성공 개최 후 9월께 중의원 해산을 단행하고 총선거에서 승리해 연임에 성공한다는 게 스가 총리 구상으로 전해진다.

허나 유관중 개최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올림픽 기간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 관중 수용을 고집한 스가 총리를 향한 비판 여론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스가 총리는 "긴급사태가 재발령되면 국민 안전과 안심을 최우선으로 무관중 개최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긴 바 있다.

일본 시민들은 여전히 우려 섞인 눈으로 대회를 바라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9∼20일 일본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림픽·패럴림픽을 올여름 개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은 34%에 불과했다. 응답자 32%는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30%는 '재연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3명 중 2명이 대회 강행에 반감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개최를 강행할 경우에는 53%가 '무관중', 42%는 '관람객 수 제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 올림픽 홈페이지에 작은 점으로 독도를 표기한 일본 지도(왼쪽). 오른쪽은 독도의 올바른 표기 방법을 일본 측에 알려준 지도 예시.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연합뉴스]
도쿄 올림픽 홈페이지에 작은 점으로 독도를 표기한 일본 지도(왼쪽). 오른쪽은 독도의 올바른 표기 방법을 일본 측에 알려준 지도 예시.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연합뉴스]

스가 정권 인기는 저조한 상황이다.

아사히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34%로 지난달 기록한 최저기록(33%)과 별 차이가 없다. 앞서 일본 내 코로나19 대책 분과회 회장 등 전문가 집단은 개최 반대를 강력히 요구하다 최근 제언 수위를 낮췄는데, 정부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했다. 이에 한국이 반발하자 일본과 IOC는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2012년 박종우는 런던 대회에서 남자축구 동메달을 따낸 뒤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를 펼쳤다가 메달 박탈 위기에 놓일 뻔했다. 일본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이라며 올림픽 정산에 위배된다'고 이의 제기했기 때문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1일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독도 표기에 따른 일각의 올림픽 보이콧 주장과 관련해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해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입장을 아직 못 들어봤지만, 독도 문제와 관련해 정치와 체육을 분리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외교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이번에 일본이 먼저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며 도발한 셈이지만 일본과 IOC는 침묵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팀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지우도록 했던 처사와 대조적이다.그런 일본이 이번 올림픽을 강행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자신들의 권력 연장이라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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