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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바람의 아들, 걱정은 기우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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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바람의 아들, 걱정은 기우 [프로야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01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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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가 누구인가. '바람의 아들'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 아들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 말대로 '바람의 손자'를 향한 걱정은 기우였다.

이정후가 완벽 부활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1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을 폭발하며 6-5 역전승을 이끌었다.

전날까지 최근 4경기 동안 18타수 1안타에 그쳤다. 지난 주말에는 KIA(기아) 타이거즈와 3연전 내내 안타 하나 때리지 못할 만큼 부진했다. 시리즈 내내 침묵한 건 올 시즌 들어 처음이었다.

29일에는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3루수 파울플라이에 그친 뒤 더그아웃에서 장갑을 찢어버리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30일 맹활약 뒤 "화가 나서 나온 행동은 아니였다"며 "실수 아닌 실수를 했다. 장갑을 벗으려고 하는데 손에 땀이 차서 안 벗겨지더라. 장갑까지 이러나 싶어서 찢었다"고 설명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정후가 완벽 부활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코치진 조언이 반등에 도움이 됐다.

이정후는 "(평상 시) 타격 때 백스윙 동작에서 손이 귀 옆까지 가서 중계 화면에서 안 보였다. 그런데 KIA전에선 손이 보였다"며 "그래서 타이밍이 안 맞았던 것 같다. 미세한 차이인데, 타격 코치님들이 잡아줘서 바로 수정했다"고 고마워했다.

올 시즌 이정후는 조금 외로워 보인다. 지난해까지는 그가 믿고 따랐던 형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이정후가 아무리 스스로 잘 하는 캐릭터라고 할 지라도 곁에서 늘 따뜻한 격려를 건네고, 때로는 날카롭게 조언해줬던 김하성 부재가 느껴졌다. 김하성이 빠지면서 자연스레 이정후가 해줘야 할 몫이 더 커지기도 했다.

이정후는 "사실 (김)하성이 형이 있을 때는 안 맞을 때 티도 내고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형도 없고 내가 중심타자니까 티 내지 말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어린 나이지만 최근 라인업에 신인들이 많이 올라왔다. (송)우현이도 풀타임은 올 시즌이 처음"이라며 "후배들에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홀로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정후 역시 아직 5년차로 젊은 선수지만 팀에서 느끼는 책임감이 상당하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김하성과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의 곁에는 여전히 최고의 조력자가 있다. 바로 프로야구 레전드인 아버지 이종범 코치다.

이정후는 "지난 4년과 비교해봐도 올해 아버지와 가장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탈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공이 잘 안 맞을 때, 팀이 안 풀릴 때 아버지는 어떻게 이겨냈는지 물어본다"고 전했다.

이제 겨우 프로 5년차지만 지금 기세라면 프로야구 레전드 칭호를 예약할 것으로 보이는 이정후다. 그 역시 아직 어린 선수지만 자신의 행동이 후배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니 감독 입장에선 든든할 수밖에 없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이정후는 2017년 데뷔 이래 지난해까지 4시즌 연속 타율 0.320 이상 기록했다. 올해 들어선 4월에는 타율 0.269로 부진했지만 5월 한 달 동안 0.451 고타율을 때려내며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생애 처음 월간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현재 시즌 타율도 0.342로 부문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달 말 개막하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중심타자로 활약할 전망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29일 롯데전 앞서 '이정후가 걱정 되느냐'는 질문에 웃어보이더니 "이정후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했다. 이정후가 이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기우였다.

이정후가 살아나 힘을 제대로 받게 된 키움은 1일 롯데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 달성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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