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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두산 박건우, 멈춘 뒤 보이는 것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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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두산 박건우, 멈춘 뒤 보이는 것들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02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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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정확히 열흘. 김태형(54) 두산 베어스 감독이 팀을 재정비하는데 필요했던 시간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도 팀 분위기를 해칠 경우엔 여지없었다. 그리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달 22일 질책성 2군행을 통보받았던 박건우(31)는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를 앞두고 복귀했다. 이날 경기에 1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5타수 2안타 2타점 맹활약하며 팀의 10-3 대승을 이끌었다.

질책성 2군행을 통보받았던 두산 베어스 박건우가 1일 한화 이글스전 복귀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진=스포츠Q DB]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선 두산이지만 올 시즌은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SSG 랜더스)을 떠나보내야 했고 공교롭게 둘은 적팀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들을 대신하는 선수들이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음에도 선수층은 확실히 얇아졌다.

이 가운데 박건우의 역할이 컸다. 1군 말소 전에도 54경기 타율 0.333 2홈런 32타점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보였던 그다. 타율 리그 5위로 팀에서 가장 좋은 타격을 보였던 선수 중 하나다.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4승 7패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던 두산이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은 박건우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원인을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태도 문제임을 암시했다. 김 감독은 당시 “여기는 팀이다. 그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잘못되거나 그럴 상황이 생길 때 감독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지금으로선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뺐다”고 설명했다.

2020 도쿄올림픽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건우는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칠 경우 이번 겨울 FA 자격을 얻는다. 도쿄올림픽행도 간절히 원했던 만큼 컨디션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중심을 잡아야 할 핵심선수가 팀 상황을 고려치 않고 자신의 체력 안배를 더 중시하는 행동으로 김 감독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차례 위기를 봉합한 두산 베어스가 박건우를 선봉에 세워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스포츠Q DB]

 

결국 김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눈앞의 결과만 보자면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두산은 박건우 없이 치른 6경기에서 4연패를 당하며 2승을 챙기는데 그쳤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후 처음으로 5할 승률이 무너지는 일도 경험했다.

쉬고 싶다던 박건우는 2군에서 타율 0.462(13타수 6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그리고 복귀하자마자 바로 자신이 왜 팀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선수가 그냥 피곤해 한다고 2군에 가라고 하는 감독은 없다. 쭉 지켜봐왔고 (박)건우가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인데 감정 기복이 심하다.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그랬다”고 2군행 이유를 전했다.

김 감독은 이후에도 “내가 아닌 선수단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날 “2군에 있는 동안 건우가 고참 선수들과 통화를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감독한테 죄송할 건 없다. 박건우 개인의 감독이 아니고 두산 베어스 감독이니까 움직인 것”이라며 “박건우가 워낙 열심히 하고 에너지를 쏟긴 하지만 이제 나이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과 충분히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비온 뒤 더 땅이 굳는 법이다. 잡음이 있었지만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박건우 개인적으로도 FA와 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더욱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감독 최초로 팀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려보냈던 김 감독이기에 이번 일 또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선이 많다.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두산이 어떻게 달라질지 팬들의 기대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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