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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급' 홈런구장, '1선발' 원태인 책임감 [도쿄올림픽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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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급' 홈런구장, '1선발' 원태인 책임감 [도쿄올림픽 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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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좌우가 짧은 요코하마스타디움, 메이저리거 출신이 포진한 상대 타선. 첫 국가대표 대회 출전임에도 1선발 중책을 맡은 원태인(21·삼성 라이온즈)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원태인은 29일 오후 7시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선다.

이날 이스라엘과 오는 31일 미국을 잡아내야만 승자전에 진출해 2연패를 향한 길이 한결 편해진다. 

원태인이 29일 이스라엘과 2020 도쿄올림픽 B조 리그 1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 [사진=스포츠Q DB]

 

이번 대회는 B조에 한국과 이스라엘, 미국, A조에 일본과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까지 총 6개팀이 출전한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한 번의 패배로 탈락하지 않아 이변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과 일본의 우승 경쟁이 치열히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다만 모든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5경기 만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엔 결승에 오르더라도 쉴 틈 없이 7경기를 치른 뒤 상대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조별리그 2경기라도 확실히 승리해야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승자전 대결에서 패하더라도 결승까지 오르면 총 6경기만을 치른다.

첫 경기의 중요성만큼이나 부담감도 크다. 이번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 열려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을 감내해야 했다. 이를 아는 대표팀은 국내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다 지난 26일 일본에 입성했다.

이후 훈련에 나섰지만 경기를 치르는 요코하마스타디움은 밟지 못했다. 지난 27일 오타구장, 28일 일본체육과학대학에서 공식 훈련을 마쳤다. 심지어 태풍 영향권에 들어 실외 훈련을 온전히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자신만만하다. “사실 준비는 한국에서 끝냈다. 남은 이틀 동안은 선수들의 체력을 조절해 29일에 가장 좋은 몸 상태로 그라운드에 서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가운데)은 투수력을 강조하며 "첫 경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음에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할 것으로 생각하고 선발로 낙점했다"고 원태인의 1선발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스포츠Q DB]

 

김 감독은 “이스라엘은 공격보다 투수 쪽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우리 타자들이 첫 경기 초반에는 아무래도 긴장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 투수들이 차분하게 잘 막으면 분명히 우리 타자들이 쳐줄 것으로 믿는다”고 투수력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엔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같은 메이저리거 투수들은 물론이고 지난 대회 과거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던 이승엽, 이대호, 박병호, 김태균과 전통적 대형 거포들도 보이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이 ‘틀어막는 야구’를 강조하는 이유다.

더구나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 DeNA의 안방 요코하마스타디움은 홈플레이트부터 외야 펜스까지가 좌우 94m, 중앙 118m에 불과하다. 국내 9개 구장과 비교해도 작은 규모다. 부산 사직구장(좌우 95m, 중앙 113m, 높이 6m)과 유사하다.

일본 프로야구(NPB) 자료에 따르면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전 2628경기에서 홈런은 5132개가 쏟아져 나왔다. 경기당 1.95개. 높이가 5m로 사직과 마찬가지로 높은 편이지만 타자들이 크게 부담을 느끼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스라엘엔 내야수 이언 킨슬러 등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가 8명에 달한다. 4년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선수들도 있다. 투수들이 더욱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김경문 감독은 국내에서 치른 세 차례 평가전을 통해 많은 투수들을 활용했던 선발 투수들에게도 3이닝 이상을 맡기지 않았다. 컨디션 점검의 목적이 컸고 체력을 관리하기 위함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김경문 감독이 얼마나 투수를 짧게 나눠쓸 예정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쿄올림픽 야구 일정이 진행될 요코하마스타디움은 부산 사직구장급 규모로 타자친화적인 곳이다. 투수력이 강조되는 이유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를 위해 내야수 박민우가 빠졌을 때도 같은 포지션이 아닌 불펜 자원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을 선발하는 등 마운드 보강에 힘을 줬다.

원태인은 처음 태극마크를 다는 대회에서 1선발 중책을 맡았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시즌 초반부터 호투를 이어간 원태인은 4월 5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ERA) 1.16으로 호투하며 개인 첫 월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이후 부침도 있었지만 잘 극복해내며 전반기를 10승 4패 ERA 2.54로 마쳤다. 다승은 단독 1위, ERA는 전체 5위다.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하고 아직은 어린 원태인이 자칫 흔들릴 경우 빠른 교체로 분위기를 수습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1선발로서 느낄 책임감은 클 수밖에 없다. 원태인이 신뢰에 보답하는 활약으로 5이닝 이상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준다면 이후 투수진 운용에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초반 긴장할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주는 것 또한 1선발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경험은 적어도 기대감은 작지 않다. 올 시즌 빠른공과 함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제대로 장착한 그는 타자 유형과 상대팀 등을 크게 가리지 않는 전천후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김경문 감독은 “원태인은 어리지만 한국 프로야구 최다승을 거두고 있는 투수”라며 “나이에 비해 마운드에서 침착하게 잘 던지기 때문에 첫 경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음에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할 것으로 생각하고 선발로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물러난다면 자물쇠를 걸어 잠글 준비를 하고 있는 ‘역대급’ 불펜진에게 임무를 맡기면 되는 편안한 상황이 된다. 대표팀 뒷문엔 오승환(삼성), 조상우(키움 히어로즈), 고우석(LG 트윈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원태인이 첫 경기 스타트를 어떻게 끊어주냐에 따라 한국의 2연패 도전이 순항할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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