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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54) 안민호] 새벽의축구전문가 페노 "크리에이터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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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54) 안민호] 새벽의축구전문가 페노 "크리에이터는요..."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1.07.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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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의명 객원기자] 1인 미디어가 지상파, 종편 못지않은 영향을 끼치는 시대다. 유튜브에서 제작되는 콘텐츠의 규모와 인기가 기존 미디어의 그것과 견주어도 전혀 뒤질 게 없는 수준이다. 크리에이터들이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스포츠산업에도 '이스타TV', '피지컬갤러리', '슛포러브', '프로동네야구 PDB' 등을 통해 인플루언서가 된 인물들이 적지 않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2018년 이후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라 ‘미디어콘텐츠 창작자’라는 항목 아래 정식 직업으로 명시돼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진행한 2020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크리에이터는 초등학생 희망직업 4위에 포진했다. 어린이들에겐 운동선수나 연예인이나 다를 바 없는 존재란 의미다. 

축구 크리에이터 중에 주목받는 이가 있다. 선수 경험도, 방송 경험도 없었던 인물이라 더욱 눈에 띈다.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가 운영하는 미디어스터디팀 ‘스미스’가 ‘새벽의축구전문가’ 채널의 주인 '페노'를 만났다. "축구 문화를 만들어가는 축구인이 되고 싶다"는 그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튜브 채널 ’새벽의축구전문가’를 운영하고 있는 안민호입니다. 흔히 ‘페노’라고 알고 계시겠죠. 본명은 안민호입니다."

유튜브 '새벽의 축구 전문가'의 '페노' 안민호.
유튜브 '새벽의 축구 전문가'의 '페노' 안민호.

- 새벽의축구전문가는 어떤 채널입니까.

"주로 축구 전술을 분석하는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이외에 많은 분들이 축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꿈은 축구 기자였습니다.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고, 수원삼성 블루윙즈 대학생 기자단도 하면서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에 생각했던 축구 기자와 현실의 괴리감을 느껴 꿈을 포기하고 ‘책끝을접다’라는 도서콘텐츠 브랜드를 창업했습니다.

시장에 들어와 일하다 보니 콘텐츠 시장은 이미 많이 발전해 있더라고요. 콘텐츠로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상대적으로 발전하는 콘텐츠 시장을 따라가는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축구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입니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모호하면 안 됩니다. '공격적인데 수비적일 수도 있어요'와 같이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콘텐츠의 맹점을 흐리거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 콘텐츠마다 구체적인 포인트를 잡고 이를 어떻게 명확하게 전달할지 고민합니다."

- 아이디어를 얻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면.

"경기 콘텐츠를 만든다고 하면, 보이는 전술 포인트들을 메모하고 그것을 토대로 기획합니다. 혹은 이번 이탈리아(유로 2020 우승국) 같이 이목을 끄는 팀이 생기면, 그 팀의 경기를 3~4개 시청하며 콘텐츠를 기획합니다.

해외축구를 주로 다루다 보니, 같은 팀 콘텐츠를 여러 번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해당 시기의 전술 변화, 부상자와 같은 여러 변수를 빠르게 파악하는 등 시의성에 맞게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일하면서 느낀 어려움이 있다면.

"이제 한 플랫폼 안에 갇히면 위험합니다. 유튜브를 매개로 방송 출연이나 여러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활동 분야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론칭 초기 1~2년 동안 팬분들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지만, 정작 축구계와는 접점이 없어 활동이 유튜브에만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조금씩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K리그와 함께 전술 분석 콘텐츠를 만들었고,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해설을 맡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박항서 감독님이 이끄는 베트남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에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축구계와 접점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느꼈지만, 이런 기회들을 통해 축구계에서 제 이야기가 조금은 인정받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하는 ‘새벽의 축구 전문가’. 주 2~3회 박문성 해설위원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사진=유튜브 ’달수네라이브’ 캡처]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하는 ‘새벽의 축구 전문가’. 주 2~3회 박문성 해설위원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사진=유튜브 ’달수네라이브’ 캡처]

-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신이 이야기할 분야에 대한 지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축구 콘텐츠를 만든다면 축구에 대한 지식이겠죠. 사실 인터넷 상의 정보를 읽기만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도 조회수는 얻을 수 있지만, 유튜브 외로의 확장을 위해선 그보다 더 깊은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콘텐츠로 축구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필드 위의 축구 지식과 다른 면이 있습니다. 해당 구단, 선수에 대한 역사와 개인의 플레이스타일 같이 깊고 세밀한 부분까지 꿰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콘텐츠를 만들거나 협업을 하게 됐을 때 다양한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원활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축구를 많이, 오래 봐야합니다. 오래 보지 못했다면 이전 축구 경기들을 꾸준히 챙겨보며 지식을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선수 경험이 없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꾸준히 축구를 보며 지식을 쌓아왔습니다.”

-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분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콘셉트에 따라 어떻게 브랜딩할 것인지 유의해야 합니다. 시청자에게 한 번 이미지가 각인되면 그것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자극적이거나 웃긴 콘텐츠가 대중의 관심을 빠르게 받을 수는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그런 콘셉트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으면 그렇게 하는 게 맞으나 전술 분석, 해설, 기자 등 전문가 역할을 염두에 두신 분들은 조회수를 위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추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스레 만든 콘텐츠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회의감이 들 수 있습니다.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을 때 오는 좌절감도 있습니다. 콘텐츠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꿈이라면, 수익이 나고 사람들에게 서서히 알려지는 동안 마음을 내려놓고 꾸준히 콘텐츠를 만드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 크리에이터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결국 플랫폼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콘텐츠 시장의 주류는 유튜브이지만, 유튜브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변화가 일어날 때 해당 플랫폼을 빠르게 찾고, 거기서 내가 다루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빠르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코파 델 레이 해설위원 참가 당시. [사진=유튜브 ’새벽의 축구 전문가’ 커뮤니티 게시글 캡처]
코파 델 레이 해설위원 참가 당시. [사진=유튜브 ’새벽의 축구 전문가’ 커뮤니티 게시글 캡처]

-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콘텐츠와 장기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금도 몇 개 제작했지만, 저와 같은 분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축구계에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보다 다양한 직업이 있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에 대한 팁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런 팁들을 몰랐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느낀 어려움과 이를 이겨내는 팁을 전달하는 영상을 만들어, 저와 같이 콘텐츠를 만들거나 축구계 종사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 이 콘텐츠를 통해 제가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축구 콘텐츠를 넘어 축구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유럽처럼 축구를 생활에서 접하거나, 축구를 자연스럽게 찾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축구를 생활체육보다 엘리트체육으로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분위기를 바꾸고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역사회의 고아원이나 어린이들을 위해 축구장을 짓는 콘텐츠도 제작해보고 싶습니다."

- 스포츠산업 취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스포츠산업 혹은 축구계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로 고민이 더 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럴 때 과감히 콘텐츠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꼭 협회나 회사에 소속돼야 한다 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직업을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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