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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 구릿빛 비상, 여홍철 넘보는 차세대 '도마여제' [도쿄올림픽 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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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 구릿빛 비상, 여홍철 넘보는 차세대 '도마여제' [도쿄올림픽 체조]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0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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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외모는 물론이고 화려한 기술, 그러나 다소 아쉬운 착지. 금메달에 손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섰다는 점에서 아버지 여홍철(50) 경희대 교수를 쏙 빼닮았다. 한국 기계체조 아이콘이 된 여서정(19·수원시청)은 이젠 아버지를 넘어서겠다며 파리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획득했다.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15.083점), 마이케일러 스키너(미국·14.916점)에 이어 포디움 세 번째 자리에 섰다. 

여서정이 1일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밝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로는 최초이자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아버지 여홍철 교수와 함께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여서정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도마에서 아시아 정상에 올랐고 이듬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룬 코리아컵에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 기술을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집에 등록시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 교수의 전매특허 기술인 ‘여2’를 응용해 만든 ‘여서정’은 ‘여2’ 기술(힘차게 달려와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 바퀴 반을 비틀어 내리는 기술로 900도 회전)보다 반 바퀴 덜 도는 720도 회전 기술. 회전수는 적지만 여자 선수에게 어려운 기술이라 난도 점수가 높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술이다.

정상적으로 기술을 해낼 경우엔 얼마든지 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대회를 목전에 두고는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이자 한국 도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여홍철 교수의 장문 메시지를 받고는 힘을 얻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을 수행해 높은 점수를 받은 여서정. [사진=연합뉴스]

 

1차 시기 난도 6.2점짜리 ‘여서정’을 들고 나왔고 수행점수 9.133점을 보탠 15.333점의 압도적인 점수를 받아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착지에서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차 시기가 아쉬웠다. 착지 과정에서 크게 중심을 잃었고 14.133점에 그쳤다. 2차 시기 점수는 7위. 평균 점수에서 두 선수에게 밀려 메달 색이 바뀌었다. 동메달이 확정되자 여서정은 이정식 대표팀 감독, 민아영 코치 등을 끌어안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다. 1988년 서울 대회 도마에서 박종훈 현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동메달을 획득한 이래 한국 기계체조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 등 9개의 메달을 획득했는데, 여서정은 여자 선수 최초이자 한국의 10번째 올림픽 메달을 장식했다.

KBS에서 체조 해설위원으로 나선 여 교수는 딸의 동메달 획득 장면을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잘했다”고 전한 그는 “동메달을 따서 다음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성적이 가능할 것 같다.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도 함께 전했다.

여서정(왼쪽에서 2번째)은 시상식 내내 연신 밝은 미소를 지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등장한 여서정은 “그동안 열심히 (올림픽을) 준비했는데 너무 기쁘다”며 “1차 시기에 너무 잘 뛰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 2차 시기에서 실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금메달은) 아쉽지 않다.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목표도 숨기지 않았다. 여서정은 “아빠가 계셔서 그간 부담감도 많았고, 보는 시선도 많았는데 이젠 더 열심히 준비해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 여홍철은 비운의 에이스로 불렸다. 압도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었지만 늘 착지에서 흔들렸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지 못한 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아버지에게서 배운다. 여서정의 다음 과제도 착지에 있다. 이날도 2차 시기 착지만 잘 해냈다면 금메달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다. 실망보단 기대가 더 크게 따라붙는다. 남은 3년,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2024년 파리에선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올림픽 포디움 최상단에 오르는 꿈 같은 일도 충분히 꿈꿔 볼 수 있다.

한국 기계체조 최초 여자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게 된 여서정.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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