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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우하람, 즐기는 다이버가 쓴 새 역사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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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우하람, 즐기는 다이버가 쓴 새 역사 [도쿄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03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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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입수할 때마다 코치진에선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그만큼 당당했고 자랑스런 한국 최고의 다이버였다.

우하람은 3일 오후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6차 시기 합계 481.85점으로 12명 선수 중 4위를 차지했다.

메달 사냥엔 실패했지만 5년 전 리우 대회 때 남자 10m 플랫폼에서 기록한 11위를 넘어선 한국 다이빙의 역대 최고 성적이다.

우하람이 3일 2020 도쿄올림픽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을 마친 뒤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 사직초등학교 1학년생이던 2005년 방과 후 수업으로 처음 다이빙을 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다이빙 선수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우하람은 수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던 그는 내성중 2학년 때인 2012년 만 14세로 최연소 남자 다이빙 국가대표가 됐을 만큼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김영남(25·제주도청)과 함께 한국 다이빙을 이끌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김영남과 함께 나선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더니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와 개인 종목인 1m 스프링보드·10m 플랫폼 경기에서는 모두 동메달을 따냈다.

2015년 러시아 카잔 세계선수권에서 3m 스프링보드와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각각 7위에 오른 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3m 스프링보드에서는 강풍 탓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29명 중 24위에 머물렀으나 10m 플랫폼에선 12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해 11위를 기록했다.

1960년 로마 올림픽 이필중이 남자 10m 플랫폼에 처음 출전한 이래 결승에 나선 한국 다이빙 선수는 우하람이 유일무이했다.

한국 다이빙 간판이라는 부담감에도 우하람은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2017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선 세계 다이빙계에 존재감을 확실히 새겼다. 3m 스프링보드 예선에서 사전에 제출한 기술대로 연기하지 않는 실수를 범했는데, 심판진 누구도 이를 알아채지 못해 18명이 나서는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러자 예선 19위 선수가 항의했고 우하람은 스스로 준결승 출전을 포기하며 뛰어난 스포츠맨십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하람은 한국 다이빙 사상 최고인 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진=연합뉴스]

 

1년 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김영남과 호흡을 맞춰 싱크로 3m 스프링보드·10m 플랫폼에서 은메달을 수확했고 1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에서 동메달도 추가했다.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은 우하람의 레벨을 한 단계 높여준 대회였다. 1m 스프링보드에서 4위, 3m 스프링보드에서 6위에 오르며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는 걸 입증했다.

그리고 나서게 된 개인 두 번째 올림픽. 김영남이 실수와 함께 예선 탈락했지만 우하람은 세계적인 경쟁자들을 위협했다. 특히 결선에선 가장 먼저 나서 위축되지 않고 자신만의 경기를 펼쳤다. 첫 시기에서 76.50점을 얻은 우하람은 4차 시기 이후 4위로 올라서며 메달권에 가까워졌다.

리우 대회 이 부문 은메달리스트이자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잭 로어(영국)를 1.80점 차까지 추격했다. 5차 시기 승부를 걸었다. 준결승 5차 시기에서는 난도 3.0 동작을 수행했는데 이번엔 뒤로 서서 구부린 자세로 세 바퀴 반을 도는 난도 3.6 동작을 택했다.

그러나 입수 동작에서 흔들렸고 68.40점에 그쳤다. 반면 로어는 96.90점을 받아 크게 달아났고 사실상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최강으로 불리는 중국 셰스이(558.75점)와 왕쭝위안(534.90점)이 1,2위, 로어(518.00점)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후 코치진의 뜨거운 포옹을 받고 있는 우하람(왼쪽).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하람은 5차 시기를 돌아보며 “회전력은 좋았는데 입수에서 약간 실수했다”며 “첫 4라운드까지는 잘 됐는데 5라운드에서 실수가 나와서 조금 아쉽긴 하다. 메달은 못 땄지만 기분이 안 좋거나 그러진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솔직히 큰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상대 선수는 리우 금메달리스트였다. 실력으로 나보다 높은 선수니까 큰 신경을 쓰진 않았고 약간 즐기면서 내 것만 한다는 생각으로 했다”면서도 “그런데 실수가 나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아직 우하람의 올림픽은 막을 내리지 않았다. 오는 6일부터 남자 10m 플랫폼 경기에 나선다.

우하람은 “올림픽에서 4등 한 자체도 영광이고 지난 리우 대회와 비교해 순위가 많이 올랐고 실력도 많이 올라서 기쁘다”며 “아직 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말에 만족하지 않겠다. 메달을 따야 그런 말들이 내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남들보다 많이 노력하고 훈련했다. 그래서 점점 성적이 좋아진 것 같다”며 “결승은 당연히 들어가야 하고 큰 욕심 안 부리고 비우고 하다 보면 좋은 성적 나지 않을까 싶다. 10m 플랫폼에는 경쟁자들이 더 많고 잘하는 선수들이 더 많으니까 욕심내기보다는 내가 해온 것을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면 좋은 성적 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우하람이 자신감을 나타내는 이유가 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결승에 나서지 못한 적이 없다는 것. 우하람의 도쿄올림픽 마지막 도전에 기대감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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