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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김윤석, 그가 말하는 '평범의 가치'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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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김윤석, 그가 말하는 '평범의 가치' [인터뷰Q]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8.06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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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영화 같은 실화를 모티브로 한 '모가디슈', 배우 김윤석이 연기하는 한신성 대사는 부족하기도 하고, 번복하기도 하고, 화도 내고, 당하기도 한다. 히어로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인물이다. 김윤석은 자신의 캐릭터가 무엇보다 매력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했다. "평범한 이들이 비범해지는 순간"은 곧 영화가 된다.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다. '짝패'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윤석은 극 중 한국의 UN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에서 외교 총력전을 펼치는 한신성 대사로 분했다. 3주만 버티면 한국에 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내전으로 아내,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대사관 건물에 고립되고, 위기의 순간에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정 넘치는 인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책임지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자처한다.

 

배우 김윤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석이 본 한신성 대사는 어떤 인물일까? 김윤석은 "경박스럽기도, 번복하기도 한다. 실수도 하고 화도 내고 당하기도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최후의 선에서는 모두가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초인적인 기질을 발휘하는, 극단 상황에 몰렸을 때 경청하고 현명한 판단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대사라는 인물이 실제 그 상황에서 히어로적인 파워가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 사람을 멋있게 그려내는 것이 필요한 영화가 있겠죠. 그렇지만 이 영화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실수하고 경박스럽고 능구렁이 같고 번복하기도 하고 후회하고. 보는 분들께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제가 표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윤석의 설명처럼 '모가디슈'에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다. 김윤석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라고 짚었다. 그는 "훈련받은 사람은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밖에 없고 나머지는 체력적으로 평균보다 더 떨어지는 사람들"이라면서 "모자라는 능력의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서 생존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히어로처럼 능력있는 사람이 모두를 끌고 영웅적인 행보로 구출해내는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범해지는 그 순간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 김윤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모가디슈'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100% 올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김윤석은 "겨울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여름이었다면 훨씬 더웠을텐데 겨울이라서 30~31도 정도 됐다"고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지금 날씨에 비하면 거기는 천국이었다. 지금 우리나라 날씨는 아프리카 보다도 더 덥고 견딜 수가 없는 정도다. 솔직히 그립다. 미세먼지 하나도 없고"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모로코 로케이션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전기냄비였어요. 라면 끓여서 먹는 전기냄비들을 다들 가지고 있었는데, 라면을 4개월 동안 못 먹으면 안되니까 그게 방마다 하나씩 있는게 웃겼고. 정말 모처럼 편하게 많이 걸어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모로코에서는 아무도 저를 모르니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다녔던 기억. 배우들이 다들 시간 만끽하면서 걸어다녔죠. 구경도 많이 했고요."

'모가디슈'의 전반부는 남한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그리고, 후반부는 이들이 탈출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담아낸다. 김윤석이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속 장면은 무엇일까? 

"제가 하는 대사 중에서는 영화 후반부에 무장하고 탑승하면서 '다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무사히 만납시다' 그 대사가 인상 깊었고요.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림용수 대사님(허준호)이 '이제부터 우리 투쟁 목표는 생존이다' 그 얘기를 할 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우 김윤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윤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국가와 이념을 뛰어넘어 오직 생존을 목표로 협력하는 남과 북의 이야기를 그려낸 '모가디슈'. 하지만 '신파 요소'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이에 대해 김윤석은 "이들에게는 남과 북이 함께 협력해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지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두 팀이 살아나가야 한다는 원초적인 목표로 출발한다. 하룻밤 사이에 얼싸안고 부둥켜안지도 않는다. 심지어 탈출할 때까지 의견 대립을 한다. 진하게 뭔가 주고받지 않고 헤어질 때 관객들은 어떤 느낌일까"라고 되물었다.

"이들이 만났을 때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요. 각 측의 입장이 사실 하나도 중요하지 않죠. 남과 북은 다음 문제가 되는 겁니다. 공동의 목표는 '생존'이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수 있다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윤석은 이날 "이런 세상이 올 줄 몰랐다. 힘든 상황에서도 모두가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개봉까지 올 수 있었다. 감개무량하다"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 시기에 극장 개봉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반드시 극장이 다시 열리고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특정다수의 사람이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시기이기 때문에 극장의 가치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가디슈'를 보는 순간만큼은 더운 여름 답답함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이 영화가 관객분들에게 좋은 영화 한 편 봤다는 감상을 줄 수 있다면, 어쩌면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 더욱 가슴이 벅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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