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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터난조' 한국 빈손, 명승부 주연은 넬리 코다 [도쿄올림픽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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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터난조' 한국 빈손, 명승부 주연은 넬리 코다 [도쿄올림픽 골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07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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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림픽 2연패라는 성대한 목표를 갖고 나섰으나 너무도 몸이 늦게 풀렸다. 세계랭킹 10위 안에 자리한 선수들이 넷이나 출전했으나 초반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메달의 꿈은 무산됐다.

박인비(33·KB금융그룹), 김세영(28·메디힐 골프단), 고진영(솔레어), 김효주(이상 26·롯데 골프단)로 구성된 한국 골프 대표팀은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파71·6648야드)에서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 골프 여자 최종라운드에서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이날 김세영과 고진영이 각각 3언더파, 김효주가 4언더파, 박인비가 2언더파를 기록하며 이전 라운드에 비해 분발했지만 선두권과 벌어진 격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7일 최종라운드 활약한 김세영(왼쪽)과 고진영. 선두권과 격차를 좁히는데 실패하며 메달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합계 김세영과 고진영이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9위, 김효주가 9언더파 275타로 공동 15위, 박인비가 5언더파 279타로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첫날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고진영이 3언더파, 김세영과 박인비가 2언더파 등으로 선두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2라운드부터 승부가 갈리기 시작했다. 경기운영위원회 측에서 그린의 핀은 물론이고 티잉 그라운드까지 당겨놓았는데, 이 영향인지 경쟁자들의 버디가 쏟아졌다.

특히 세계 1위 넬리 코다(23·미국·한화큐셀 골프단)는 이글 하나와 버디 9개로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18홀에 더블 보기로 아쉽게 마쳤으나 압도적인 플레이로 선두로 치고 나섰다.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는 경기 후 "과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4타를 줄인 고진영과는 6타 차. 코다와 함께 플레이한 세계 2위 고진영은 “세계 1위와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다. 아직도 내가 1위인 것 같다”며 “6타 차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메달 외 순위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하려고 했다”는 마음가짐이 독이 됐을까. 3라운드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고진영은 이븐, 3타를 줄인 김세영과 함께 중간합계 7언더파를 기록했는데, 코다와 격차는 8타가 됐다.

‘퍼터의 달인’ 박인비를 비롯해 고진영 등 선수단 전체적으로 그린 플레이가 평소와 같지 않았다. 짧은 퍼트도 놓치며 타수를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은 달랐다. 김세영은 전반에만 4타를 줄였고 중반 코다가 더블 보기로 주춤할 땐 4타까지도 타수를 좁혔다. 그러나 11번 홀(파4) 더블 보기가 뼈아팠다. 고진영도 쉽사리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세계 1위 넬리 코다는 2라운드 이후 줄곧 선두를 지키며 막판 치열한 경쟁에서도 최종 승자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를 마친 박인비는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대회를 치렀다”며 “과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 김효주는 “한국 선수들이 퍼터 감이 좋지 않았다”며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부진의 원인을 진단했다.

국내 선수들의 성적은 아쉬웠으나 경기 자체는 흥미진진했다. 2라운드 급격히 치고 나가며 손쉽게 금메달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코다가 부진한 사이 경쟁자들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3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코다는 7번 홀(파3)에서 티샷 실수와 어프로치 샷을 연이어 그린에 올리지 못하며 2타를 잃었다. 이 사이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4·한국명 고보경), 아디티 아쇼크(23·인도)와 공동 선두가 됐다.

8번 홀(파5) 바로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지만 막판 리디아 고와 이나미 모네(22·일본)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14번 홀 이후 리디아 고는 2타를 줄였고 이나미는 버디 3개를 잡아냈다. 

시상식에서 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은메달 이나미 모네(왼쪽부터), 금메달 넬리 코다, 동메달 리디아 고. [사진=연합뉴스]

 

결국 389m 18번 홀(파4)에서 모든 메달 색이 결정되게 됐다. 먼저 나선 공동 선두 이나미는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냈고도 세컨드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리며 한 타를 잃었다. 코다는 내리막 러프로 공을 보내고도 세컨드샷을 잘 붙여 타수를 지켰는데, 한 타 뒤져 있던 리디아 고는 2단 그린 언던 밑에 공을 떨어뜨렸다. 코다의 버디 퍼트가 홀컵 옆에 붙었고 타수를 지킨 반면 리디아 고는 버디를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금메달은 많은 경쟁자들을 모두 뿌리친 코다의 몫이었다. 17언더파 267타로 세계 1위의 위용을 뽐냈다.

은,동메달의 주인공은 연장에서 결정됐다. 이날만 6타를 줄이며 무서운 뒷심을 보인 이나미와 리디아 고. 18홀에서 서든데스 방식으로 진행된 연장에서 이나미와 리디아 고는 파 퍼트에서 희비가 갈렸다. 타수를 지킨 이나미가 은메달, 2016년 리우 대회 은메달의 주인공 리디아 고가 동메달을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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