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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태 근대5종 동메달, "사람들이 몰라요" 고민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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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태 근대5종 동메달, "사람들이 몰라요" 고민하더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1.08.07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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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근대5종이 한국의 하계올림픽 21번째 메달 종목이 됐다.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가 역사에 길이 남을 큰일을 해냈다.

전웅태는 7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사실 한국인들에게 근대5종은 무척 생소하다.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런(사격+육상)까지 해내야 해 극한의 체력을 요하는 종목이라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경기에서 승리하든 못하든 근대5종 선수들은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이라고 정의했을 정도.

전웅태가 한국의 근대5종 사상 첫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웅태가 ‘근대5종 알리미’로 우뚝 섰다. 지난해 KBS조이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 “사람들이 근대5종을 잘 몰라요”라고 토로했던 그다. MC 서장훈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답”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색깔만 다를 뿐 사실상 고민을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웅태 동메달로 근대5종은 양궁, 태권도, 유도, 레슬링, 사격, 배드민턴, 펜싱, 복싱, 역도, 탁구, 핸드볼, 체조, 수영, 육상, 야구, 골프, 필드하키, 농구, 배구, 축구에 이어 새롭게 한국의 올림픽 메달 종목 대열에 합류했다. 동계올림픽으로 범위를 넓히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스켈레톤, 스노보드, 컬링, 봅슬레이에 이어 28번째 메달 종목이다.

이날 야구의 동메달결정전 참패, 여자골프의 노메달 등으로 침울했던 우리 선수단에게도 단비 같은 소식이다. 나흘 연속 메달이 없어 종합 순위 톱10 진입이 사실상 무산된 한국은 대회 막판 전웅태의 눈부신 퍼포먼스로 조금이나마 활력을 찾게 됐다.

[그래픽=연합뉴스]

전웅태의 주종목은 수영이다. 원래 수영선수였는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 중학생 때 근대5종 선수로 전향했다. 서울체육고등학교 2학년인 2012년 12월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된 뒤 2016 리우올림픽 때부터는 한국 근대5종의 대들보로 올라섰다.

리우에서도 조심스럽게 메달을 점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인 19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후 절치부심해 2018년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 3차 대회 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랭킹 1위 등 괄목할 성과를 냈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2021년 월드컵 2차 대회 우승으로 기량을 유지한 전웅태 마침내 한국 근대5종 57년 역사를 새로 썼다.

근대5종은 1912년 스톡홀름 대회에 처음 도입됐다. 한국은 1964년 도쿄올림픽부터 출전했으나 올림픽 톱10에 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종전 최고 순위는 1996 애틀랜타 김미섭, 2012 런던 정진화, 2020 도쿄 김세희의 11위였으나 전웅태가 마침내 벽을 깨고 기적을 썼다. 아시아인의 메달 획득이 2012 런던 차오중룽(중국)의 남자 개인전 은메달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일 정도로 위대한 업적이다.

전웅태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포효하고 있다. 왼쪽 뒤로 정진화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웅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앞으로 근대5종의 매력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며 "모르는 분들이 많을수록 나는 더 많이 알릴 준비가 돼 있다. 나에게 근대5종이 뭐냐고 많이들 물어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웅태와 함께 달린 정진화(32‧LH)는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4위. 아끼는 후배 전웅태의 등을 보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2 런던 11위, 2016 리우 13위를 훌쩍 뛰어 넘는 호성적이다. 경기 직후 정진화와 전웅태가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장면이 먹먹함을 자아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진화는 "훈련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그 순간들이 다 생각나면서, 또 동생이 동메달도 따고 해서, 우정을 나눴다"며 "다른 선수 등이 아닌, 웅태 등을 보면서 결승선을 통과해서 마음이 좀 편했다”고 말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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