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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G 무승 끝낸 성남FC, 비결은 간절함?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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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G 무승 끝낸 성남FC, 비결은 간절함? [K리그1]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08.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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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시즌 최악의 부진을 이어오던 성남FC가 119일 만에 승리를 따냈다. 뮬리치의 결정적인 한 방과 높은 수비 집중력이 승리요인으로 꼽혔으나, 간절한 마음이 팀 구성원 전체에 녹아들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성남은 지난 7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포항 스틸러스와 23라운드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전반 10분 뮬리치가 선제골을 터뜨렸고, 남은 시간 상대 강공을 잘 막아내 승점 3을 따냈다. 이날 승리로 성남 리그 무승 행진은 ‘11’에서 마감됐다.

11경기 무승 부진을 끊고 승리를 따낸 성남FC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1경기 무승 부진을 끊고 승리를 따낸 성남FC.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 부진은 심각했다. 지난 4월 10일 9라운드 광주FC전 승리 이후로 리그 11경기 동안 이기지 못했다.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가는 동안에도 발걸음은 더뎠다. 결과는 최하위 추락.

부진 이유는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초 상대팀 선수가 확진 판정을 받아 대다수 선수가 자가 격리됐다. 한창 상승세를 타며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을 때라 아쉬움이 컸다. 지난달에는 선수 14명이 코로나에 집단 감염돼 또 다시 일정을 미뤄야 했다. 확진자 대부분 증상이 심하지 않아 팀에 복귀했지만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채 2경기를 치렀고, 1무 1패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경기 내용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수비에 무게를 두는 팀이지만 집중력 부재로 필요 이상의 위기를 맞는가 하면, 공격에선 뮬리치에 지나치게 의존해 득점력 저하로 이어졌다.

계속된 무승 행진에 선수단 위닝 멘탈리티가 떨어졌다. 피치를 누비는 선수들은 90분을 소화하는 데 급급해 보였다. 플레이에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했다. 자연스럽게 정신 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팬들 또한 끝없는 부진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뒤숭숭한 분위기를 알아챘는지, 김남일 감독이 먼저 운을 뗐다. 경기 사전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오늘은 승리가 간절하다. 승리만큼 좋은 해결책은 없다. 공격에 집중하기 위해 선발 변화를 줬다. 선수들을 더 공격적으로 활용해 극복하겠다”며 투지를 갖고 경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사실 김남일 감독은 지난 무승 기간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매번 승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다음 경기를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성남 선수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4일 전 포항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을 반복하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뛰었다. 간결한 터치로 공격 지역으로 올라갔고, 한 발 더 뛰어 기회를 만들었다. 김남일 감독 발언이 허풍이 아닌 듯했다.

빠르게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10분 그랜트의 볼 컨트롤 실수를 놓치지 않은 뮬리치가 달려들어 공을 빼앗은 뒤 골키퍼 강현무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첫 번째 슛은 선방에 걸렸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재차 슛해 골망을 흔들었다.

성남 수비진을 이끈 수비수 권경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 수비진을 이끈 권경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미드필더 분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성남은 지난 라운드에서 포항의 신진호-신광훈 조합에 중원을 잠식당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 하지만 이날은 안진범 카드가 적중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강원FC전 이후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그는 볼 관리에 집중하며 공격 전개를 도왔다. 신진호와 신광훈이 1차 저지선을 만들지 못하도록 중원을 휘저었다. 후반전엔 쥐가 났는데도 뛰는 간절함까지 보였다.

볼란치로 나선 이규성 마찬가지. 안진범이 공격 상황에서 활약했다면 이규성은 빠른 수비 가담으로 성남 중원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었다. 스리백 위에 라인을 한 겹 더 쌓아 센터백 하중을 줄였고, 거친 몸싸움을 피하지 않으며 상대의 전진을 막았다.

후반 들어 포항이 공세를 높였다. 교체 카드를 활용해 공격 숫자를 늘렸고, 전술 변화로 성남 골문을 노크했다. 위기를 맞은 성남은 수비 집중력을 높였다. 한 발 더 뛰는 투지를 발휘해 좀처럼 전진패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리차드와 이종성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 탓에 일찌감치 피치를 빠져나와야 했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중심축이 흔들릴 수 있던 상황. 잔여 시간 권경원이 핵심으로 나섰다. 포항 공격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접근하기 전 미리 공격을 커트했고,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했다. 권경원 분투 덕분에 성남은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공격 가담도 열심히 했다. 세트피스 찬스에선 헤더를 따기 위해 적진으로 올라가는가 하면, 롱 스로인으로도 힘을 보탰다. 경기 후 그는 “공격포인트 욕심은 없다. 수비수라 무실점하는 게 더 기분 좋다. 하지만 득점 기회에선 어떻게든 팀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뮬리치 신장이 좋다. 내 스로인이 뮬리치 머리 근처로만 가면 찬스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간절함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성남 선수들은 경기 내내 서로를 격려했다. 경기를 뛰는 선수뿐만 아니라 몸을 푸는 선수들, 벤치에서 대기하는 선수들까지 한마음으로 승리를 염원했다. 김남일 감독 또한 “(승리에) 모든 구성원이 관여했다. 밖에서 응원해주는 게 안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적극적인 자세가 좋았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분투해줘 이길 수 있었다.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간절함을 승리요인으로 꼽았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은 멀다. 이제 탈꼴찌에 성공했을 뿐이다. 성남이 이날 보여준 간절함을 매 경기 구현한다면 보다 높은 곳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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