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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홈런 박효준, 6년 기다림 끝 낙이 온다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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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홈런 박효준, 6년 기다림 끝 낙이 온다 [MLB]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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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14년 야탑고 3학년이던 박효준(25·피츠버그 파이리츠)은 뉴욕 양키스로부터 116만 달러(13억4000만 원) 거액 계약금을 받았다. 당장이라도 메이저리그(MLB)에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았으나 현실은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무려 6년. 마이너리그에서 기본기를 닦으며 빅리그 콜업을 기다린 시간. 외로운 사투를 이겨낸 박효준에게 기회가 왔고 준비됐다는 걸 보여주며 기회를 잡고 있다.

박효준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21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경기에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데뷔 첫 홈런포를 날렸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박효준이 1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데뷔 첫 홈런을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0-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박효준은 4회 선두 타자로 나서 세인트루이스 좌완 선발 투수 J.A. 햅의 시속 146㎞ 속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MLB 9경기 30번째 타석 만에 나온 마수걸이포였다. 이날 팀에서 햅에게 빼앗은 유일한 안타였다.

이제야 야구 팬들과 미국 본토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박효준이다. 2014년 계약 후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와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뛰어난 수비력과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 등을 입증했지만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올해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선수층이 얇아진 양키스에서 지난달 17일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초반부터 가능성을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츠버그에서 그를 탐냈다. 지난달 27일 피츠버그로 이적했고 지난 2일엔 첫 선발 출장까지 했다.

수비보단 타격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던 게 콜업이 늦어진 이유다. 그러나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타율 0.292(212타수 62안타) 11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트리플A에선 좌투수 상대로도 타율 0.306(85타수 26안타) 7홈런 18타점 출루율 0.400 장타율 0.624로 강했다. 완벽히 준비됐음을 알렸다.

이날 박효준은 햅에게 안타를 빼앗은 유일한 피츠버그 타자였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앞서도 좌투수를 상대로 2루타를 날렸던 박효준의 이날 상대 투수도 좌투수였다. 이날까지 빅리그에서 129승을 거둔 투수. 그럼에도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은 박효준을 선발로 내보냈다. 셸턴 감독은 경기 후 화상인터뷰에서 “박효준의 스윙은 무척 간결하다. 부드럽고 군더더기 없는 스윙을 한다. 복부 쪽에 힘이 좋아서 간결한 스윙으로도 장타를 만든다”며 “박효준이 왼손 투수를 상대로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걸 봤다. 앞으로도 박효준에게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준 또한 “트리플A에서 좌투수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냈다”며 “나 자신을 믿었고 팀을 위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12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선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으나 타율 0.290(31타수 9안타) 1홈런 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0. 준수한 타격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얼마나 단단한 마음으로 잘 버텼는지를 나타내주는 결과다. 2015년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한 박효준이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더블A로 올라가기까지도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큰 타격을 받았다. 마이너리그가 전격 취소된 것. 빠르게 한국으로 돌아온 박효준은 스스로 훈련 장소를 알아보며 개인 훈련에 전념했다.

홈런 이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는 박효준(가운데).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전화위복. 오히려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2021시즌 초반부터 매서운 기세를 뽐냈다. 더블A에서 트리플A로 빠르게 올라간 박효준은 뉴욕 양키스 산하 트리플A 스크랜턴/윌크스-배리 레일라이더스에서 맹활약했고 결국 양키스의 콜업을 받았다.

유창한 영어실력도 박효준이 마이너리그에서 어떻게 빅리그 콜업을 기다렸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효준은 이날 화상인터뷰에서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도 통역 없이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말했다.

큰 기대를 모으고 있음에도 아직 고개를 숙인다. “나는 아직 완전한 메이저리거는 아니다. 천천히 녹아들고 있다. 팀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며 한껏 자세를 낮추고 있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는 태도이기도 하다.

리빌딩을 계획하고 있는 피츠버그는 박효준을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용하고 있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다. 중견수와 우익수, 좌익수를 시작으로 유격수에 이어 이날은 2루수까지 맡았다. 전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타격에서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박효준은 피츠버그 리빌딩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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