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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정지윤, 김연경이 찍은 '여자배구 미래'의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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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정지윤, 김연경이 찍은 '여자배구 미래'의 무한성장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8.29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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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미들 블로커(센터),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를 거쳐 이제는 윙 스파이커(레프트)까지. 정지윤(20·수원 현대건설)의 무한성장은 어디까지 계속 될까.

정지윤은 29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에서 서울 GS칼텍스를 상대로 1세트 중반부터 교체 투입돼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7점(공격성공률 43.33%)을 기록, 3-0 완승을 이끌었다. 황연주 대신 라이트로 들어와 높은 확률로 공격을 매듭지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완전히 현대건설 에이스로 올라선 그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31표 중 27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2018~2019시즌 센터로 정규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그가 3년 만에 날개공격수로 컵대회 별 중의 별까지 올라선 것.

대전 KGC인삼공사와 조순위결정전 목적타 서브 폭격을 견디지 못한 채 리시브효율 0%로 무너져 눈물까지 보였던 정지윤은 준결승에서 리시브효율을 21%까지 끌어올렸다. 라이트로 나선 결승전에선 호쾌한 스파이크로 연신 코트를 쪼갰다. 블로커와 디거가 공에 손도 대지도 못하는 화끈한 스파이크가 이어졌다.

현대건설 정지윤이 데뷔 4년 만에 컵대회 MVP를 거머쥐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팀을 떠난 김연경도 한국 여자배구 미래를 위해서도 정지윤이 레프트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같은 뜻에서 정지윤에게 새 임무 레프트를 부여했다. 

레프트는 서브 리시브를 책임져야 하는, 공격만큼 수비도 중요한 포지션이다. 정지윤은 레프트로서 아직은 미완의 단계지만 이번 대회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유의 파워에 국제대회에서 라이트로 뛰며 터득한 스킬을 더해 공격은 한층 노련해졌다. 리시브효율도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졌다.

강성형 감독은 "내가 추구하는 배구는 측면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외국인선수가 와도 레프트가 공격 비중을 같이 짊어지는 배구다. 중앙 후위공격(파이프)도 필요하기 때문에 (정)지윤이가 중요하다"며 "지윤이는 이번 대회 매 경기 팀이 풀리지 않을 때, 문제가 있을 때 해결사 역할을 했다. 레프트로 도전하는데, 마인드가 좋은 선수라 훈련을 통해 점차 좋아질 것이니 힘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경기 후 정지윤은 "많은 분들께서 레프트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데, 기대해주시는 만큼 더 노력해서 발전해야 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과거 감독으로 화성 IBK기업은행을 오래 지도한 바 있는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레프트와 라이트를 가리지 않고 모두 연습했으면 좋겠고, V리그 MVP도 욕심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정지윤은 팀이 흔들릴 때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정지윤은 MVP 수상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잘하는 언니들도 많았고, 나는 기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욕심 없이 제 역할 하면 좋은 결과 온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기뻐했다.

정지윤 스스로도 포지션 변경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시즌이 끝나기 전 이미 새 시즌부터 레프트로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소화하지 않았던 리시브를 짊어져야 하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는 "주변에서 레프트를 해야 된다고 조언해주셨다. 센터, 라이트로 뛰고 있었지만 한참 전부터 레프트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리시브나 수비가 좋은 편이 아니라 걱정도 많이 된다. 계속 많이 연습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고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센터, 라이트로 뛴 정지윤은 이제 레프트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지난 KGC인삼공사전에서 리시브 불안으로 교체 아웃된 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코트 안에서 내가 팀에 도움이 되는 게 뭐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로 인해 세터도 흔들리고, 주변 언니들도 나를 커버하느라 자신들의 것을 못했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에 화나고 분하고 속상해서 울었다"면서도 "해왔던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리시브를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거 하나로 무너지면 앞으로 레프트를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약한 마음가짐으로는 뭘 해도 안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레프트로 뛴다.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잘하려고 욕심내기 보다 다음 시즌 리시브에서 좀 버티는 경기를 많이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이 직접 언급한 후계자로 공인된 셈이기도 하다. 올림픽을 함께하며 김연경으로부터 배운 점도 많다.

그는 "대표팀에선 라이트였기에 공격 면에서 많이 배웠다. 높은 블로킹 앞에선 어떻게 영리하게 때려야하는지 배웠다. (김연경)언니도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칠 수 있도록 조언해줬다. 또 점프, 타점, 파워 등 좋은 신체능력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더 연구해서 연습하면 더 좋은 선수가 있을 거라고 했다"며 "다 내가 하기에 달린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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