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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김민재 '발군', 유럽 눈은 정확했다 [한국 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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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김민재 '발군', 유럽 눈은 정확했다 [한국 레바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9.07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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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에이스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 없이도 승리를 챙겼다. 올 여름 새 둥지를 찾은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과 김민재(페네르바체·이상 25)가 공수에서 훨훨 날았다. 괜히 유럽에서 탐낸 선수들이 아니란 걸 확인하게 된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권창훈(수원 삼성)의 결승골로 1-0 승리, 승점 3을 챙겼다.

1승 1무, 승점 4를 기록한 한국은 이란(1승, 승점 3)을 제치고 A조 1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진 한국 공격진에 경기 내내 활기를 불어넣은 황희찬(왼쪽).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진 한국 공격진에 경기 내내 활기를 불어넣은 황희찬(왼쪽).

 

경기 전부터 불안감이 컸다. 이라크와 1차전 답답한 경기력으로 0-0 무승부를 거뒀는데, 이날 경기를 앞두고 손흥민이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벤투 감독은 파격적인 변화를 가했다. 황의조(보르도)까지 벤치에 앉혀둔 채 경기를 시작했다. 최전방은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조규성(김천 상무), 황희찬, 나상호(FC서울)가 이뤘다. 지난 경기 공격진과 모두 바뀌었다.

선발진만 바뀐 게 아니었다. 상대팀들이 밀집 수비로 맞섬에도 좁은 공간에서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지향하며 답답함을 자아냈던 벤투호는 과감하게 변신했다. 공간을 넓게 활용했고 보다 적극적으로 직선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지난 경기 아꼈던 슛도 과감히 퍼부었다.

그 중심에 황희찬이 있었다.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에서 리버풀(잉글랜드)과 나폴리(이탈리아)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황희찬은 라이프치히(독일) 이적 후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며 폼이 하락했는데, 올 여름 임대 후 이적 형태로 울버햄튼(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황희찬은 손흥민이 없는 측면의 지배자였다. 과감해진 공격으로 인해 상대 수비가 중앙에 더 밀집할 수밖에 없었고 저돌적인 돌파가 강점인 황희찬에겐 더 없는 기회가 열렸다. 전반 초반부터 활발히 왼쪽 라인을 공략한 황희찬. 슛 타이밍이 다소 늦었고 컷백 패스 등의 정확성이 다소 아쉬웠지만 한국 공격진 중 가장 날카로웠다.

후반 한국은 황의조와 권창훈, 송민규(전북 현대)를 투입했는데 계속 이어진 공격 끝 결실이 나타났다. 후반 15분 수비 뒷선에서 왼쪽 측면으로 찔러준 공을 황희찬이 지체 없이 땅볼 크로스로 연결했다. 측면으로 쇄도하던 권창훈이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민재(가운데)는 수비에서 대체불가한 활약으로 레바논 공격진을 봉쇄했다.

 

동점골을 위해 라인을 끌어올리자 황희찬의 독무대가 열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끊임없이 상대 뒷공간을 노리며 돌파를 펼쳤고 위협적인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황희찬 등이 적극적인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던 건 수비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김민재는 단연 돋보였다. 뛰어난 실력에도 중국리그에 머물며 축구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던 그는 올 여름 페네르바체(터키)로 이적하며 날개를 달았다.

유럽 축구계에선 잘 눈에 띄지 않는 중국리그에서 뛰면서도 러브콜을 받았던 이유를 증명해냈다. 한국은 골을 넣기 위해 공격 시엔 수비 라인을 중앙선 가까이까지 끌어올렸고 측면 수비수들은 상대 진영 깊숙하게 전진해 공격을 도왔다. 자연스레 레바논으로선 역습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김민재의 벽을 뚫진 못했다.

공중볼은 물론이고 상대 공격수와 1대1 상황에서도 어떤 불안감을 보이지 않았다. 때론 상대의 거센 압박에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김민재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공을 간수해냈다.

나아가 경기 초반부터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올라가 슛을 날리는 등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수비에선 압도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대인마크 능력과 몸 싸움, 상대 패스 줄기를 끊어내는 위치 선정으로, 공격에선 안정적인 패스와 전진 드리블 등으로 큰 힘을 보탰다.

승점 3을 챙겼음에도 결과만 보자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발군의 기량을 뽐낸 황희찬과 김민재의 활약 속 달라진 경기 내용은 축구 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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