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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누른 전지희, 베테랑의 성장론 [여자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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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누른 전지희, 베테랑의 성장론 [여자탁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9.10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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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삐약이'로 거듭난 신유빈(17·대한항공)이 실업 무대 첫 대회에서 한국 여자탁구 최강자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 벽을 넘지 못했다. 전지희는 본인의 존재가 신유빈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전지희는 9일 강원 인제 다목적경기장에서 열린 2021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 기업부 여자단식 8강에서 신유빈을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첫 두 세트 전지희가 여유있게 따내면서 싱거운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신유빈이 3세트 11-2로 반격했고, 4세트도 4차례나 듀스 접전을 벌인 끝에 전지희가 겨우 승리했다. 올림픽을 경험하고 돌아온 신유빈 기세에 전지희가 혼쭐난 셈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지희는 경기 후 "올림픽도 아닌데 긴장됐다"며 "(3세트) 유빈이 공격을 초반부터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나로서는 답 없는 세트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진=월간탁구/연합뉴스]
전지희가 신유빈과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사진=월간탁구/연합뉴스]
[사진=월간탁구/연합뉴스]
신유빈은 올림픽을 경험한 뒤 기량이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월간탁구/연합뉴스]

이로써 전지희는 신유빈과 맞대결 2전 전승을 달렸다. 지난 3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스타 컨텐더 단식 8강에서 승리한 데 이어 2연승. 지난 6월 올림픽 직전 이벤트 성격으로 열린 비공식 올림픽 모의대회에서도 신유빈을 눌렀다.

최강자 자존심을 지킨 그는 한국 여자탁구 '현재'로서 '미래'가 될 신유빈의 가능성을 치켜세우는 일을 잊지 않았다.

전지희는 "유빈이가 점점 발전하고 있다. 과거의 유빈이를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특히 올림픽 뒤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스물아홉인 나는 이제 얼마나 더 현역으로 뛸지 모른다. 하지만 유빈이는 한국 탁구 미래다. 유빈이가 성장해야 한다"며 "내가 쉽게 안 밀리는 게 유빈이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언니들과 부딪치며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전지희에게도 신유빈이 무럭무럭 자라는 게 도움이 된다. 단식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무서운 후배임과 동시에 대표팀에선 복식조로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둘은 이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과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에서도 짝을 이룬다.

유남규 한국실업탁구연맹 부회장은 "전지희가 최근 몇 년간 국내 대회에서 이토록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면서 "신유빈에게 져서는 안 된다는, 국내 1위 타이틀을 내줘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전지희에게서 느껴졌다"고 흥미로워했다.

[사진=월간탁구/연합뉴스]
신유빈을 쫓고 있는 김나영. [사진=PP라이프/연합뉴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전지희와 신유빈을 동시에 지도한 추교성 여자탁구 대표팀 감독도 "신유빈의 기량이 올라오면서, 전지희도 자극 받아 많이 발전했다"고 흡족감을 나타냈다.

전지희가 버텨주고, 신유빈이 더 크면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전망은 밝아질 수밖에 없다. 전지희는 "아직 국가대표로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결승에 오른 적이 없다"면서 "유빈이와 함께 결승에 올라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으로 신유빈은 이제 자라나는 탁구 꿈나무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회에서 신유빈은 한 살 어린 김나영(16·포스코에너지)과 명승부를 벌였다.

김나영 역시 신유빈처럼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 입단을 택한 기대주다. 올 초 중학교 졸업 직후 포스코에너지와 계약했다. 어머니가 대전 호수돈여중 등에서 코치로 활동한 양미라 씨, 아버지가 김영진 한국수자원공사 감독이니 탁구인 피가 흐르는 것도 신유빈과 닮았다.

전문가들은 김나영이 지금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면 2~3년 안에 신유빈과 라이벌 구도를 이룰 가능성 높다고 보고 있다. 한동안 정체됐다는 평가가 따랐던 한국 여자탁구에 신유빈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 체제가 생겨나고 있어 다음을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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