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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랑했어요, 가을밤을 적시는 따뜻함 [Q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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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랑했어요, 가을밤을 적시는 따뜻함 [Q리뷰]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9.11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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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명곡의 깊이를 더하는 서사에 절로 마음이 녹는다. 다양한 장르를 추구했던 고(故) 김현식의 음악 세계를 그대로 이어받아 포크, 펑크, 발라드, 블루스, 록, 소울, 팝 등의 장르를 꽉 채운 주크박스 뮤지컬 '사랑했어요'다.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대한민국 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싱어송라이터 김현식의 명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키보드와 기타, 베이스, 드럼, 플룻, 클라리넷·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으로 구성된 14인조의 오케스트라가 원곡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최대한 살려 김현식만의 섬세한 노랫말과 가슴을 울리는 진한 사랑의 감성을 담아냈다. 

매년 11월 1일이면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어느 공원의 분수대 앞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유명 싱어송라이터 준혁이 25년 만에 미발표곡을 노래하는 순간, 이 음악을 알고 있는 묘령의 젊은 여인이 나타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진=호박넝쿨 제공]

 

25년 전, 절친한 동생 기철의 소개로 음악 유학을 떠난 준혁은 비엔나 음악 학교에서 은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준혁을 만나기 위해 비엔나에 온 기철 역시 은주를 본 순간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세 사람의 운명과 인연은 엇갈린 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달려가게 된다.

지난 2019년 초연을 올렸던 '사랑했어요'는 이번 시즌 작품의 메시지인 ‘사랑’의 감정을 조금 더 심도 있게 묘사하기 위해 1996년 ‘과거 이준혁’과 2021년 ‘현재 이준혁’으로 나눠 등장시킨다. 캐릭터 사이에 존재하는 25년이라는 세월 속에서도 ‘현재 이준혁’이 평생 잊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을 ‘과거 이준혁’의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번 시즌 드라마의 개연성을 더 살리기 위해 새롭게 추가된 ‘내 사랑 내 곁에’와 ‘넋두리’는 극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서사를 이끄는 ‘내 사랑 내 곁에’는 ‘현재 이준혁’의 절절한 감정을 대변하는 곡으로, ‘과거 이준혁’의 넘버로 새롭게 추가된 ‘넋두리’는 한(恨)을 토해내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전율을 선사한다.

 

[사진=호박넝쿨 제공]
[사진=호박넝쿨 제공]

 

이뤄질 수 없었던 사랑을 추억하는 준혁과 은주, 그들의 소설 같은 로맨스 스토리도 인상적이지만, 사랑 앞에 인생의 모든 걸 거는 '기철' 역의 서사도 더없이 애틋하다. 준혁과 은주는 떠나보낸 사랑을 시리게 울부짖는 넘버 '사랑했어요'로 깊은 감동을 전하지만, 극 중에서 현재진행형인 사랑을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솔직하게 고백하는 이가 오직 기철뿐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마음이 쓰인다.

'사랑했어요'를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한 가수 조장혁과 그룹 빅톤 멤버 강승식은 뛰어난 가창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극 초반부 기철의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고, 관객들의 눈물샘을 터뜨리는 신파 장면까지 무리 없이 끌어오는 강승식의 안정적인 캐릭터 소화력은 뮤지컬 배우로 활약할 앞으로의 모습을 더욱 기대케했다.

매끄럽지만은 않은 서사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정서가 가객 김현식의 명곡들과 만나 먹먹한 감동을 자아낸다. 김현식의 노래를 잘 모르는 세대에게도 깊어가는 가을날 짙은 감성에 젖어 울고 웃을 수 있는 순간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편, 고 김현식(1958∼1990)의 명곡을 다채롭게 재해석한 주크박스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오는 10월 30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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