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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식샤'는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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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식샤'는 안녕들 하십니까?
  • 이건희 객원기자
  • 승인 2014.01.2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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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건희 객원기자] 쫄깃쫄깃한 족발, 감칠맛 나는 시래기 고등어 조림, 김이 펄펄 나는 자장면, 푸짐한 해물찜,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힐 만큼 매운 즉석 떡볶이, 지글지글 입을 쫙 벌리는 조개 구이, 시원한 물냉면, 부드러운 식감의 두부 보쌈, 개운하면서도 깊은 맛 나는 새우라멘….

 

매주 목요일 밤 11시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식샤를 합시다’ 방송 중에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하는 음식들이다. 한국판 ‘심야식당’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본격 먹방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근접 촬영된 뜨끈한 음식, 또 그것들을 실감나는 소리와 함께 먹는 배우들의 모습을 통하여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 드라마가 단순히 군침 도는 음식이 아닌, ‘1인 가구’들의 음식을 다루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극의 주인공인 이수경은 남편과 이혼을 하고 홀로 지내는, 싱글 생활 3년차의 여성이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장으로 일하며 받는 적은 수입을 아껴가며 생활하지만, 유독 ‘식비’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하며 높은 엥겔지수*를 나타내는 그녀는 빈 그릇만 찍어대는 맛집 블로그 구독이 취미이고, 초콜릿 바 하나로 직장 상사의 스트레스를 견뎌내며, 사람간에도 ‘식(食)궁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 식탐녀이다. 하지만 먹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그녀에게 1인분 주문을 거부하는 식당은 너무나 많고, 맛있는 음식 한 번 함께 먹어 줄 이는 너무나 적다.

특히나 배우 이수경의 그간의 행보를 보았을 때, 그녀가 연기하는 ‘이수경’이란 인물이 음식에 이토록 집착하는 모습은 그 상징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원하는 청바지에 몸을 맞추기 위해, 새로 산 수영복을 더욱 예쁘게 입기 위해 체중조절용 시리얼을 먹으라고 권하던 광고 속 이수경의 모습이 친구와 구워진 조개를 신나게 발라 먹으며 손에 묻은 양념을 쪽쪽 빨아대는 ‘이수경’이 될 때, 그토록 자기 관리에 치열한 요새의 많은 싱글족들이 소위 ‘한끼 때우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외롭고 고독함을 느끼며 사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더 이상 ‘독립’이나 ‘싱글’ 생활은 젊은이들이 한 번쯤 꿈꾸는 낭만에서나 존재하는 단어가 아니다. 실제로 2013년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4가구 중 1가구는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려한 혹은 소박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싱글 라이프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의 의미는 아직까지 인간에게 쉽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싱글족들로 하여금 군침 한 번 크게 삼키고 열심히 무언가를 섭취하게 만들어, 적어도 굶어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에게 다가와 묻는다. 당신의 ‘식샤’는 안녕하시냐고.

* 엥겔지수 – 총 가계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
 

lghee0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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