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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홍정호 투혼, '디펜딩챔프' 주장의 품격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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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홍정호 투혼, '디펜딩챔프' 주장의 품격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9.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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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홍정호(32·전북 현대)가 디펜딩챔프 주장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울산 현대와 우승 경쟁은 올해도 쉽지가 않다. 최강희 감독과 조세 모라이스 감독을 거쳐 김상식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을 동안 홍정호는 굳건히 수비진을 지켰다. 올 시즌 라이벌 울산은 더 강력해졌고, 전북은 예년보다 흔들리고 있다.

최근 2경기에선 센터백 홍정호가 그야말로 영웅이 돼 승점 4를 벌어다줬다. 지난 5일 FC서울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데 이어 10일 울산과 현대가(家) 더비에선 골키퍼도 막지 못한 공을 몸을 던져 골라인 앞에서 건져내며 실점을 막고 무승부를 견인했다.

전북은 10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29라운드 울산과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선두 울산(승점 55)과 승점 차 4를 유지했다. 승점 차가 7까지 벌어졌다면 쉽지 않았겠지만 남은 10경기에서 충분히 좁힐 수 있는 격차다.

전북 주장 홍정호가 흔들리는 팀에 위닝 멘탈리티를 부여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 주장 홍정호가 흔들리는 팀에 위닝 멘탈리티를 부여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은 올 시즌 3번째 열린 현대가 더비에서도 승전보를 올리지 못했다. 올해 2무 1패 열세다. 그 결과 승점 4 뒤진 2위다. 그동안 승부처마다 전북과 포항 스틸러스 등 라이벌에 패하면서 우승을 놓친 울산이 올해는 홍명보 감독과 함께 '전북 트라우마'를 극복한 듯 보인다. 

이날 전북은 전반에 제대로 된 슛 하나 만들지 못하고 밀렸다. 후반에도 여러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번번이 홍정호가 버티고 서 있었다. 경기를 중계한 현영민 JTBC 골프&스포츠 축구 해설위원은 "전북 골문을 열려면 홍정호를 넘어야 하는데, 오늘은 그야말로 벽"이라며 치켜세웠다.

홍정호는 전후반 내내 분주히 움직였다. 193㎝ 장신에 파워까지 갖춘 울산 스트라이커 오세훈과 몸을 맞대고 힘을 겨뤘고, 2선이 강한 울산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때로는 미드필드 지역까지 전진해 공격 전개에 훼방을 놓았다. 크로스 역시 번번이 홍정호가 머리 또는 발로 잘라냈다.

특히 후반 42분 이동준의 결정적인 헤더를 막아낸 장면이 압권이다. 울산이 후방에서 최전방의 이동준을 보고 긴 패스로 속도 경합을 붙였다. 수비 배후를 파고든 이동준에게 공이 정확히 배달됐고, 골키퍼 송범근이 나와서 처리하려 했지만 이동준이 더 빨랐다. 이동준은 헤더로 송범근 키를 넘겼고, 공은 골문으로 향했다. 홍정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 몸을 날려 슛을 걷어냈다.

홍정호는 전북을 벼랑 끝에서 건져냈다. [사진=K리그 공식 유튜브 캡처]
홍정호는 전북을 벼랑 끝에서 건져냈다. [사진=K리그 공식 유튜브 캡처]

홍정호는 FC서울과 직전 경기에선 발로 결승골 넣었다. 2-2에서 자책골을 넣어 리드를 내줬지만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로 결자해지에 성공했다. 울산전 수훈 선수로 기자회견에 나선 선수는 당연히 홍정호였다. 

전북은 지난해 파이널라운드 들어 26라운드 원정 맞대결에서 울산을 1-0으로 물리치며 선두로 올라섰고, 이어진 27라운드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단축 시즌을 치른 지난해 울산을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둔 덕에 K리그 4연패 대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당시 울산전에서도 수훈 선수로 인터뷰에 응한 홍정호는 "전북에 왔을 때 기존 선수들을 보고 놀랐다. 강팀을 맞아도 늘 하던 대로, 준비한 대로만 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 (이)동국이 형 등 고참들이 잘 이끌어주고, 다른 선수들이 잘 따라갔던 것 같다”며 “나도 신기하다. 최강희 감독님 때부터 이겨야 하는 경기, 강팀과 일전을 꼭 잡아냈다”고 밝혔다.

홍정호뿐만 아니라 김민혁, 최철순, 김진수 등 전북 수비진은 울산전 그야말로 투혼을 발휘했다. 홍정호는 센터백으로는 이례적으로 경기 막바지 근육경련까지 호소할 만큼 폭넓게 움직였다. 이제 최강희 감독도, 이동국도 팀을 떠났지만 홍정호가 완장을 차고 피치에서 그 위닝 멘탈리티를 동료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특히 전북에 코치로 오래 몸 담았지만 감독으로서 경력은 일천한 김상식 감독이 데뷔 시즌 부침을 겪고 있는 만큼 홍정호 등 베테랑의 역할은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전북은 울산과 파이널라운드 들어 한 번 더 만난다. 마지막 홈경기에서 승리하며 또 다시 대역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때도 후방은 홍정호가 지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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