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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최예빈, 신중하지만 당당한 첫걸음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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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최예빈, 신중하지만 당당한 첫걸음 [인터뷰Q]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9.15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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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 Tip!] 벅차게 화려하고 긴장감 넘쳤던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조금 낯설던 얼굴. 잠재력을 가득 품고 나타난 한 신인 배우는 1년 만에 자신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첫 드라마 작품이라기엔 놀랍도록 안정적인 캐릭터 소화력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배우 최예빈의 이야기다.

[스포츠Q(큐) 글 김지원 · 사진 손힘찬 기자]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서스펜스 복수극으로,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 이야기를 담았다. 총 세 시즌, 48화에 걸친 방영 내내 ‘주간 전체 미니시리즈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약 1년간 신드롬급 인기를 지속했다.

드라마 종영을 앞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Q(큐)와 만난 최예빈은 '요즘 많이 바쁘지 않냐'는 질문에 "감사한 일이다"라고 답하며 미소 지었다.

 

[사진=스포츠Q(큐) DB]
[사진=스포츠Q(큐) DB]

 

최예빈은 '펜트하우스'로 안방극장에 처음 얼굴을 알렸다. 첫 드라마, 그리고 1년 반이라는 대장정을 마무리한 소감이 궁금했다. 마지막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고 밝힌 최예빈은 "시원섭섭하다. 이제야 실감을 하고 있다. 첫 데뷔작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첫 작품부터 말 그대로 '대박'이 터졌다. 인기와 화제성을 실감한 일이 있었을까? 그는 "SNS에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실감을 많이 했던 것 같고, 촬영장에 가면 시민분들께서 펜트하우스 촬영장인 걸 알아보시고 '파이팅' 해주신다. 그때 실감이 난다. 팬들이 보내주신 첫 커피차도 받아봤다"고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사전 촬영 기간 포함 약 1년 반 동안 감정 소모는 물론 체력 소모도 큰 촬영을 소화해 왔다. 컨디션 조절은 어떻게 해 왔는지 묻자 최예빈은 "일단 잘 먹었다. 세 끼 잘 챙겨 먹었고, 생각보다 건강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극한' 촬영이 있었는지 물었다.

"겨울에 봄 장면을 찍어야 하는 촬영이 가장 힘들었어요. 로나를 계단에서 밀치는 장면, 그 이후에 엄마랑 호수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일 추울 때였거든요. 난로도 패딩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추웠는데, 얇은 드레스 입고 얼굴이 다 빨갛게 언 채로 추위랑 싸웠던 기억이 있어요."

 

[사진=스포츠Q(큐) DB]
[사진=스포츠Q(큐) DB]

 

# "하은별, 처음 접하는 성격… 불안이 많은 점은 닮기도"

최예빈은 천서진(김소연)과 하윤철(윤종훈)의 딸 하은별 역을 맡았다. 성악을 전공하며 2인자에 머무르는 실력으로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해 늘 불안해하는 역할로, 늘 최고만을 고집하는 엄마 천서진의 정신적 학대 탓에 성격이 뒤틀려버린 인물이다. 특히 경쟁 관계인 오윤희(유진)의 딸 배로나(김현수)를 끊임없이 질투하고 견제하며 악행도 서슴지 않았던 캐릭터.

최예빈은 하은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중학교 3학년부터 시작해서 학생처럼 보여야 하는 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과제였다. 가족마다 특색을 보여주기 위해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모습을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감독님께서 엄마 아빠 선배님들 연기하는 것 보고 따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런 부분에 좀 신경을 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주변에 이런 사람이 없으니까요. 정말 처음 접하는 성향의 인물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민이 컸었는데, 대본이 점점 풀어지고 서사들이 생겨나면서 점점 어려움이 없어졌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대본 읽으면서 이어지는 흐름을 알게 되니 은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게 쉬워졌던 것 같아요."

시즌이 거듭되면서 중학교 3학년이던 '헤라 키즈'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큰 변화를 맞기도 했다. 하은별 캐릭터 역시 성인이 되며 조금은 다른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최예빈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다 때려 부수고 안된다고 난리를 쳤다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참으면서 뒤에서 준비한다거나"라며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다르게 행동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은별이가 불안하면 머리를 계속 쓸어 넘기는 장면이 있는데, 시즌1에는 귀 위 쪽으로 손을 들어서 넘기거든요. 근데 다음 시즌에는 좀 더 아래쪽으로 안 보이게 머리를 만져요. 촬영 중에도 김소연 선배님께서 '안돼, 하지 마'하고 혼내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 '아, 천서진이 은별이가 불안 증세를 보이면 제재했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에는 좀 더 소심하게 넘기게 됐어요."

 

[사진=스포츠Q(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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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년 반이 넘는 시간을 예민하고 까칠한 하은별로 살아왔다. '본체' 최예빈도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었을까? 그는 "제가 한 번 승모근이 뭉친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긴장을 하도 많이 해서 '액션!' 하면 목 부분이 굳어지더라"면서도 "연기로 표출하고 해소해서 정신적으로는 더 건강했던 시기였다"고 답했다.

'유리멘탈' 하은별과 달리 최예빈은 자신의 불안을 잘 알고, 해소할 방법도 스스로 찾아내는 성격이다. 그는 "제가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펜트하우스 하기 전에 한 번 와르르 무너진 시기가 있었다. 그 때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게 독서, 책이었다"고 밝혔다.

"은별이와의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저도 불안을 잘 느끼는 사람이에요. 대신 은별이랑 다르게 '내가 지금 불안한 상태구나'라는 걸 인지하면서 그럴 때마다 나한테 도움이 되는 책이 뭐가 있을까 찾아요. 그러면 금방 또 편안해지고. 최근에는 내가 앞으로 어떤 마음을 갖고 연기해나가야 될까 생각이 들어서 책장에 꽂혀 있었던 '배우를 배우다'라는 책을 다시 한번 꺼내 읽었어요."

오랜 시간 함께 촬영한 엄마 천서진 역의 김소연을 향한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최예빈은 "김소연 선배님은 현장에서 정말 따뜻하게 대해 주신다. 항상 '우리 은별이'라고 맞이해주시는데 그 안에 '잘했어' '수고했어' '힘내' 모든 말들이 다 담겨있는 느낌이다. 제가 드라마 촬영이 처음이라 카메라 위치나 시선 처리가 어려웠는데 연기하면서 제 시선을 다 맞춰주시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끔 해주셨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전하고 싶은 말이요? 일단 너무 감사하고 사랑하고, 선배님께 직접 말씀도 많이 드리거든요. 연기하는 모습도 물론이고, 현장에서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시고 성함도 한 분 한 분 외우시는 모습 보면서 제 또 다른 롤 모델이 되신 것 같아요. 따뜻한 분들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간 열등감에 휩싸여 악행을 저질러오던 하은별은 극 말미 모든 것을 깨닫고 갱생한다. 엄마 천서진의 죄를 스스로 폭로하며 속죄의 눈물을 흘리기도. 종영과 함께 오랜 시간 함께한 하은별 캐릭터와도 작별을 하게 된 심경을 묻자 "스페셜 촬영 때 은별이에게 인사하면서 눈물을 보였었다. 은별이가 지금까지는 힘들어했지만 스스로 벌을 주고 벌을 받고, 그 후에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작가님께 감사하다. 은별이가 자신을 찾아가면서 행복하게 헤쳐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 "본업은 기본,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중학교 3학년까지 꿈이 파일럿이었는데 시력이 안 좋아서 포기해야했어요. 그 즘에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보게 됐는데 장희빈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고 그걸 연기하는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 궁금한 거예요. 그 때 약간 홀린 듯이 연기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아요."

큰 기대 없이 오디션을 봤던 '펜트하우스'는 최예빈의 첫 드라마 데뷔작이 됐다. 그는 "될 거라는 욕심이 없어서 오히려 더 편하게 보고 왔던 오디션이었다. 매니저님께도 '이번엔 후회는 없어요' 했던 몇 안 되는 오디션 중에 하나였다. 정말 기대를 안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더 감사했던 작품"이라고 답했다.

"처음엔 현장이 너무 긴장되고 카메라도 잘 모르고 그랬거든요. 같은 작품을 오래 하다 보니까 긴장이 차츰 풀리게 됐어요. 현장이 점점 재밌어지기도 했고요. 카메라 맞추는 것도 감이라는 게 생길 거라고 했는데, 이제 그게 뭔지는 알겠어요."

이렇듯 최예빈은 '펜트하우스'로 안방극장 첫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러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을까. 그는 "은별이랑 제가 많이 다르기도 했고, 은별이와 반대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서 밝거나 저와 비슷한 캐릭터 해보면 어떨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서 "나중에는 꼭 누아르 장르를 해 보고 싶다. 영화 '차이나타운'을 인상 깊게 봤다. 최근에는 아저씨, 악녀, 마녀도 재밌게 봤다"고 전했다.

배우로서 롤 모델을 묻자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었을 때 봤던 영화가 '집으로 가는 길'이다. 전도연 선배님 연기가 인상깊었다. 나중에 꼭 한 번 선배님과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고 답한 최예빈은 "본업인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펜트하우스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만큼 시청자분들께 큰 감사를 드리고, 은별이를 응원해 주셨던 분들에게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배우 최예빈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기대해 주시면 더 발전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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