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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마르티네스 '우뚝', 프로당구 새 판 깔린다 [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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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마르티네스 '우뚝', 프로당구 새 판 깔린다 [PBA 투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9.23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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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시즌 2번째 PBA 투어가 막을 내렸다. 다비드 마르티네스(30·크라운해태 라온)와 김세연(26·휴온스 헬스케어 레전드)이 남녀부 정상에 오르며 새 판도 형성을 예감케 했다.

마르티네스는 22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1~2022 PBA 투어 2차전 TS샴푸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응우옌 후인 프엉 린(28·NH농협카드 그린포스)을 세트스코어 4-2(15-10 10-15 15-5 8-15 15-13 15-13)로 꺾었다.

마르티네스와 김세연의 정상 등극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내며 기존 강자들이 구축한 왕권 구도를 깨뜨릴 가능성을 비췄다.

다비드 마르티네스가 22일 2021~2022 PBA 투어 2차전 TS샴푸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응우옌 후인 프엉 린을 잡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 쿠드롱-강동궁-필리포스 비켜! 올 시즌은 마르티네스가 접수한다

첫 시즌의 진정한 승자는 마르티네스였다. 초대 우승자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38·그리스·TS샴푸 엔젤스) 혹은 적응기를 마치고 정상에 오른 프레드릭 쿠드롱(53·벨기에·웰컴저축은행 웰뱅 피닉스), 강동궁(41·SK렌터카 위너스) 등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상금(1억5050만 원)과 포인트(15만500점)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엔 아쉬움을 남겼다. 좀처럼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고 시즌 누적 상금은 250만 원에 그쳤다.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 속 나섰던 팀 리그에서도 개인전 승률 31.8%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컸다. 당시 고향 스페인에 머물렀는데 연습을 위해 밖을 나서는 것도 힘들었다.

그 사이 쿠드롱과 필리포스는 우승을 추가했고 다비드 사파타(29·스페인·블루원리조트 엔젤스)는 왕중왕전 격인 PBA 월드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3억 원을 챙겼다.

주춤했던 마르티네스는 올 시즌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1차전이었던 블루원리조트 대회 때 4강에 오르더니 이번엔 16강에선 김재근을, 4강에선 쿠드롱을 꺾고 올라온 돌풍의 주역 해커를 잡아내며 우승에 다가섰다.

우승 후 응우옌(왼쪽)을 꼭 안아주고 있는 마르티네스. [사진=PBA 투어 제공]

 

결승 결과는 함부로 예측하기 힘들었다. 마르티네스는 물론이고 베트남 특급 응우옌 모두 날이 서 있었다. 눈 깜짝하면 세트가 마무리됐다. 4세트까지 평균 6이닝 만에 승부가 났다. 한 세트씩을 차례로 가져가며 세트스코어 2-2.

5,6세트가 하이라이트였다. 5세트 응우옌이 첫 공격부터 11점을 냈으나 마르티네스가 곧바로 12점으로 응수하더니 세트를 따냈다. 6세트에도 선공을 잡은 응우옌이 7점을 내며 달아났다. 마르티네스가 빠르게 추격해 역전에 성공했지만 응우옌이 5점을 추가, 13-11로 경기를 마지막 세트로 몰고 가는 듯 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가 곧바로 4점을 몰아치며 승리의 포효를 외쳤다.

1년 10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마르티네스는 우승상금 1억 원과 랭킹포인트 10만 점을 추가했다. 프로 첫 우승에 도전했던 응우옌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대회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 톱애버리지상(상금 400만 원)은 64강에서 2.813의 애버리지를 기록한 김남수(TS샴푸)에게 돌아갔다.

이젠 날아오를 때다.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마르티네스는 “스페인에선 코로나19로 인해 3개월동안 밖을 나갈 수 없었다. 그만큼 연습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 부진했던 성적의 원인으로 뽑는다”며 “이번 시즌엔 이사를 하면서 집 안에 테이블을 두고 연습량을 늘렸다. 그게 요인으로 작용한 거 같다”고 밝게 웃었다.

위닝샷을 성공시킨 뒤 큐를 들고 기뻐하는 김세연. [사진=PBA 투어 제공]

 

◆ 임정숙-이미래 양강? 김세연 시대가 열린다

프로 출범 첫 시즌 주인공은 임정숙(35·SK렌터카)이었다. 3승을 달성하며 ‘여제’ 타이틀을 달았다. 이듬해엔 이미래(25·TS샴푸 히어로즈)가 맹위를 떨쳤다. 3연속 우승을 포함해 누적 4회 챔프로 임정숙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시즌 막판엔 김세연이 뛰어올랐다. 추석을 맞아 열린 TS샴푸 LPB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김세연은 시즌을 마치고 열린 LPBA 월드챔피언십에서 김가영(38·신한금융투자 알파스)을 제압하고 1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 덕분에 임정숙, 이미래를 제치고 누적상금 단독 1위로 뛰어올랐다.

물론 아직 최강자라고 단언하긴 섣불렀다. 넘어서야 할 벽이 있었다. 누적 우승에서 이미래는 물론이고 임정숙에도 밀렸고 새로 LPBA 무대에 뛰어든 전 대한당구연맹(KBF) 최강자 스롱 피아비(31·블루원리조트)를 꺾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는 김세연(왼쪽)과 흐뭇하게 지켜보는 장기영 TS샴푸 대표. [사진=PBA 투어 제공]

 

시즌 첫 대회 4강에 오르며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으나 끝이 좋지 않았다. 피아비와 만난 준결승에서 0-2로 완패한 것. 에버리지 0.480으로 전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마쳐 더욱 씁쓸함이 컸다.

절치부심한 김세연은 8강에서 다시 피아비를 만났다. 이번엔 달랐다. 에버리지 1.000을 자랑하며 2-0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4강에서 최혜미를 만나 고전 끝 승리한 김세연은 지난 21일 열린 결승에서 최연소 우승을 노리던 용현지를 세트스코어 4-2(11-6 6-11 11-4 11-4 7-11 11-7)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세트스코어 3-1에서 한 세트를 내줬으나 6세트 3-6 열세에서 10이닝부터 4이닝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를 끝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추석에 열린 TS샴푸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김세연은 “2연패라 의미가 크고 너무 좋다”며 “조금씩 발전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주변에서 지적하는 부분을 매일 연습했고 신입 선수의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개인투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고 경기 이틀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연습한 게 오히려 이번 대회를 잘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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