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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 잇는 '테니스 간판' 권순우, 다음 목표는? [ATP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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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 잇는 '테니스 간판' 권순우, 다음 목표는? [ATP 투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9.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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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형택(45) 이후 첫 쾌거. 권순우(24·당진시청)가 일을 냈다. 18년 만에 한국 테니스에 안긴 우승 트로피. 권순우의 행보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권순우는 26일(한국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아스타나오픈(총상금 48만 달러) 대회 단식 결승에서 제임스 더크워스(65위·호주)를 1시간 36분 만에 2-0(7-6<8-6> 6-3)으로 꺾었다.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이형택의 우승 이후 18년 8개월 만에 ATP 투어 단식을 제패한 한국인이 됐다.

권순우가 26일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 단식 결승에서 정상에 오른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 페이스북/연합뉴스]

 

테니스는 강한 스트로크 구사에 밑바탕이 되는 뛰어난 체격과 힘 등 선척적인 부분에 많은 영향을 받는 종목이다. 지금껏 아시아권 선수들이 세계의 벽 앞에서 좌절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아시아 선수들 중 남자 메이저 대회 단식에선 우승한 선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여자는 2011년 프랑스오픈과 2014년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리나(중국·은퇴)와 혼혈 선수인 오사카 나오미(일본) 두 명이 전부다.

한국에선 남녀 프로테니스 투어 단식에서 최초로 우승한 이덕희(68·은퇴)가 있었다. 1982년 1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애본 챔피언십에서 태극기를 휘날렸다.

남자로는 2003년 이형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01년 ATP 투어 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그는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결승에서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를 꺾고 한국인 최초 투어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권순우는 2003년 한국 남자 선수 최초 ATP 투어 우승을 차지한 이형택 이후 18년 만에 값진 성과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조윤정(42·은퇴)이 WTA 투어 대회 단식 결승에 3차례 올랐으나 준우승만 3회를 남겼고 정현(25·282위)은 2018년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고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으나 ATP 투어 정상엔 서지 못했다. 2017년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꺾고 우승했으나 이 대회는 21세 이하 선수들만 출전한 대회로 ATP 정규 투어로 인정되지 않았다.

권순우의 우승이 더욱 값진 이유다. 우승 상금은 4만7080달러(5500만 원)로 타 대회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지만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권순우는 우승 랭킹 포인트 250점을 받으며 세계랭킹을 종전 82위에서 25계단 점프한 57위까지 끌어올렸다. 개인 최고인 69위도 훌쩍 뛰어넘었다.

ATP 투어 단식 첫 결승에 오른 더크워스를 맞은 권순우. 1세트 타이브레이크가 결정적이었다. 3-3에서 연속 3점을 빼앗기며 1세트를 내주는 듯 했으나 놀라운 뒷심을 발휘했고 5연속 득점으로 8-6 역전, 완벽히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기세를 몰아 2세트에서도 2-2에서 내리 3게임을 따내며 가뿐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대회 전까지 권순우의 최고 성적은 올 6월 영국에서 열린 바이킹 인터내셔널 4강이었다.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성과.

권순우는 "50위 이내, 20위, 10위 안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 페이스북/연합뉴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권순우는 “카자흐스탄에 올 때 이동 거리가 있어서 편하게 경기하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데이비스컵 후 곧바로 이동해 대회 초반에는 몸도 조금 무거웠다”며 “이번에 지면 시차 적응 때문에 졌다고 핑계 대려 했다”고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빠르게 현지 적응에 성공한 권순우는 “우승이 걸려 있어서 초반에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도 “그래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순우에게도 더욱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이번 시즌 대회가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테니스를 하면서 세운 목표를 이뤘다”며 “우승으로 팬 여러분 응원에 보답하게 돼 기쁘다. 50위 이내, 20위, 10위 안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권순우는 곧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동해 이날 개막하는 ATP 투어 샌디에이고오픈(총상금 60만 달러)에 출전한다. 본선 1회전에서 만날 첫 상대는 다니엘 에반스(23위·영국).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지만 높은 벽을 넘어선 권순우가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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