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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내사랑' 지배자, 지주연 '서울대 얼짱' 버리니 '배우'가 됐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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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내사랑' 지배자, 지주연 '서울대 얼짱' 버리니 '배우'가 됐다 [인터뷰]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5.18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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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우리나라 일일드라마는 쉽게 변하지 않는 장르 중 하나다. 전형화된 캐릭터와 반복되는 내용으로 인해 주연 위주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조연이 주연을 능가하는 연기력을 보여주기 까다롭다.

지난 8일 종영한 KBS 1TV '당신만이 내 사랑' 역시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조연이 주연을 이기고 관심을 끌어낸 배우가 있다. 바로 지주연(29)이다. 서울대 출신 배우로만 알려졌던 그가 '당신만이 내 사랑'을 통해 진짜 배우임을 증명한 것이다.

 

[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이상민 기자] 지난 15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주연은 '서울대 얼짱 출신 배우'라는 별명답게 뛰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어쩌면 서울대 얼짱이라는 타이틀이 배우라는 이름보다 더 어울리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그는 더이상 '서울대'도 '얼짱'도 아니었다.

◆ 지주연이 지배한 드라마 당신만이 내 사랑 '반전 이야기'

'당신만이 내 사랑'에서 지주연이 연기한 캐릭터는 남혜리다. 남혜리 캐릭터는 극 초반까지도 악역과 선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청자들에게 별다른 활약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캐릭터는 이대로 묻힐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극이 중반을 넘어가자 남혜리는 악역의 본색을 드러냈고 극 후반에는 캐릭터 지배자로 올라섰다. 신인 배우인 지주연이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였다.

"제가 이 작품에 캐스팅이 되고 나서 주변에서 걱정들을 많이 하셨어요. 저 친구가 과연 악역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걱정이었죠. 실제로 드라마가 시작되고 나서 40부까지는 무척 헤매었던 것 같아요. 극을 이끄는 강력한 악역보다는 사랑을 빼앗긴 질투에만 초점을 맞췄고 모호한 연기가 이어졌죠. 시청자들은 저게 무슨 악역이냐고 비판하기 시작했어요. 잠시 힘든 기간 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겁이 났고 힘들었어요. 시청자 반응에 따라 캐릭터의 비중이나 색깔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 일일드라마에서 허우적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은 절 믿고 처음 기획의도대로 가셨어요. 극이 중반을 넘으면서 남혜리 캐릭터가 악인으로 거듭났고 전 확실한 색을 가진 캐릭터 연기를 하게 된 거죠."

"작품 후반부에 들어서는 많은 분이 제가 극을 지배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감독님 작가님, 특히 저의 실제 연기를 이끌어주셨던 극 중 친엄마 김혜숙 선생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제가 앞으로 계속 존경하며 본보기로 삼은 김해숙 선생님! 지금도 감사드려요."

 

◆ 당신만이 내 사랑 "여전히 후유증이 커요"

이처럼 지주연은 '당신만이 내 사랑'을 통해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배우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이다. 각별함을 넘어 집착까지 느껴질 정도의 작품이 됐다.

"('당신만이 내 사랑'이)지난 8일 끝이 났지만, 아직도 후유증이 커요. 오히려 작품이 끝나고 나니 계속 잠이 오질 않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의 느낌 같아요. 지독하게 사랑하고 이별한 느낌이라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것. 앞으로 제가 어떤 작품을 하던 이 감정은 평생 계속해서 가져갈 것 같아요.

 

◆ 서울대 얼짱 출신 배우 지주연 그의 '길었던 슬럼프'

지주연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얻은 성과는 또 있다. '당신만이 내 사랑'을 통해 진정한 배우로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각인을 시켰다는 부분이다. 이전까지 그는 '서울대 얼짱 출신 연기자'라는 타이틀만 있었다.

"제가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건 배우 지주연이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이전까지 저는 '서울대 얼짱 출신 연기자'라는 타이틀만 따라다녔죠."

"처음 연기자가 됐을 때는 그냥 남들보다 주목을 받는다는 생각에 나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니까 '서울대 얼짱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저를 가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연기로 평가받아야 하는 배우가 막상 대중들 앞에 서면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만 남는 현상이 일어난 거죠.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KBS 공채 탤런트 출신이라 기회를 많이 받았음에도 배우로서 떠오르지 못한 원인 중 하나가 됐던 것 같아요. 거기다 전문 연극영학과 출신도 아닌 제가 연기의 한계를 느끼기까지 하면서 자연히 슬럼프에 빠져들었고 3년이라는 공백기를 맞게 됐죠."

 

지주연의 슬럼프는 무척 길었고 아팠다. 가족들의 연기자 생활에 대한 반대는 극에 달했고 지주연 본인도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가족들에게는 서울대 출신인 그가 실패를 하는 모습이 받아들여지질 않았다. 하지만 지주연은 이런 인고의 시간을 노력으로 이겨냈다.

"2008년 공채 탤런트가 되고 나서 2009년까지 활동을 하다가 이후 3년을 공백기로 맞이했죠. 부모님들은 제가 배우가 된다는 사실을 초반부터 반대하셨던 분위기였어요. 그나마 공채 시험에 합격하니 그냥 두고 보셨던 거였죠.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을 공백기로 보내자 부모님은 연기자 생활을 관두라는 압박을 하셨어요. 더는 못 참겠다고. 친동생까지 '부모님 피를 빨아먹느냐'는 소리를 하더군요. 너무 눈물이 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어요."

"이대로 무너지는 거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 자신을 더욱 채찍질했어요. 배우로서 노력해야 할 기본적인 것들에 시간을 투자했고 저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그리고 부모님들과 2014년까지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배우생활을 접겠다는 각서를 쓰고 다시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죠. 이런 분위기에서 만난 작품이 '당신만이 내 사랑'이었어요. 목숨을 걸고 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던 거죠."

 

◆ 인생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지주연은 왜 배우가 됐을까?

지주연의 이야기를 듣던 도중 문득 서울대까지 나와서 굳이 연기자가 된 이유가 궁금했다. 심지어 그는 서울대 언론 관련 학과를 졸업했다. 굳이 배우가 아니라도 방송 관련 일을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정말 많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더라고요. 전 초중고 시절부터 공부를 잘했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가족들의 기대가 컸죠. 하지만 서울대에 들어오고 나서 내 꿈을 못 찾겠더라고요. 그나마 대학생활 내내 연극회에 가입해서 무대에 간간이 서는 것이 위안이 됐어요. 이후 졸업이 가까워져 오자 친구들은 고시를 보거나 유학을 가는데 전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막연히 주변의 권유로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죠. 하지만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감정을 배제하는 직업이었죠. 제가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따라다녔어요. 이런 와중에 KBS에서 수년 만에 공채 탤런트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한번 시험을 쳐보기로 했던 것이 합격까지 가게 됐죠. 정말 극적으로 연기자가 된 거예요."

 

◆ 대중과 공감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서울대 출신, 3년간의 슬럼프, 가족들의 반대, 드라마를 통해 기사회생. 지주연은 쉽지 않은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이렇게 쉽지 않았던 만큼 배우로서의 목표도 확실하다.

"악역이든 밝은 역이든 어떤 캐릭터를 하든지, 대중과 공감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존경하는 롤모델 김해숙 선생님은 수많은 작품에서 어머니 연기를 하시죠. 하지만 항상 같은 어머니 캐릭터가 아니세요. 매번 다른 연기를 하신다는 소리죠."

"그런데도 대중들에게는 '공감'이라는 한가지 결론만 뽑아내시잖아요. 이런 연기를 하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연기관이 됐어요. 대중들이 저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시고 공감해 주시를 원합니다. 저도 끝까지 노력할게요."

 

◆ 소탈한 성격의 지주연 "전 조건없는 사랑을 합니다"

인터뷰 말미 지주연의 연애관이 문득 궁금해졌다. '서울대 얼짱'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어떤 연애를 해왔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을까?

"전 정말 연애관에서는 어떤 조건도 다지지 않아요. 돈, 학벌, 집안 배경 저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에요. 단지 사람의 인품만 봅니다. 실제 예전 대학 시절에 연애를 했을 때도 좋은 조건과는 무관하지만, 인품이 좋은 사람들만 만났으니까요. 이런 게 진짜 사랑 아닐까요?" (웃음)

[취재 후기] 지주연은 무명의 아픔을 크게 겪은 만큼 노력을 할 줄 아는 배우였다. 그래서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이번 취재 후기는 그가 인터뷰 도중 보여준 온갖 노력을 담은 연기 노트로 대신하면 될 것 같다.

언제나 연기에 들어서기전 그가 작성하는 노트다. 지주연은 끝없이 노력하는 배우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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