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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위력 확인, 이란전 골 특별한 의미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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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위력 확인, 이란전 골 특별한 의미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13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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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4경기 2골. 지난 두 차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의 득점 기록이다.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이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만 하면 유독 작아졌다.

이젠 달라진 걸까. 손흥민은 12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커리어 첫 이란전 골과 함께 2경기 연속 축포를 터뜨리며 대표팀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손흥민(아래)이 12일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젠 주포 해리 케인(잉글랜드)마저도 밀어내는 모양새. 그러나 대표팀에선 달랐다.

94경기에서 29골을 넣었는데, 소속팀에서 손흥민을 떠올리면 아쉬운 수치였다. 이번 최종예선 전까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뛴 21경기에서 4골. 벤투 감독이 ‘손흥민을 활용할 줄 모른다’, ‘손흥민이 지나치게 부담이 큰 것 같다’ 등 그의 부진에 대한 원인을 찾기 바빴다.

허나 이전에도 손흥민은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고전했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아시아 최종예선에 총 14경기에 나섰는데 단 2골에 그쳤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는 게 강점인 손흥민에게 수비 위주로 나서는 아시아 팀들은 유럽 정상권 클럽들보다 버겁게 느껴지는 듯 했다.

반가운 건 손흥민이 달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지난 7일 시리아전 경기 막판 극적인 결승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이날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역대 이란 원정 7경기 무승(2무 5패)에 허덕였던 대표팀은 이날 전반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했고 손흥민은 후반 3분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이재성(마인츠)의 전방 침투패스에 맞춰 오프사이드 라인을 완벽히 깨부순 손흥민은 상대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서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역대 3번째이자 박지성 이후 12년 만에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골을 넣은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3년 만에 나온 개인 A매치 2경기 연속골이자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골을 넣은 역대 3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원정팀의 무덤이라 불린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골을 넣은 건 1977년 이영무, 2009년 박지성뿐이었다.

후반 31분 알리레자 자한바흐시에서 동점골을 내줘 승점 3을 챙기지 못한 건 아쉬웠으나 손흥민의 골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손흥민의 장기를 완벽히 활용한 골이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승리를 거두지 못해 주장으로서 죄송하다. 늦은 시간까지 진심으로 응원해주신 것이 느껴졌다"며 "기대에 부응하려 최선을 다했으나 승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이란은 홈에서 상당히 강한 팀이라 어려운 상황들이 벌어졌다. 끝까지 승리를 지키지 못한 건 책임감을 느끼지만, 위기 뒤에 이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노력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선수들이 많이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경기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경계대상 1호로 꼽힌 손흥민이 이란 선수들에게 집중 마크를 당하는 장면.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최근 2경기 연속골을 넣은 손흥민은 “선수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도와준다. 문전에서 ‘때려라’와 같이 얘기를 해주는 것 등이 도움이 된다”며 “오늘 골 같은 경우에는 (동료가) 상황을 매우 좋게 만들어줬기 때문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란도 놀랐다. 앞서 드라간 스코치치(크로아티아) 이란 감독은 경기에 앞서 손흥민을 경계대상 1순위로 꼽았는데 경기 후 이란 매체에선 손흥민을 향한 찬사가 잇따랐다. 이란 스포츠매체 아만의 다부드 아마놀라 기자는 “손흥민은 아주 좋은 선수”라며 “이란 축구팬도 손흥민의 플레이를 좋아하고 나도 그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 오늘도 그 실력을 어김없이 보여줬다”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가흐베의 나데르 다부디 현지 인터넷매체 기자는 “손흥민은 역시 오늘도 좋았다”며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국팀은 볼 점유율을 높였고 이 때문에 이란팀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이전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골 장면이 최종예선에서 또 나오길 기대하긴 쉽지 않다. 이란을 제외하고는 한국을 상대로 수비 라인을 이토록 높이는 팀을 찾기 힘들기 때문. 그럼에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이후 손흥민이 빠른 발을 앞세워 역습으로 만들어낸 이번 골은 대표팀에서도 그러한 전술이 먹힐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 더 없이 반가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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