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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녀의 전략...간단한 옷은 만들어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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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녀의 전략...간단한 옷은 만들어 입자
  • 하혜령 편집위원
  • 승인 2014.03.2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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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하혜령 편집위원] 어어~ 하는 사이에 체중이 불어나고 몸의 선이 확연히 달라진 40대 어느 날, 새 옷을 살게 아니라 앞으로는 현재의 옷들로도 미래를 살 수 있는 몸을 가꾸기로 결심했다. 다운그레이드가 확실한 미래 경제상황을 고려해도 그렇고, 자존감을 위해서도 잘 가꾸고 관리한 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입어도 예쁘지 않은 예전의 옷들이 그 신호를 주었다. 무조건 마른 몸이 좋다는게 아니라 몇십년간 살면서 내가 생각하는 내 외모의 이미지에 맞는 몸을 가꾸어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심플하고 자유로운 미래를 간절히 소망하는 가난한 싱글녀에게 옷은 더 이상 스트레스 해소책이나 못채운 욕망의 대체제로 존재할 수 없어진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격무와 야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이를 분출하기 위해 옷을 사들이고, 또 그 옷을 살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일과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을 계속하기도, 할 수도 없는 나이와 상황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 양재기술을 이용해 직접 만든 심플한 무지 베스트

그래서 체형을 가꾸는 동시에 옷도 전략을 세워 소유하고 구비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공적 미팅을 위해 필요한 몇벌의 비즈니스 수트와 경조사 및 사적 행사를 위해 필요한 한두벌의 외출복, 그외엔 계절마다 돌려가며 입기 무난한 평상복 몇 벌이면 될 것 같았다. 그러고나서 옷장을 보니 옷이 너무 많았고 그 옷들의 70%는 대부분 제철에 입지도 않은채 세탁소로 가거나 옷장 안에 처박혀 있었다. 이게 무슨 어처구니 없는 행태란 말인가.

또한 하향곡선을 그을 경제상황을 고려해 평상복 정도는 만들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어졌다. 핏이 완벽하고 선이 딱 떨어지는 비즈니스 재킷은 무리라할 지라도 편안한 티나 셔츠, 원피스 정도를 만들어 입으면 경제적 압박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겠는가.

태어날 때부터 기성복을 입고 자란 세대로서 전엔 상상해보지 않은 일이었지만, 생각해보니 우리 어머니와 그 이전 세대는 옷을 만들어 입고 살아왔다. 나라고 못할 건 뭔가. ‘그 옷을 사기 위한 돈을 벌 시간에 만들면 되지, 안되면 말고’하는 생각으로 양재를 배웠다.

학창시절 가사 실습 시간에 가슴 부분이 튿어질 정도로 이상한 블라우스를 만들어 망신을 당한 적이 있는 지라 스스로도 못미더웠는데 놀랍게도 가능했다. 체형만 대충 알아도 직접 재지 않고 만들 수 있는 패턴이 세상엔 즐비했고, 원단과 부자재는 저렴한 비용에 동대문시장 등지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동네 자그마한 스튜디오와 학원에서 기초 재단 및 미싱을 몇 달 배웠을 뿐인데 꽤 그럴 듯한 평상복을 만들 수 있었다.

▲ 패턴을 이용해 제작한 긴팔 남방. 서로 다른 단추로 포인트를 줬다.

’그래도 전문가들이 비싼 돈 받으며 만든 옷보단 못하겠지, 안 예쁘겠지’라는 편견을 깨고 일상복으로 충분히 착용 가능한 아이템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노력이 들어가니 너무나 소중하고 자랑스러웠다.

옷을 욕망의 대체제로 삼을 게 아니라 체형 변화의 바로미터로 삼아 몸을 가꾸고 운동하는 것에 더 집중하자. 숱한 시행착오 끝에 찾은 내 스타일에 맞는 2~3벌의 외출복과 3~4벌의 평상복으로 가볍게 살자. 간단한 옷들은 직접 만들어 입자. 이것이 내가 40대 싱글녀로 살아가는 도중 세운 옷에 대한 전략이다.

amiblu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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