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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행 이다영 훨훨? 아쉬움은 사치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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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행 이다영 훨훨? 아쉬움은 사치 [여자배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21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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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충격적인 학교 폭력 이력이 공개되며 커리어도 마감될 줄 알았던 이재영, 이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가 그리스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다영은 21일(한국시간) 그리스 테살로니키 PAOK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피아코스와 홈경기에서 활약하며 PAOK 테살로니키에 세트스코어 3-0(25-16 25-20 25-21) 완승을 이끌었다.

현지에선 이다영의 활약에 고무되며 극찬했고 이다영은 밝은 미소와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배구팬 입장에선 씁쓸한 뒷맛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일 데뷔전을 치른 이다영(가운데)이 팀 득점 이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PAOK 테살로니키 페이스북 캡처]

 

이다영과 이재영은 대표팀 핵심 선수였다. 이재영의 호쾌한 공격과 이다영의 감각적인 토스에 넘치는 끼를 앞세운 스타성까지 더해 배구 흥행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문제는 실력과 스타성만으론 가릴 수 없는 인성이었다. 고교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배구팀 동료를 괴롭혔다는 피해자의 증언으로 둘의 만행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소속팀 흥국생명은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수 등록을 포기했고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국가대표팀 또한 둘 모두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다툼 과정에서 칼을 들고 위협을 했다는 증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이다영은 2018년 결혼해 가정을 이룬 뒤 이혼했는데, 전 남편에게 폭력을 일삼았고 외도 의혹까지 일며 치명타를 맞았다. 

그리스행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둘은 흥국생명에서 방출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는데, 국제이적동의서(ITC)와 비자 발급 등을 힘겹게 마치고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죄인처럼 빠르게 몰려든 취재진 사이를 빠져나갔다. 계약 조건은 국내에서 받던 연봉에서 80% 이상 삭감된 6만 유로(8200만 원)와 3만5000유로(4800만 원). 이마저도 감지덕지하며 그리스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팀에서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이다영(가운데)은 이날 양 팀 최고 평점을 받으며 활약했다. [사진=PAOK 테살로니키 페이스북 캡처]

 

이다영이 먼저 데뷔전을 치렀다.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이 최대 3명까지 인데, PAOK가 레프트 자원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이재영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이다영은 이단 공격과 블로킹 등으로 각 세트당 1점씩 올렸고 V리그 수원 현대건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밀라그로스 콜라(마야)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8개월 만에 나선 실전 무대였으나 양 팀 최고 평점인 7.1을 받았다. 22점을 올린 마야(6.6)보다도 높았다.

경기 후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AC PAOK TV와 인터뷰에 나선 이다영은 “승리해 기쁘다. 팀원들이 많이 도와줘 이길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며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이 생겼다. 공격수와 리베로가 정말 잘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스 매체 포스온라인은 “이다영은 빠르고 현대적인 배구를 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구단에선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다영이 윙크와 함께 브이자를 그리는 영상까지 올리며 “잘 자요 PAOK 팬들, 한국의 PAOK 팬들은 좋은 아침”이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PAOK에서 환대를 받고 있는 이재영(왼쪽), 이다영 쌍둥이 자매. [사진=PAOK 테살로니키 페이스북 캡처]

 

PAOK는 둘의 합류와 데뷔전 활약 등에 크게 고무된 모양새다. 최근 SNS 계정엔 대부분 이 둘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공백을 무색케 만드는 이다영의 활약에 일부 배구 팬들은 빈자리를 아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레프트 자리 선수들이 부진하거나 세터가 흔들릴 때 “이재영, 이다영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고 말하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재영, 이다영이 아니라 김연경급 실력을 갖춘 선수였더라도 명백한 잘못이 밝혀졌다면 일벌백계해야함이 마땅하다. 그간 성적지상 주의로 인해 스타급 선수들이 잘못을 지었을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졌다. 이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됐다.

대표팀은 이 둘 없이도 역대 2번째 올림픽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단순히 개인 기량만 따져봤을 땐 이재영, 이다영이 있었다면 더 높은 곳으로 향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오히려 둘이 빠져 선수들이 더욱 똘똘 뭉쳐 좋은 성과가 났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제 더 이상 둘에 얽맬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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