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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호' 여자축구 첫 대패, 뭐가 부족했나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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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호' 여자축구 첫 대패, 뭐가 부족했나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0.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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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콜린 벨 감독 부임 후 2년여 동안 큰 패배 없이 순항하던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처음으로 대패를 당했다. 세계최강 미국과 1차전에서 잘 싸웠지만 2차전에선 대량 실점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랭킹 18위 여자축구 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의 알리안츠 필드에서 열린 세계 1위 미국과 친선 원정경기 2차전에서 0-6으로 졌다.

지난 22일 0-0 무승부를 거둔 데 이어 1무 1패로 미국 원정을 마쳤다. 1차전 결과는 자신감을 충전하기 충분했고, 2차전 결과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한국에 양분이 될 경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단 2경기에서 1골도 넣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국과 역대 상대전적은 4무 11패로 첫 승 도전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사진=AP/연합뉴스]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왼쪽)가 분투했지만 0-6 완패를 막을 수 없었다. [사진=AP/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이금민(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을 최전방에 세우고 지소연(첼시), 최유리(인천 현대제철), 조소현(토트넘), 장슬기(현대제철), 추효주(수원도시공사)를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이영주, 홍혜지, 임선주, 김혜리로 구성된 포백부터 골키퍼 김정미까지 현대제철 선수들로 수비를 조직했다. 김정미는 1차전 선방쇼로 무승부를 이끈 윤영글(경주한수원)과 경쟁 차원에서, 경험이 많은 김혜리는 수비 안정화를 위해 선발 기용됐다.

미국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은퇴하는 A매치 316경기에 나서 134골을 넣은 레전드 칼리 로이드를 필두로 젊은 선수들을 다수 스타팅라인업에 올렸다. 1차전 한국에 홈 23연승을 저지당한 미국은 단단히 벼르고 나온 듯 적극적으로 측면을 공략, 높이 전진해 한국을 수비 진영에 가둬놓고 경기했다. 측면과 중앙으로 공을 수시로 전환하다 빈틈이 보이면 페널티박스 안으로 접근해 슛을 시도했다. 

수세에 몰린 벨 감독은 전반 25분 만에 공격적인 성향의 최유리 대신 수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영아(경주한수원)를 투입해 안정화를 노렸지만 전반에만 불운의 굴절로 2실점하며 마쳤다. 한국은 슛 하나 없이 라커룸으로 향했다.

한국 공격 중에선 후반 4분 지소연이 때린 오른발 중거리 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게 득점에 가장 근접한 장면이었다. 골키퍼 김정미의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실점도 가능했던 경기였다.

미국은 후반 21분 로이드를 빼고 알렉스 모건을 교체 투입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로이드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로이드도 축구화를 벗고 동료 선수와 차례로 포옹하는 등 세리머니를 하느라 경기가 사실상 중단됐다. 대표팀 단위 이벤트가 프로 단위보다 작은 미국에서 여자축구 대표팀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으로 한국에 귀감이 될 순간이었다.

미국 여자축구 전설 칼리 로이드가 은퇴경기에서 6-0 대승을 도왔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여자축구 전설 칼리 로이드가 은퇴경기에서 6-0 대승을 도왔다. [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콜린 벨 감독은 체력 부족을 대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후 한국은 3골을 더 내줬다. 슛 2-29, 유효슛 1-13.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한 패배였다.

벨 감독은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KFA)를 통해 "1차전에선 미국의 홈 22연승을 끊었고, 미국이 계속 골을 넣던 상황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것 또한 고무적이었다. 충분히 준비하면 이런 팀과도 비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봤다"고 평가했다.

이날 2차전에 대해선 "후반전 실점 전까진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3번째 실점을 기점으로 좋지 못한 모습이 나왔고, 미국이 우리의 실수를 파고들었다"며 "1차전 강도 높은 경기를 치르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빠르고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월드클래스 팀을 상대하기에 선수단 전체적으로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벨 감독은 "1, 2차전 선수에 변화를 주고 싶어도 선수들 간 체력적 차이가 두드러져 제한이 따랐다"며 "앞으로 우리는 미국처럼 높은 수준을 목표로 나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체력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선수들의 전술적 이해도나 기술이 부족하지는 않다. 더 높은 수준의 상대와 경기하려면 체력적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대표팀은 내달 다시 소집해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최종예선을 겸하는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대비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모처럼 국내 A매치가 추진 중이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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