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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잡은 K리그2 전남, 하부팀 반란 역사는? [FA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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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잡은 K리그2 전남, 하부팀 반란 역사는? [FA컵]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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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역사상 최초 하부리그에서 우승팀이 나올 수 있을까. 전남 드래곤즈가 그 역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대는 K리그1 3위팀 대구FC다.

전남은 2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에서 홈팀 울산 현대를 2-1로 제압했다.

8강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꺾고 올라온 전남은 연달아 K리그1 상위권 팀을 울리며 우승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팀으로는 2007년 이후 14년 만에, K리그1이 아닌 하부리그 팀으로는 사상 최초 정상 도전에 나선다.

전남 드래곤즈가 27일 2021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에서 울산 현대를 잡고 결승에 진출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상대는 지난 시즌 준우승팀 울산. 누구도 쉽게 전남의 승리를 예상할 수 없었다. 이종호(29)가 친정팀을 울렸다. 이종호는 2017년 울산에서 뛰며 FA컵 우승에 기여했는데 이번엔 더블에 도전하는 울산에 비수를 꽂았다.

전반 22분 김현욱이 올린 코너킥을 이종호가 뛰어올라 헤더로 마무리했다. 한 때 울산 팬들에게 ‘이종호랑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는 호랑이 세리머니를 펼치며 친정팀 팬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전남은 더욱 거세게 울산을 압박했다. 울산도 거칠게 맞섰지만 번번이 슛은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초반 승부가 기울었다. 후반 4분 울산 신형민이 전남의 공격을 끊으려다 공을 놓쳤고 전남 장순혁이 이를 놓치지 않고 침착히 마무리했다.

울산은 후반 26분 불투이스마저 부상으로 교체아웃됐고 1분 뒤 나온 김지현의 슛도 오프사이드로 판정되는 등 불운에 울었다.

이종호(왼쪽)와 장순혁의 연속골로 전남은 2부 리그 팀 최초이자 14년 만에 다시 한 번 FA컵 우승 기회를 얻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 33분 전남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바코의 골로 추격했으나 거기까지였다. 후반 추가시간이 6분이나 주어졌으나 동점골을 나오지 않았다.

FA컵은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대회로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최강팀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부리그 팀들이 K리그1 강호들을 꺾어내는 자이언트 킬링이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

하부리그 팀들의 반란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5년 3부 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소속 울산현대미포조선 돌고래는 부산 아이파크, 대전 시티즌, 포항 스틸러스, 전남을 연속으로 잡아내며 결승에 나섰다. 전북에게 0-1로 패했으나 내셔널리그 팀으로선 첫 결승진출 사례. 이후에도 아마 강호로 자리매김하며 종종 상위 라운드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2019년엔 대전 코레일(3부)이 울산, 서울 이랜드, 강원FC, 상주 상무를 나란히 잡아내며 파란을 일으켰다. 결승에서 수원 삼성에 0-4 대패하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으나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2019년 내셔널리그의 기적을 보여주며 준우승을 차지했던 대전 코레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해 화성FC는 4부 팀으로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 주목을 받았다. 한국판 ‘칼레의 기적’이라고 불리기까지 했으나 수원 삼성과 연장 접전 끝에 1-3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K리그2 팀들의 선전도 있었다. 2016년엔 부천FC가 2부 팀 최초로 4강에 진출했고 이듬해 부산은 FC서울, 포항, 전남, 수원 삼성을 연달아 격파하고 결승에 나섰다. 1,2차전 합계 울산 현대에 1-2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으나 역대 K리그2 팀 중 최고 성적을 써낸 팀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엔 전남이 그 역사를 뒤집겠다는 각오다. 이날 강원을 1-0으로 꺾고 올라온 대구와 맞붙는데, 결승은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열린다. K리그1 승격을 노리는 전남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는 우승 또한 뿌리치기 힘든 달콤한 열매.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기적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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