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9 (금)
유한준 투혼, 사상초유 145경기 가나? [프로야구]
상태바
유한준 투혼, 사상초유 145경기 가나? [프로야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0.29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불혹의 베테랑이 보여준 투혼이 동료들을 일깨웠다. 유한준(40·KT 위즈)의 우승 의지를 공유한 KT가 중요했던 더블헤더(DH)를 무패로 마치며 우승 경쟁에 불을 붙였다. 역대급 순위 경쟁의 끝에서 사상 초유의 145번째 경기, 1위 결정전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는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엔씨) 다이노스와 2021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DH 2차전 홈경기에서 5-2 역전승을 거뒀다.

1-2로 뒤진 7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유한준이 좌전 안타를 터뜨린 뒤 출루, 장성우의 후속 안타가 터지자 1루부터 홈까지 전력 질주해 동점을 만들었다. 리그 최고참 야수가 보여준 몸을 살리지 않는 슬라이딩은 사기를 진작했고, KT는 이후 맹타를 휘두르며 승리를 따냈다.

이날 NC와 1차전에서 1-1로 비긴 KT는 2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삼성 라이온즈와 75승 9무 58패(승률 0.564) 동률을 이뤘다. 나란히 잔여일정 2경기씩 남겨놓은 가운데 공동 1위가 됐다.

[사진=스포티비(SPOTV) 중계화면 캡처]
유한준의 전력질주로 만든 득점으로 동점을 이룬 KT는 곧장 역전에 성공,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사진=스포티비(SPOTV) 중계화면 캡처]
[사진=스포티비(SPOTV) 중계화면 캡처]
한국나이 마흔하나에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 [사진=스포티비(SPOTV) 중계화면 캡처]

부상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유한준이 멋진 주루플레이를 보여주자 안방 분위기가 바뀌었다. 선배의 투지는 후배들에게 전해졌고, KT 선수들은 모든 힘을 짜내 역전승을 합작했다. 유한준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회말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KBO리그 역대 55번째 나온 개인 통산 150번째 홈런이었다. 그는 4타수 1홈런 포함 2안타 1득점으로 승리에 앞장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유한준은 "사실 6회까지 타선이 침체돼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득점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온 힘을 다해 뛰었다"며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내 플레이가 후배들에게 동기 부여가 된다면 기꺼이 전력 질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한준은 올 시즌 고질적인 종아리 통증을 안고 뛰었다. 한국 나이 마흔 하나, 제법 찬 날씨에 갑작스런 스프린트는 부상을 재발시킬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다친다면 선수 생활을 얼마나 더 연장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을 터. 야구 인생을 건 베이스러닝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솔직히 부상이 염려된다"며 "지금 다치면 한국시리즈(KS) 우승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면서도 "지금 우리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1위 싸움을 하고 있다. 나 홀로 부상을 염려할 수는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유한준은 2000년 2차 3라운드 20순위로 현대 유니콘스 지명을 받고 2004년 입단한 이래 단 한 번도 KS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2007년까지 현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현대를 승계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뛰었다. 2016년부터 신생팀 KT에서 힘을 보탰다. 1군 데뷔 이래 17시즌 만에 마침내 정규리그 1위와 KS 우승이 가시권에 들었다.

유한준은 지난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멋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감탄을 샀다. [사진=KT 위즈 제공]
유한준은 지난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멋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보여주는 등 몸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KT 위즈 제공]

유한준은 "1위를 하다 2위로 내려오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능력이다. 우리가 시작했고, 우리가 마무리해야 한다. 서로 믿으면서 경기하자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KS 우승이라는 게, 하는 선수들은 많이 하던데 못하는 선수는 몇 년이 흘러도 못하는 일이더라. 하늘이 점지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기회가 왔다. 후배들이 우승을 통해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KT는 이날 NC와 1차전에서 고영표의 7⅓이닝 1실점 역투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무승부를 거두는 바람에 자력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2차전 유한준이 이끈 승리 덕에 2013년 창단 이래 사상 첫 우승에 한발짝 다가섰다. 이강철 KT 감독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불씨를 살렸다"며 고마워했다.

이제 2021시즌 정규리그 왕좌는 KT와 삼성이 남은 2경기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달렸다. 오는 30일 144경기를 다 치른 뒤에도 두 팀 성적이 같으면 올 시즌 상대전적과 별개로 31일 대구에서 초유의 타이브레이커가 성사된다. 올해 상대전적은 9승 1무 6패로 삼성이 앞선다. 2019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남은 2경기 성적이 같을 경우 삼성이 1위로 KS에 직행하지만 2020시즌부터 규정이 바뀌어 승무패, 승률이 같을 경우 1위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2019년 당시 NC가 1위 후보 두산 베어스와 최종전을 벌였다. NC는 이미 5위를 확정했음에도 특정팀 밀어주기 의혹에서 자유로워지고자 총력전을 벌였고, 결국 가을야구에서도 일찌감치 탈락한 선례가 있다. 이후 룰이 개정됐다. 단 상대전적에서 앞선 팀이 단판승부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갖는다. 정규리그 우승 팀이 KS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 한 판에 시즌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