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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삼성은 '깐부'? 이강철 감독 진인사대천명 [프로야구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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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삼성은 '깐부'? 이강철 감독 진인사대천명 [프로야구 순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29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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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재밌으시죠?”

이강철(55) KT 위즈 감독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당사자들은 매 경기 피를 말리는 혈투를 치르고 있으나 야구 팬들에겐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데에 대한 심경.

정규리그 종료가 단 하루 밖에 남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에 나설 5팀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단 한 팀의 순위도 정해지지 않은 유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2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키움 히어로즈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힘겨운 시즌 막판을 보내고 있다.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전력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스포츠Q DB]

 

2경기를 남겨둔 KT는 75승 58패 9무로 승무패에서 동률을 이루며 삼성 라이온즈와 공동 선두가 됐다. 나란히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같은 전적으로 마무리한다면 타이브레이크를 치르게 된다.

KT는 목표는 당연히 정규리그 우승. 이강철 감독 부임과 함께 지난해 첫 가을야구 진출에 나선 아직은 경험 부족한 팀이지만 올 시즌 승승장구하며 정규리그 우승도 더 이상 꿈이 아닌 일이 됐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만약 2경기를 모두 패할 경우 3위 LG 트윈스에 우승을 내주며 3위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

이강철 감독은 “서로 눈치게임 중이다. 깐부”라고 말했다. 깐부는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를 통해 유행한 말로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을 할 때 함께 편을 맺는 팀을 말하는 것. 최근엔 둘도 없는 친구, 영혼의 파트너 등으로 의미가 확장돼 쓰이고 있다.

웃으며 말했지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일주일을 돌아본 이 감독은 “정말 길게 느껴졌다. 어제 더블헤더를 치르다보니 더 그랬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시간이 가더라”고 말했다.

이날 선발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올 시즌 13승 9패 평균자책점(ERA) 3.29를 기록했는데 특히 키움에 강했다. 4경기 1승 ERA 2.28. 최종일 펼쳐질 SSG전까지 염두에 뒀다. 내일 선발은 소형준인데 올해 SSG전 4경기 2승 ERA 1.46으로 완벽투를 펼쳤다. 이 감독은 “일부러 그렇게 구성해뒀다”고 밝혔다. 진인사대천명.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리겠다는 생각이다.

28일 경기에서 윌리엄 쿠에바스(왼쪽에서 3번째)를 활용한 이강철 KT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은 이날 키움전 데스파이네, 30일 SSG전 소형준을 등판시켜 2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목표다. [사진=스포츠Q DB]

 

다만 2경기를 모두 챙긴다 한들 정규리그 우승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깐부’ 삼성도 2승을 챙기면 최종 동률이 되기 때문. 타이브레이크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과 최종 동률을 이루면 순위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상대전적에서 6승 9패 1무로 밀려 대구 원정 일정으로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전날인 31일 치러진다.

이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 감독은 “어떻게 보면 아쉽다. 선발 없이 들어가야 한다. 사흘 정도 쉴 시간을 주고 하든지 어차피 1,2위 싸움이라 이동일을 활용해 해도 될텐데”라며 “(타이브레이크가 성사되면) 더블헤더를 하고 인천을 거쳐 다시 대구를 가야하는데 우리 입장에선 아쉽다. 그런 생각이 안 들 감독이 있겠나. 사흘 정도 공평하게 시간을 가지면 어차피 에이스를 내보내게 돼 불만이 없었을텐데”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베테랑들이 결정적인 순간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는 점. “더블헤더 2차전 때 더그아웃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이기는 경기에서 (유)한준이, (박)경수가 잘해주다 보니 분위기가 훨씬 좋다”며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팬들 앞에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해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다. 남은 2경기 마저 유종의 미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모로 심신이 지칠 수밖에 없는 시기. 이날은 평소에 비해 많은 취재진이 경기장을 찾았다. “기자분들이 너무 많이 오셔서 더 떨린다”고 너스레를 떤 이 감독은 “재밌으시죠?”라고 물었다. 당사자들은 죽을 맛이지만 보는 이들은 유례 없는 순위 싸움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이 감독은 “어차피 우리가 만든 상황”이라며 “마지막까지 잘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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