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6:05 (목)
KT 급성장, 우승 이끈 이강철 리더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상태바
KT 급성장, 우승 이끈 이강철 리더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01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0-10-10-9 그리고 6-3-1. KT 위즈가 창단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하위권에만 머물던 KT는 어떻게 단숨에 상위권으로 점프할 수 있었을까. ‘강철 매직’ 이강철(55) 감독 없이는 설명할 길이 없다.

KT는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크)에서 1-0 승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로 감격했던 KT는 더 나아가 페넌트레이스 우승, 이어 통합우승까지 바라보게 됐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가 지난달 31일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에서 승리하고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사진=KT 위즈]

 

NC는 1군 합류 후 8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는데, 시작부터 KT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NC는 1군 첫 시즌 7위를 기록했고 이듬해 곧바로 가을야구에 나서기 시작했을 정도로 빠르게 적응했다. 신생팀 특권을 통해 유례 없는 유망주 영입 기회를 얻었고 2차 드래프트 등으로 알짜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러나 KT는 달랐다. NC에 비하면 뚜렷한 특혜라고 볼 만한 게 많지 않았다. KT가 3시즌 연속 꼴찌에 머물며 1군 적응에 애를 먹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강철 감독 부임 후 급격히 달라졌다. 첫 시즌 6위로 가을야구 진출엔 실패했지만 승률 5할을 달성하며 선수들에게 이기는 습관을 길러줬다.

지난해엔 2위를 달성, 첫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가을 성적은 아쉬웠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올 시즌은 더욱 날아올랐다. 강백호는 시즌 중반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 소형준, 고영표, 배제성 등이 가장 안정적인 5선발 체제를 구축했다. 유한준과 황재균 등 베테랑들은 뒤를 든든히 받쳤다. 불펜에선 김재윤, 박시영, 조현우, 심재민, 주권 등이 안정적으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위기도 있었다. 여유 있게 선두 자리를 지켜가던 KT지만 10월 주춤하며 2위권과 5경기 이상이었던 격차가 사라졌다.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동시 추격을 받았고 자칫 삼성에 1위를 내줄 뻔했으나 결국 삼성과 승무패 동률을 이루며 사상 초유 1위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늘 선수들을 칭찬하며 기를 살려주는 이강철 감독(가운데). [사진=KT 위즈]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마지막 2경기에서 표적 선발로 데스파이네, 소형준을 내보낸 상황. 엄상백의 몸 상태도 좋지 않아 활용할 수 없었다. 이강철 감독은 이틀 휴식을 취한 쿠에바스를 내보내는 강수를 뒀다. 그만큼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리고 쿠에바스는 7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정규리그 우승에 발판을 놨다.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가 이틀 휴식 후 등판해서 힘들었을 텐데 팀을 위해 희생했다. 정말 최고의 투구를 했다”며 “쿠에바스에 이어 나온 박시영, 김재윤도 접전 상황에서 완벽히 막아줬다. 포수 장성우의 투수 리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 감독은 “팀 KT다. 원팀이다. 우리 선수들 하나로 좋은 결과를 냈다”고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MVP를 꼽아달라는 말에, 상승세 원동력에 대한 질문에 늘 ‘팀 KT’를 강조해 온 이 감독. 그만큼 팀으로서 하나되는 것에 집중했고 우승 비결 또한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한 번의 찬스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최고참 유한준을 포함해 박경수, 황재균 등 고참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고 젊은 선수들도 자기 역할을 정말 잘했다”며 “아낌없이 지원을 해준 구현모 대표와 남상봉 사장, 이숭용 단장 등 프런트에 감사하다”고 구단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눈앞의 성과를 내야하는 자리지만 조급함은 없었다. ‘팀 KT’의 성장을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와 신뢰를 줬고 베테랑들에겐 팀을 이끌 수 있는 권한을 줬다. 팀이 하나로 더욱 똘똘 뭉쳐 가파른 성장세를 그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타 팀에서 외면 받은 선수들을 데려와 쏠쏠하게 활용하기도 했다. 선수의 잠재력을 보는 남다른 시각. 그리고 믿음과 기회가 더해질 때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감독이다.

우승을 확정짓고 다 함께 끌어안고 기뻐하는 KT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막판 위기에 주춤했던 이 감독. “이걸 마지막에 놓치면 억울하고 창피할 것 같았다. 진짜 할 만큼 했는데 2~3일 남겨두고 보낸다는 게 아쉬웠다”며 “우리에게 대구 갈 수 있는 기회가 왔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꼭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젠 한국시리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로서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는 등 해태 타이거즈의 전설이었던 그. 선수 때 한국시리즈는 좋은 기억이기만 했다. 그러나 지도자로서는 달랐다. 이 감독은 “그동안 한국시리즈에서 진 적이 없는데 (두산) 수석코치하면서 2번 졌다”며 “감독이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우승을 했다. 내가 2인자로 선수생활을 마쳐 지도자로 1위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뤄냈다”고 기뻐했다.

선수로서 늘 주목을 받았지만 선동열이라는 그림자에 가려 1인자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젠 당당한 최고 감독 대열에 합류하기까지 단 한 걸음을 남겨두고 있다.

이 감독은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잘 준비해서 구단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모든 걸 쏟아부은 KT는 달콤한 휴식을 가진다. 이날부터 4,5위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리는데, 정규리그 우승팀 KT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오는 14일 1차전을 치른다. 남은 기간 체력을 보충하고 문제점 보완과 상대팀 분석에 열을 올리며 구단 첫 통합우승을 이뤄 ‘강철 매직’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