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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버티고, 이정후 끝냈다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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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버티고, 이정후 끝냈다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01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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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1999년생 에이스 안우진(22)이 역투하며 희망의 불씨를 지폈고, 간판타자 이정후(23)가 기름을 부었다. 키움 히어로즈가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키움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 원정경기에서 두산 베어스를 7-4로 제압했다.

안우진이 6⅓이닝 101구 4피안타 2실점으로 잘 버텼다. 7회에 2실점하기 전까지 6이닝 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탈삼진 9개를 잡아내며 신인 드래프트 동기 곽빈과 선발 맞대결에서 우위를 보였다.

가을야구는 초장부터 혈전이었다. 2-2로 맞선 8회초 키움이 2점을 더하고, 마무리 조상우를 올려 경기를 매듭짓는 듯했지만 이내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이 투런 동점포로 '멍군'을 외쳤다.

안우진은 위력적인 구위로 6⅓이닝 2실점 역투했다.

9회초 2사 키움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이용규, 김혜성이 끈질긴 승부 끝에 2연속 볼넷으로 출루했다. 타격왕 이정후는 이날 앞선 3타석에서 볼넷 1개 포함 안타가 없었지만 네 번째 타석에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강률의 공을 통타, 우중간으로 날려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박병호의 1타점 적시타까지 보탠 키움은 9회 2사 이후에만 3점을 내며 7-4로 달아났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2위까지 다투다 결국 5위로 밀린 키움은 WC 결정 1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패해 탈락하고 말았다. 이날은 지난 시즌과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루키 시즌부터 포스트시즌(PS)에서 맹활약한 안우진은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최고시속 157㎞에 달한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배합해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4회까진 탈삼진 6개를 솎아내며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6회까지도 두산은 이렇다 할 찬스 하나 잡지 못했다.

베테랑 중계진도 안우진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순철 SBS 야구 해설위원은 "선을 넘은 투구"라며 혀를 내둘렀고, 정우영 캐스터도 입이 쩍 벌어진다"며 감탄했다.

9회 이정후가 4번째 타석에 들어서자 이승엽 해설위원은 "타율을 보면 하루에 안타를 하나는 꼭 친다는 말인데, 오늘은 아직까지 안타가 없다. 홍원기 감독은 이 타이밍에서 이정후에게 안타를 기대할 것"이라고 봤는데, 정규리그 타격왕 답게 가장 필요한 때 해결사로 나섰다. 정규 시즌 두산 상대 타율 4할을 기록할 만큼 두산에 강했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간판 타자 이정후가 9회말 침묵을 깨고 결승타를 뽑아냈다. 

경기 후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안우진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초반에 구위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믿음직스러운 필승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리는 타이밍을 늦췄다. 초반에 강하게 잘했기 때문에 최대한 길게 가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안우진은 "내가 잘 던지나, 못 던지나 팀이 이기면 좋기 때문에 오늘 야구 재밌게 한 것 같다"며 "(후반 들어 흔들렸지만) 내게 변화가 있었다기 보다 오늘 오래 던져 두산 선수들이 나를 읽었던 것 같다. 2018시즌에는 준플레이오프(PO)에선 겁 없이 던졌는데, 오늘은 지면 안 되는 경기라 선취점 주면 힘들거라는 간절함을 안고 던졌다"고 돌아봤다.

이정후는 "1차전 승리해 다시 기회를 얻게 돼 기분 좋다. 내일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할 것"이라며 "하이패스트볼을 예상했는데 실투가 들어왔고, 좋은 타구로 연결된 것 같다. 마지막까지 계속 경기를 치르다 PS에 돌입해 타격감이 좋았다. 이걸 잘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벼랑 끝에서 시작한 히어로즈가 WC 결정전 사상 최초의 업셋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WC 결정 2차전은 2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방역지침 위반에 따른 징계 복귀 후 6경기에서 5승을 챙긴 안우진, 아버지 이종범 LG(엘지) 트윈스 코치 뒤를 이어 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쥔 이정후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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