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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AGAIN 2001? 투수 없으면 방망이 힘으로!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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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AGAIN 2001? 투수 없으면 방망이 힘으로!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03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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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때와는 다르다. 강력한 원투 펀치는 찾아볼 수 없고 핵심 선수들도 빠져나갔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의 ‘가을 DNA’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방망이의 힘으로 새로운 드라마 집필에 나선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2일 키움 히어로즈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서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며 16-8 대승을 거뒀다.

올 시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타선이 살아났다는 게 무엇보다 반갑다. 창단 후 3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2001년을 떠올리게 한다.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2일 키움 히어로즈와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WC 결정 2차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01년은 베어스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한 해였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 이어 1995년 두 차례 정상에 올랐던 두산은 2001년 V3를 이뤄냈다. 3위로 가을야구에 나섰지만 업셋 역사를 써내며 ‘미라클 두산’의 역사를 써나갔다.

당시 두산의 임팩트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투타 밸런스가 기형적이라고 할 만큼 독특했기 때문. 당시 두산엔 1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팀 내 최다는 9승. 진필중은 마무리였고 이혜천 또한 전문 선발 자원은 아니었다.

가을야구에서도 선발진의 깜짝 활약은 없었다. 9승 중 선발이 챙긴 건 단 2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와 준PO 2경기에서 20점, 현대 유니콘스와 PO 4경기에서 20점,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6경기에선 52점을 뽑아내는 엄청난 화력을 뽐내며 정상에 섰다.

이번 WC 결정전은 여러모로 2001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와 달리 두산은 빼어난 선발 투수들이 많다. 아니 많았다. 아리엘 미란다는 14승 5패 평균자책점(ERA) 2.33으로 ERA 1위에 올랐다. 탈삼진 225개로 최동원을 넘어 KBO리그 사상 최다 기록을 써내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부상으로 기약이 없는 상황. 9승을 챙긴 워커 로켓은 진작에 부상 이탈해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100승 투수 유희관 또한 부진을 이겨내지 못한 채 2군에 내려갔다.

득점에 성공한 뒤 세리머니를 하는 페르난데스(오른쪽)과 김재환.

 

전망이 밝지 않았던 이유다. 심지어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팀이지만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최주환(SSG 랜더스), 이용찬(NC 다이노스)을 붙잡지 못해 전력은 크게 약화됐다. 타선의 힘도 크게 약해졌다.

투수력은 가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차전 선발 곽빈이 5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올 시즌 잘 던져줬지만 김태형 감독은 경험이 부족한 곽빈에게 오랜 이닝을 맡기지 않았다.

그러나 타격은 달랐다. 0-2로 끌려가던 7회말 김인태가 동점 2타점 적시타, 다시 2-4에서 맞은 8회말엔 김재환의 투런포로 저력을 보여줬다.

예열됐던 타격은 이날 폭발했다. 올 시즌 두산전 2승 ERA 0.82로 언터처블이었던 정찬헌을 상대로 1회부터 장타를 날리며 2점을 내더니 2회 도중 정찬헌을 조기 강판시켰다. 4회엔 두 번째 투수 한현희를 상대로 5점을 더 내며 9-1까지 달아났다.

5회초 키움이 이정후의 3타점 적시타로 추격하자 6회말 타자일순하며 추가 6득점. 키움을 그로기시켰다. 이날 장단 20안타로 역대 WC 한 경기 팀 최다 안타 기록(종전 13안타)을 갈아치웠고 선발 전원 득점에도 성공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7번째 기록.

가을만 되면 작아졌던 박건우가 안타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고무적인 건 자신감 획득이다. 특히 가을만 되면 작아졌던 선수들이 안타를 뽑아내며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를 앞두고 감각을 끌어올렸다는 것. 박건우의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은 0.190. 지난해엔 준PO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내내 1할 타율에 허덕이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재환도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043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박건우는 4회 달아나는 적시 타점을 올렸고 김재환은 전날 투런포에 이어 이날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가을야구 경험이 적은 타자들도 날아올랐다. 올 시즌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양석환은 3안타 4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친정팀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2018년 한 번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강승호도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더불어 시즌 도중 타구에 얼굴을 강타당해 안와 골절 부상으로 쓰러졌던 박세혁은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는데 이날 3안타 경기를 펼쳤다.

가을야구엔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한다. 타격은 사이클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데 결국은 평균에 수렴하지만 흐름이 좋을 때는 쉽게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 선수가 있어야 단기전에서 분위기를 가져오고 승부처에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법.

3안타 4타점 맹활약한 양석환(왼쪽)은 친정팀을 상대로 불방망이를 휘두를 전망이다.

 

이날 두산 타자들은 누구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미쳐있었다. 경기 후반엔 마치 연습경기를 하는 듯 편하게 키움 투수들을 공략했다.

1차전을 내주며 불안감을 키웠던 두산. 준PO를 남기고 휴식일도 단 하루 뿐이다. 그러나 2차전을 통해 타선이 감각을 끌어올렸고 타선의 활약 속에 필승 계투조를 아끼며 출혈을 최소화했다.

가을만 되면 두산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2001년은 물론이고 2015년에도 업셋 우승을 이뤄냈다. 이외에도 우승은 놓쳤지만 바닥에서부터 상위팀을 잡아내며 꺾어온 수많은 기억을 갖고 있다. LG와 가을 기억도 좋다. 두산으로서 만난 3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시리즈를 승리로 이끌었다. 작년에도 준PO에서 2승을 거뒀다.

4위로 WC 결정전부터 시작한 두산이 이번엔 거센 방망이의 힘으로 2001년을 떠올리게 만들며 또 다른 기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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