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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돌이 픽' 김민성, LG 신바람을 일으키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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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돌이 픽' 김민성, LG 신바람을 일으키다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05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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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김민성이 좋은 활약을 보이면 팀 분위기가 살 것.”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의 선택은 김민성(33)이었다. 올 시즌 부진이 길어졌으나 누구보다 가을야구를 많이 겪어본 베테랑에 대한 믿음이 컸다. 가을야구에선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이길 수 있다고 하는데 류 감독은 김민성이 ‘크레이지 모드’가 되길 바랐다.

그 바람은 이뤄졌다. 김민성은 5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PO 2차전에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 4타수 4안타 3타점 맹활약하며 팀의 9-3 대승을 이끌었다.

LG 트윈스 김민성(오른쪽)이 5일 두산 베어스와 준PO 2차전 7회초 쐐기 적시타를 날린 뒤 1루로 향하고 있다.

 

200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한 김민성은 2010년 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했고 2018시즌을 마치고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사인 앤드 트레이드 형식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앞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던 김민성은 LG 이적 후 주춤했다. 첫 두 시즌 타율 0.260, 0.266. 올 시즌은 부진의 수렁이 더욱 깊었다. 타율은 0.222. 시즌 막판 10경기에선 타율 0.143으로 가을야구 전망을 어둡게 했다.

그러나 김민성이 해줘야 하는 몫이 있었다. 오지환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수비는 물론이고 타선에서도 중심을 잡아줘야 했다.

준PO 1차전을 앞두고 류 감독이 김민성의 활약을 기대한 것도 이러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었다. 류 감독은 김민성을 5번에 배치했는데 4타수 무안타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 이닝 주자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섰고 특히 7회엔 2사 만루에 기회를 잡았으나 결과는 범타였다.

경기 후 류 감독은 “김민성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게 5번에 찬스가 올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라며 “잘 연결되면 상위와 하위의 연결고리 되지 않을까 했는데 거기서 막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김민성은 7번 타자로 나섰다. 부담을 던 것일까. 2회 2사 3루에서 좌전 선제 적시타를 날렸다. 압도적이었던 곽빈을 상대로 만들어내 더욱 값진 타점이었다.

1차전 부진했던 김민성은 이날 맹타를 휘두르며 LG의 침체된 분위기를 완벽히 살려냈다.

 

시작에 불과했다. 4회에도 2사 이후 연속 안타를 만들어 냈고 1,2루에서 곽빈의 공을 때려내며 추가 타점을 올렸다. 이를 계기로 LG는 1점을 더 보태 3-0까지 달아났다. 완벽히 타격감이 살아났다. 6회엔 2루타를 날렸고 아직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던 7회 2점 더 달아났고 6번째 득점을 알리는 김민성의 중전 안타는 사실상 경기를 끝내는 쐐기타였다. 6회말 평범한 땅볼 때 악송구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타석에서 펼친 활약으로 상쇄하고도 남았다.

1차전을 마친 뒤 LG의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다. 가을야구에 대한 큰 욕심, 그 중압감으로 인한 잦은 실수 등이 겹치며 오히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온 두산에 비해 더 여유가 없어 보였다. LG 팬들의 실망도 컸다. “이미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식의 자조 섞인 반응도 쏟아져 나왔다.

분위기를 바꾸기 쉽지 않아 보였다. 전날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꿋꿋이 제 역할을 해낸 채은성은 경기 전 “방어적인 것 보다는 좀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며 “마음을 쫓기면서 할 필요 없다. 한 경기 지고 있지만 과감하게, 나가서 할 수 있는 걸 다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민성이 앞장섰다. 경기 초반 곽빈의 호투에 맞서 가장 강하게 맞불을 놨고 이후 LG 선수들도 하나씩 깨어나기 시작했고 놀라운 응집력을 보이며 대량득점을 만들어냈다. 전날 9안타 4볼넷에도 1득점에 그쳤던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역대 준PO에서 1차전 패배한 팀의 PO 진출 확률은 13%(4/30)에 불과했다. 3전2승제 시리즈에선 단 한 차례도 없었다. 1패 후 승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팀들의 최후도 모두 새드엔딩이었다. 김민성의 ‘미친 활약’으로 분위기를 탄 LG가 가을야구 새 역사를 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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