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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LG 엇갈린 운명, 아! 김재호 박세혁 [SQ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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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LG 엇갈린 운명, 아! 김재호 박세혁 [SQ모먼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05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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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가을야구는 디테일의 승부다. 작은 실수 하나가 승패를 가르는 일이 허다하다. 100% 승률을 잡아 사실상 플레이오프(PO)행을 확정한 것 같았던 두산 베어스. 그러나 단 두 장면으로 완전히 분위기를 넘겨줬다.

두산은 5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PO 2차전에서 3-9 대패를 당했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경기를 치르고 올라왔음에도 LG를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던 두산이지만 결정적인 실수 2개가 두산의 가을 행보를 미궁 속으로 빠뜨렸다.

두산 베어스 김재호가 5일 LG 트윈스와 준PO 2차전 7회초 대수비로 투입돼 치명적인 실책을 범한 뒤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두산이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3명이 이탈했고 시즌 막판 외국인 선수 2명이 부상을 당하며 예년과는 전력 구성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두산은 두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WC 2차전과 준PO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LG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경험이 돋보였다. 상대 팀에 비해 여유가 넘쳤다.

준PO 1차전 승리팀의 PO 진출 확률은 87%(26/30)에 달했고 3전2선승제에선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모두 PO로 향했다.

이런 심적 여유가 독이 됐을까. 2차전 양상은 완전히 달랐다. LG는 초반부터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실책성 플레이를 남발하던 1차전과는 달랐다. 두산도 다른 의미로 달라져 있었다.

4회초 유강남(오른쪽)의 홈쇄도를 막아내지 못한 박세혁(가운데).
포수 박세혁(왼쪽)과 투수 곽빈이 실점 이후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두 차례 수비가 너무도 뼈아팠다. 0-1로 끌려가던 4회초 2사에서 선발 곽빈이 갑작스레 흔들렸다. 연속 안타를 맞아 1,2루에서 김민성 타석. 김민성의 타구가 다시 한 번 외야로 향했다. 좌익수 김재환이 강하게 뿌린 공이 홈을 향했고 여유 있게 주자를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포구에도 문제가 없었다. 태그가 아쉬웠다. 박세혁은 주자 유강남을 확인한 뒤 홈플레이트로 향했다. 슬라이딩하는 유강남의 다리를 향해 미트를 뻗었는데 결과는 세이프였다.

아쉬운 마음에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는데, 느린 화면 확인 결과 박세혁의 미트는 홈플레이트를 향해 미끌어지는 오른발이 아닌 접고 들어오는 왼발을 향하고 있었다. 유강남의 오른발이 먼저 홈을 찍은 뒤에야 미트가 유강남의 몸과 접촉했다.

1점 차로 추격할 수 있던 상황에서 후속 타자에게까지 안타를 내주며 순식간에 0-3까지 벌어졌다.

김재호가 놓친 공을 쫓아가고 있는 2루수 강승호.

 

김재호는 실책 후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추격 기회는 있었다. 6회말 1점을 따라 붙었으나 이번에도 스스로 무너졌다. 7회초 대수비로 들어선 베테랑 김재호의 수비 한 장면 이후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홍창기의 안타와 희생번트, 이후 나온 김현수의 내야 땅볼. 투수 글러브를 맞은 공이 유격수 김재호에게 향했다. 굴절되긴 했어도 평범한 타구.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 김재호에겐 특별할 것 없는 공이었다.

그러나 김재호는 공을 흘렸다. 심지어 공은 외야로 빠져 나가며 2루에 있던 주자가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 들었다. 이어 최은성의 유격수 땅볼. 앞서 김재호가 타자주자만 잡아냈어도 실점 없이 끝낼 수 있는 이닝이었으나 김재호의 실책 하나로 인해 7회에만 LG에 5점을 헌납해야 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온 수비 실책 두 개는 커다란 눈덩이가 돼 두산에게 굴러들어왔다. 이를 감당할 힘이 없었고 결국 경기는 맥없이 대패로 마무리됐다. 단순한 1패 이상의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결과.

믿었던 베테랑들의 실수였기에 더욱 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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