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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진 붕괴' 두산? 이영하 있으매 [프로야구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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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진 붕괴' 두산? 이영하 있으매 [프로야구 PO]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08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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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외국인 원투펀치가 모두 빠진 두산 베어스가 국내 선수들의 힘으로 KBO리그(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준PO 3차전에선 2회초 조기 등판한 이영하(24)가 빛났다. 머릿속이 복잡한 김태형 감독의 셈법을 조금이나마 단순하게 해줬다.

이영하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엘지) 트윈스와 2021 신한은행 쏠(SOL) 프로야구 준PO 3차전에서 2회부터 4이닝을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10-3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정규리그 4위 두산은 3위 LG를 2승 1패로 누르고 2위 삼성 라이온즈가 기다리는 PO에 진출하게 됐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삼성은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뽐내고 있다. 이미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경기와 준PO 3경기를 치른 두산이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 김태형 감독은 이날 호투한 이영하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킬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영하가 4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두산의 PO 진출에 앞장섰다.

두산은 1회초 선제점을 뽑았지만 1회말 선발 김민규의 난조로 곧장 동점을 허용했다. 2사 만루에서 김민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대량 실점을 막고 한숨 돌렸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 "초반 흐름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회말 흔들린 김민규를 바로 내리고 2회말부터 '필승조' 이영하를 올렸다. 지면 올해 야구가 끝나는 상황에서 불펜진은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이영하는 2차전 뛰지 않아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김 감독의 이영하 투입 승부수는 적중했다. 2회말 2사에서 1루수 실책과 볼넷으로 1, 2루 위기에 몰렸으나 김현수를 좌익수 뜬공으로 막았다. 3회말에도 1, 2루 위기에서 문성주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4, 5회도 큰 위기 없이 매듭지은 이영하는 10-1로 앞선 6회부터 홍건희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반면 LG는 3회초 선발 임찬규가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우월 투런 홈런을 허용한 뒤 주도권을 내줬다. 수아레즈, 김윤식, 이정용을 차례로 투입했지만 연속 실점하며 무너졌다. 선발 투수를 빠르게 교체한 두산과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올 시즌 선발로 시작했던 이영하는 시즌 도중 부진해 상대적으로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후 후반기 들어 살아났고, 역대급 순위 싸움이 펼쳐지는 가운데 정규리그 마지막 일주일 동안 6경기에 등판해 9⅔이닝을 책임졌다.

가을야구에 와서도 쉴 틈 없이 달리고 있다.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5개) 기록을 새로 쓴 아리엘 미란다, 평균자책점(ERA·방어율) 2.98에 빛나는 워커 로켓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곽빈, 김민규, 최원준 3명이 선발을 책임지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영하는 키움 히어로즈와 WC 결정 1차전에서 ⅓이닝, 2차전에서 1⅓이닝을 던졌다. 준PO 1차전에서도 1⅔이닝을 막았고, 이번 3차전에선 4이닝 호투했다.

외인 원투펀치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곽빈마저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영하의 존재는 김태형 감독에게 큰 힘이다.

올 시즌 선발 11경기에서 5승 6패를 거뒀고, 이후 보직을 옮겼다. 시즌 ERA는 6.29에 그쳤다. 이영하는 정규리그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 속에 지친 기색 없이 김 감독 부름에 묵묵히 화답하고 있다. 

이영하는 경기 후 "힘들진 않았는데 4이닝이나 던질 줄은 몰랐다. 다행히 5회초에 점수가 많이 나서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마음이 편해졌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그냥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내가 선발에서 잘했으면 팀이 WC 결정전이나 준PO를 치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투구할 때마다 그런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른다"며 "삼성전도 WC 결정전이나 준PO와 마찬가지로 타자들이 점수를 내줄 때까지 투수들이 버티면 된다. 우리 팀 타선은 한방이 있다. 각자 역할 잘 해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형 감독은 "오늘 초반부터 필승조를 쓰려고 했다. (이)영하가 너무 잘 던져줬다. PO에서도 미란다는 못 나온다. 선발자원에 변화를 줄 생각이다. 곽빈도 허리에 근육통이 있어 한 명 정도 더 넣으려고 한다. 이영하 같은 불펜 중 한 명을 선발로 세울 수도 있다. 단 (이날 4이닝을 던진) 영하가 1차전 나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다승 1위 뷰캐넌(16승)을 비롯해 14승씩 올린 원태인, 백정현이 건재해 선발진 운용이 두산보다 수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불펜에 최채흥 우규민이 있고, 구원왕 오승환이 마무리로 나선다. 

하지만 PO가 기존 5판3승제에서 3판2승제로 축소됐다는 점은 두산에게도 호재다. PO까지 올라온 지금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이변을 연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1차전에는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4경기에서 3승 무패로 강했던 최원준이 나흘 쉬고 등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하는 시리즈 중 불펜으로든 선발로든 힘을 보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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