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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생' 홍건희 강승호, '미라클 두산' 배경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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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생' 홍건희 강승호, '미라클 두산' 배경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10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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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두산 베어스가 또 하나의 기적을 써나가고 있다. 시즌 전, 포스트시즌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돌풍.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6-4로 이겼다.

역대 37차례 PO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KS) 진출 확률은 78%(29/37)였다. 3전2승제로 범위를 좁히면 1차전 승리팀이 8차례 모두 KS에 나섰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올라온 두산의 행보에 ‘기적’이라는 말이 붙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두산 베어스가 9일 PO 1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KS행 확률 78%를 챙겼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두산이다. 어찌보면 이 같은 일이 놀랍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올 가을 두산은 김태형 감독의 영리한 수 싸움과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선수들의 여유 넘치는 플레이와 집중력 등을 바탕으로 잘 싸워나가고 있지만 전력은 예전과 달랐다.

불방망이 군단의 핵심이었던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SSG 랜더스)이 시즌 전 빠져나갔다. 둘 모두 20홈런 이상, 80타점 이상 책임질 수 있는 타자들이었다.

마운드 이탈은 더 뼈아팠다. 구원왕을 경험했고 선발로도 10승을 기대할 수 있는 이용찬(NC 다이노스)이 이적했고 시즌 막판엔 원투펀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까지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럼에도 두산은 올 가을 또 다른 ‘미라클’을 집필할 기세다. 두산은 가을야구에서 ‘확률브레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 잡은 시리즈를 놓치는 일도 있었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하위팀의 반란을 일으키는 것도 두산의 주특기였다.

KBO 역사를 통틀어 4위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단 4번에 불과했다. WC부터 올라온 팀은 단 하나도 없었다. 두산이 그 어려운 행보의 8부 능선 가까이에 다다랐다.

3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된 홍건희. 지난해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2년 연속 핵심 불펜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은 어떻게 이토록 강력한 기량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 두산의 팀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두산은 재정적 여유가 많지 않은 팀이다. 외부 자유계약선수(FA)는커녕 내부 FA 마저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8년 김현수(LG 트윈스)와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2019년 양의지(NC)를 내주고도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올 시즌엔 3명의 FA를 놓치고도 가을야구에서 비상하고 있다.

과거엔 ‘화수분’이라 불린 탄탄한 내부 시스템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박건우, 김재환 등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데뷔 초기엔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으나 두산 육성 시스템에 의해 꾸준히 성장했고 현재는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가 됐다. 양의지를 놓친 타격도 컸으나 박세혁이 그 빈자리를 훌륭히 메우며 ‘우승포수’ 반열에 올랐다.

두산의 화수분도 말랐다는 얘기가 나왔다.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며 좋은 인재들을 놓친 탓. 또 다른 해법을 찾았다. 외부로 눈길을 돌린 것.

지난해엔 트레이드로 홍건희(29)와 이승진(26)을 데려왔는데, 가을야구에서 팀 핵심 불펜으로 거듭났다. 올 시즌엔 오재일, 최주환의 보상선수로 박계범(25)과 강승호(27), LG와 트레이드를 통해 양석환(30)을 영입했다. 셋은 오재일, 최주환의 빈자리는 물론이고 에이징 커브에 놓인 김재호, 오재원의 아쉬움까지 날려줬다.

2회 역전의 발판을 놓는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날린 강승호(오른쪽).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가을야구에서도 이들의 활약이 빛나고 있다. 열세가 예상됐던 PO 1차전 승리도 이들 없이는 설명할 수 없었다. 선발 최원준이 잘 버텨줬으나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홍건희. 긴장감 가득한 가을야구에서 올 시즌 최다 투구수를 기록하며 역투를 펼쳤고 3이닝 52구 1실점으로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타선에선 강승호가 돋보였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2회초 2사 만루. 상대 1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을 상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이는 중전 안타를 날렸다. 이후 상대 실책까지 더해지며 역전했고 두산은 이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정규 시즌에도 6승 6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ERA) 2.78로 핵심 불펜 역할을 맡은 홍건희는 올 가을 4경기에서 1승 1홀드 ERA 3.52로 김태형 감독의 가장 큰 신뢰를 얻고 있다.

강승호도 주전 2루수 자리를 지키며 타격(타율 0.304, 23타수 7안타)에서도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박계범도 부진한 김재호가 벤치를 지키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유격수 수비를 해내고 있다. 올 가을 현재까지 다소 아쉬움은 있으나 양석환 또한 올 시즌 두산의 키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강력한 한 방을 갖추고 있어 상대 투수진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카드다.

어떤 상황에 몰려도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두산. 야구 팬들은 물론이고 야구계 전문가들까지 화수분을 넘어 영리한 외부 영입을 통해 강팀의 명맥을 이어가는 올 가을 두산의 행보에 경이로움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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