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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페르난데스, 이런 타자를 바꾸려 했습니까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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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페르난데스, 이런 타자를 바꾸려 했습니까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10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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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3). 야구 팬이라면 ‘미라클’을 써나가고 있는 두산 베어스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로 알고 있지만 그와 두산의 동행 결정은 매 시즌 쉽지 않았다.

두산은 매해 겨울이 되면 페르난데스가 아닌 다른 데로 눈을 돌렸다. 마땅한 선수를 찾지 못해 결국 두산의 선택을 받았으나 이번에도 재계약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올 가을 페르난데스의 행보를 보면 이 얼마나 배부른 생각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페르난데스가 올 가을 두산의 중심에 서 미라클을 노래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PO 2차전에서 2회말 2타점 2루타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다. 2019년 처음 두산 유니폼을 입고 197안타를 날리며 놀라운 콘택트 능력을 뽐냈다. 지난해엔 꿈의 200안타에 단 하나만을 남기고 시즌을 마쳤다. 타율 또한 0.344, 0.340.

그러나 시즌이 끝난 뒤 페르난데스와 두산의 계약은 속 시원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명타자 치고는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였다. 수비를 맡기기엔 부족함이 보였고 그렇다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니었다. 첫 시즌엔 한국시리즈에서도  13타수 1안타, 타율 0.077, 팀 우승에도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마땅한 카드가 없어 두산과 다시 손을 잡았고 두 번째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두산과 비슷한 생각이었을까. 페르난데스에 대한 경쟁도 치열하지 않았다.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몸값이 옵션 포함 지난해 90만 달러(10억6100만 원), 올해 110만 달러(12억9700만 원)로 그리 많지 않았던 이유다.

정확한 판단력과 과감한 주루로 홈을 파고 들고 있는 페르난데스(왼쪽).

 

올 시즌 활약은 더욱 아쉬웠다. 타율 0.315 15홈런 81타점. 지난해 21홈런 105타점을 올렸던 것에 비해선 임팩트가 크지 않았다. 타자의 생산력을 손쉽게 살필 수 있는 OPS(출루율+장타율)만 봐도 알 수 있다. 통상 0.9가 넘어야 훌륭한 타자, 1이 넘으면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타자로 평가하는데 페르난데스는 첫 두 시즌 0.892, 0.901을 기록하더니 올 시즌 0.834로 떨어졌다.

게다가 올 시즌을 마치면 외야수 박건우와 김재환이 동시에 자유계약선수(FA)로 시장에 나온다. 하나라도 잃을 경우 외야 공백이 불가피해진다. 두산이 다시 페르난데스가 아닌 외야 수비가 되는 타자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가을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두산은 리그를 4위로 마쳐 와일드카드(WC) 결정전부터 올라왔는데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를 모두 물리치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다. WC 결정전부터 거쳐 KS에 나선 팀은 두산이 처음.

안타 이후 펼친 화끈한 세리머니는 잠실벌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 중심에 페르난데스가 있었다. WC 결정전에서 10타수 4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두르더니 준PO에서도 13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으로 LG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PO 상대는 삼성. 1차전엔 4타수 1안타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날은 달랐다.

1회말부터 상대 선발 백정현에게 좌전안타를 빼앗아냈고 후속 타자들의 안타로 선취득점을 만들어냈다. 2루에 있던 페르난데스는 김재환의 안타 때 타구가 빠져나가는 것을 정확히 확인한 뒤 느린발을 이끌고도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홈까지 파고 들었다.

2회엔 팀이 3-0을 앞선 1사 1,3루에서 바뀐 투수 최지광에게 좌중간 대형 2타점 적시타를 빼앗아냈다. 3회에도 1타점 적시타를 쳐낸 그는 5회에도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안타만 쳐내면 과감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두산 선수들은 물론이고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은 홈 팬들을 열광케 하기 충분한 액션이었다.

경기 후 페르난데스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기분이 좋다. 타격감도 좋은 상황“이라며 “이제야 예년의 모습과 같아진 것 같다. 지금으로선 나도 내가 무섭다“고 밝혔다.

올 포스트시즌 타율 0.469 1홈런 12타점을 올리고 있는 페르난데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에 가을에 강한 페르난데스의 장타력 부족이 큰 문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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