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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휴식 베어스, 마운드 힘이 살아난다 [두산 KT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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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휴식 베어스, 마운드 힘이 살아난다 [두산 KT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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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삼성 라이온즈 혹은 LG 트윈스. 가을야구 초반만 하더라도 정규리그 우승팀 KT 위즈가 한국시리즈(KS)에서 상대할 것으로 생각했던 예상했던 팀이다. 두산 베어스는 없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두산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을 시작으로 키움 히어로즈, LG, 삼성을 연달아 격파하며 WC 결정전을 치른 팀으로는 역대 최초로 KS에 나서게 됐다.

3전2승제로 축소돼 운영됐다고는 하나 체력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오는 14일 KS 1차전을 앞두고 얻은 사흘 휴식은 두산에 얼마나 꿀맛 같은 휴식일까.

두산 베어스 선발 에이스 최원준은 열흘 동안 3경기에서 240구를 뿌렸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선발이 예상된다. [사진=스포츠Q DB]

 

시즌 막판부터 미리보는 포스트시즌이나 마찬가지였다. 4위 수성은 물론이고 가을야구 진출 여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만큼 긴장감 가득한 가운데 경기를 치렀다. 투수들의 피로감도 높아져만 갔다.

특히나 두산은 시즌 막판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이탈한 채 시즌을 보냈다. 가을야구에서도 그 부담이 컸다.

토종 3명으로 선발진을 꾸렸다. 최원준-곽빈-김민규가 짧은 텀을 두고 번갈아 등판했다. 특히 최원준이 많은 공을 뿌렸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30일 한화 이글스전을 시작으로 4일 LG와 준PO 1차전, 9일 삼성과 PO 2차전까지 열흘 동안 240구를 던졌다.

9일 동안 212구를 뿌린 곽빈은 탈이 났다. 강행군을 버텨내지 못하고 허리 근육통이 생겼다. 김태형 감독은 KS 진출을 확정지은 뒤 “1차전 선발은 얘기해봐야 한다. 곽빈이 상태가 좋으면 먼저 나갈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최원준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최원준은 9일 선발로 나서 4⅓이닝 동안 89구를 던졌다. 그럼에도 나흘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할 수 있다. 두산의 열악한 마운드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영하는 불펜에서 대기하며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판해 많은 공을 던졌다. 사흘 휴식이 누구보다 달콤하게 느껴질 투수다. [사진=스포츠Q DB]

 

불펜진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 많은 투수가 있으나 긴박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 투수는 정해져있다. 이영하, 홍건희, 이현승 등이 꾸준히 등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영하와 홍건희는 혼신의 역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영하는 열흘 동안 4경기 11이닝을 책임지며 181구를 뿌렸다. 등판 간격과 시점 등을 고려하면 최원준보다도 더 많은 피로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홍건희도 4경기 7⅔이닝 134구를 던졌다.

선발과 불펜 투수들 몇몇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던 상황이기에 사흘 휴식은 가뭄에 단비 같다. 더 길어진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KS를 앞뒀기에 더 그렇다. 이강철 KT 감독은 두산의 경기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7전4승제로 치르는 한국시리즈는 PO까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피로감이 더 커질 KS를 앞뒀기에 최대한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만으로도 업셋 우승에 대한 희망을 키워갈 수 있는 두산이다.

올 시즌 최고 투수 아리엘 미란다의 복귀도 반갑다. 미란다는 올 시즌 14승 5패 평균자책점(ERA) 2.33을 기록했다. ERA 부문과 함께 탈삼진(225개)에서도 1위에 올랐는데 탈삼진 기록에선 역대 최다였던 최동원의 종전 기록까지 갈아치울 정도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역대 단일 시즌 탈삼진 신기록을 세운 아리엘 미란다가 돌아온다. 김태형 감독은 미란다의 엔트리 합류를 공언했다. [사진=스포츠Q DB]

 

문제는 시즌 막판 어깨 통증으로 가을야구에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 미란다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김태형 감독은 “아직 공도 잡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게 없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KS에선 돌아온다. 미란다 스스로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고 김태형 감독도 엔트리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차전부터 경기에 나서는 것이나 선발로 예전처럼 많은 이닝,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팀 최고 투수 미란다가 합류할 것이라는 소식만으로도 선수들의 사기는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KT의 우위를 점친다. 5선발까지도 돌릴 수 있는 강력한 마운드를 갖췄고 타선 또한 탄탄하다. 지난해 가을야구를 경험하며 여유까지 생겼다. 체력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다.

분명한 건 두산에 주어진 사흘 휴식이 KS를 보다 흥미롭게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타선이 물이 올라 있는 만큼 투수들이 체력을 보충하고 나설 두산이 KT로서도 상당히 까다로워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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